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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에 숨겨진 2가지 따뜻한 시선
9  썬도그 2019.11.14 13: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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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가출 청소년인 호다카는 매일 같이 비가 내리는 도쿄에 한줄기 빛을 찾으로 왔습니다. 그 빛은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실제 빛이기도 합니다. 마을이 싫고 학교가 싫고 집이 싫어서 무작정 가출한 호다카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정글과 같은 도쿄에서 알바를 찾아보지만 가출 청소년을 고용할 가게는 없었습니다. 

남의 집 담벼락 밑에서 비를 피해서 잠이 들기도 하며 매일 저녁 패스트푸드점에서 수프로 저녁을 해결합니다. 이 모습을 3일째 지켜보던 또래 알바생 히나는 호다카에게 큼직한 선물 같은 햄버거를 줍니다. 

 

호다카는 도쿄로 오는 배에서 자신을 구해준 도시 괴담을 써서 잡지사에 납품하는 스가 아저씨 어시스턴트로 알바를 시작하면서 도쿄에 정착합니다.  어느 날  스가 아저씨 심부름을 갔다 오던 호다카는 히나가 불량배들에게 성인 클럽 알바 제안을 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히나에게 도움을 받았던 호다카는 히나의 손을 잡고 뜁니다. 히나는 1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초등학생 남동생과 둘이서 삽니다. 소녀 가장이라서 알바를 해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바에서 짤리고 돈을 구할 방법을 찾다가 어둠의 손길을 잡을 뻔했습니다. 

히나는 처음에는 힐난했지만 호다카에게 자신의 비밀 하나를 공개합니다. 히나는 1년 전 어머니와 함께 햇빛을 보고 싶다는 소원을 하늘에 빌었는데 그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한줄기 빛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그 빛을 따라갔더니 하늘과 연결된 문을 열게 됩니다. 이후 히나는 기도를 하면 하늘이 맑아지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현대판 무녀입니다. 

이 모습을 본 호다카는 히나를 '맑음 소녀'라면서 맑은 날씨가 필요한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맑은 날씨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일을 합니다. 그러나 뭐든 큰 능력에는 큰 대가가 따르는 법. 날씨를 조정할수록 히나에게는 안 좋은 일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표면적으로는 10대의 불같은 사랑을 담은 <날씨의 아이>  

 

표면적으로는 <날씨의 아이>는 날씨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무녀 같은 히나와 가출 청소년 호다카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듯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 이야기가 전작 같은 영화 <너의 이름은>처럼 강하지 못합니다. 제가 느끼기엔 사랑보다는  매일 비가 내리는 하늘 밑에서 같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현재의 고통을 서로 손잡아 주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사랑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러브 스토리 영화로만 이해한다면 <너의 이름은>보다 못한 면이 많습니다. 또한 결말이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결말과 스토리에 대한 호불호가 강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면 꽤 따뜻한 영화이자 뭉클함이 있습니다. 


호다카가 끼고 다니는 책 '호밀밭의 파수꾼'의 의미

 


<날씨의 아이> 초반에 호다카가 끼고 다니는 책이 2번 나옵니다. 나올 때마다 한글 자막으로 책 제목을 소개합니다. 한 마디로 주목하라는 이야기죠.

무슨 책이기에 자막으로 소개할까요? 이 책은 1951년에 발표한 JD 샐린저의 베스트셀러이자 명작 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입니다. 이 책은 지금도 많은 청소년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호다카처럼 규율을 강조하는 숨 막히는 학교생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을 당합니다. 뉴욕에 있는 집으로 가는 3일 동안의 가출 아닌 가출의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호밀밭 끝에 낭떠러지가 있다는 걸 아는 주인공이 파수꾼이 되어서 아이들이 낭떠러지에 다가가면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거나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 호밀밭의 파수꾼은 바로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잘난 것 하나 없고 잿빛 하늘의 도쿄를 만든 어른들이 먼저 살았던 경험으로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려고 하면 낭떠러지에 가지 못하게 막아서는 일이 어른들의 역할입니다.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는 10대 때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면서 40대인 자신이 다음 세대인 10대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고 싶어서 만든 영화가 <날씨의 아이>라고 말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된 마코토 감독이 도쿄의 10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2가지가 있습니다. 

