인류는 정말 종말할까? 호모 사피엔스 vs 호모 디지털리스
enterskorea 2019.11.26 09:17:09
인류는 정말 종말할까? 호모 사피엔스 vs 호모 디지털리스
인간은 참으로 놀라운 존재다. 행성 지구에 우리와 함께 살아온 생명체가 아무리 많다손 쳐도 인간만큼 놀라운 종(種)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 인류는 강의 물길을 거꾸로 돌리고, 섬을 만들었으며, 자연을 어렵지 않게 멋대로 바꾸곤 했다. 우리는 경탄을 자아낼만한 건축물을 세웠다. 기자의 피라미드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뱀처럼 굽이쳐 뻗어 나가는 중국의 만리장성은 또 어떤가? 성 가족 성당(La Sagrada Familia)은 경이롭다.
하지만 이 모든 경이로운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는 머잖아 새로운 존재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우리의 선조격인 네안데르탈인이 자신들의 흔적을 거의 모두 잃어버리고 지금 사라진 것처럼, 호모 사피엔스 역시 거의 모든 흔적이 지구상에서 지워지게 될 것이다. 왜? 진화란 결코 멈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를 계승할 미래 지구의 주인공은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다. 호모 속, 즉 인류가 디지털 형태로 진화해 생겨날 미래의 존재이다. 다수의 AI전문가들이 2062년쯤이면 인류 수준의 사고능력을 지닌 기계가 등장하리라고 예견하며, 그 확률을 50%로 보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세상은 점차적으로, 경우에 따라 급진적으로 디지털로 변해갈 게 분명하다. 사람들의 사고체계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며 실생활의 인간 활동은 인위적인 가상현실의 디지털 활동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지배할 우리의 미래는 바로 그렇게 전개된다.
우리가 기계가 인류보다 더 훌륭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는 수백 년이 걸렸다. 최근 50년을 돌이켜보자. 적어도 지적 노동이 필요한 사소한 일들에 국한시켜보면, 우리의 뇌는 알게 모르게 기계에 추월당하고 있다. 2062년이면 이런 게임은 끝장이 날 것이다. 승자는 호모 디지털리스다.
우리는 수많은 실생활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압도하는 장면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심전도 분야에서는 이제 컴퓨터가 의사보다 낫다. 중국어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의 전 AI 연구팀장인 앤드류 응(Andrew Ng)이 스탠포드 대학팀을 이끌면서 기계학습 모델을 만들었는데, 이 모델은 노련한 의사보다 심장 부정맥을 더 잘 집어내고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분야가 수두룩하다. 블랙록은 굴리는 돈이 5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투자 신탁 회사다. 블랙록 펀드의 상당수가 현재 알고리즘으로 운영된다. 법조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신생 법률회사들의 상당수가 변호사를 돕는 AI플랫폼인 루미넌스를 사용해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방대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AI의 쓰임새가 이렇게 늘어나면서 이미 수많은 일자리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62년쯤이면 영향을 받지 않을 일자리가 과연 하나라도 남아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기계는 수많은 실생활에서 인간을 압도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앞서 말한 것처럼, AI 전문가들은 적어도 50년은 걸려야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돌파구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기술혁신이 언제쯤 나타날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터라 50년이 아니라 10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우리가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인간보다 더 우월한 기계를 만들어내고야 말 것이다. 결국 기계들은 우리보다 더 강력하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기계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그보다 이 기계들을 통해서 우리가 인류의 역량을 향상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나가기를 기원해본다.
우리의 강점, 즉 창의력, 적응력, 정서 및 사회 지능 등을 살려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인간만이 차별화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목해야 한다. 기계가 앞으로 얼마나 똑똑해질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계는 언제나 기계일 뿐이다. 인간의 경험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호모 디지털리스가 이런 진리를 최대한 활용하기를 바란다. 기계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으로서의 삶에 몰입하면서 말이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이 2015년 예언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마칠까 한다. "길게 내다보면, 우리는 AI를 놓고 초대형 도박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인류가 그동안 판돈을 걸고 벌인 도박치고는 이만한 게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