 

날씨 때문도 아니고 너 때문도 아니야! 자책하지 마!

 사람들은 날씨가 맑으면 맑게 웃고 흐리면 마음도 흐리고 비가 내리면 우울해합니다. 그래서 맑은 날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고대합니다. 그러나 도쿄는 2달 넘게 계속 비만 옵니다. 이런 비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히나입니다. 


히나는 자신이 특수한 능력을 이용해서 맑은 하늘을 만들어주고 사람들을 웃게 만듭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게 된 히나. 이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그러나 히나 때문에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자 스스로 파괴하는 길로 가려고 합니다. 

분명 날씨와 사람의 기분이 연관이 있어 보이고 날씨와 히나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소수지만 흐린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이는 비과학적인 판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를 찾아보기 전에 누구 때문인지부터 찾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쉽게 결론을 내립니다. <날씨의 아이>에서 매일 내리는 비는 저성장 상태에 빠진 일본 경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성장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집니다.  열심히 일해서 멋진 가정을 꿈꾸는 것이 아닌 될 대로 되든지 말든지 겨우 하루 벌어서 하루 견디면서 삽니다. 희망도 없고 결혼 생각은 꿈도 못 꿉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말하죠. 끈기가 없어. 노오력을 안 해서 네가 취직을 못하는 거야! 봐라 옆집 사는 XX는 대기업 가서 열심히 일하잖아라고 채근만 합니다. 이런 기성세대의 역정에 일본의 10,20대들은 스스로 자멸해 가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히나처럼 일본 10,20대들은 취직 못하고 가난한 것이 자기 가 노력을 안 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마코토 감독은 손을 내밉니다. "날씨 때문도 아니고 너 때문도 아니야"

태어나 지금까지 비 오는 저성장 시대에 살면서 학습된 무기력을 배우는 도쿄의 청춘들을 위한 온기를 영화를 통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도쿄 청년뿐 아니라 일본을 넘어 한국의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언론과 개인 미디어가 인격 살해를 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단점은 다수의 의견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제입니다. 
날씨의 아이 OST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노래인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까?'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태어나버린 난, 영원의 틈에서 몸부림치고 있어. 포기한 자와 영리한 자만이 승자의 시대에 어디선가 숨을 쉬어"

모든 것을 승자에게만 몰아주는 민주주의의 병폐를 줄이기 위해서 소수의 의견도 들어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위로의 말일뿐 세상은 정글과 같아서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노력하지 승자가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지 않습니다. 이는 세상의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수의 의견은 항상 옳고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기 일쑤입니다. 특히 저성장 시대의 우울이 삶의 기본 태도가 된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화와 분노를 풀어줄 희생양을 찾습니다. 히나가 희생양이 될지라도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가 사라진다고 나에게는 큰 영향이 없기에 쉽게 수긍합니다. 

이는 일본인들의 삶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남만 생각하고 우리만 생각하다가 개인의 인격은 살해됩니다. 특히 어떤 사건 사고가 터지면 희생양을 찾아서 발가벗겨서 모욕을 줘야 직성이 풀리는 모습이 더 많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개인을 희생하는 삶은 건강한 삶일 수 없습니다. 내가 있고 우리가 있습니다. 마코토 감독은 어느 정도 이기적으로 살아도 아무런 문제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호다카는 자신과 닮은 히나를 위해서 달립니다. 히나를 위해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해 달립니다.


 

맑지 않아도 괜찮아. 너만 있으면 돼!라고 말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날씨의 아이>입니다. 일본에서 1928만 명이 본 <날씨의 아이>는 1928만 명에게 위로의 촉촉한 빗줄기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고통받고 있는 10대들에게도 촉촉하고 온기 있는 비가 내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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