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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 귀수편] - 혼자만 돋보인 귀수의 넘사벽 실력이 문제다.
12  쭈니 2019.11.13 16:58:36
조회 73 댓글 0 신고

감독 : 리건

주연 : 권상우, 김희원, 김성균, 정인겸

귀수가 누구였더라?

2014년 여름, 호기롭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가 개봉한 다음 주 곧바로 정면 대결을 신청한 영화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신의 한 수]이다. [신의 한 수]는 참 독특한 영화였다. 영화의 소재는 신선놀음이라 일컬어지는 바둑이지만, 그러한 바둑을 그리는 방식은 남자들의 거친 느와르였기 때문이다. [신의 한 수] 속의 캐릭터들은 바둑 자체가 절대로 깨질 수 없는 판타지 장막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을 했고, 그 속에서 살인과 복수가 끊임없이 펼쳐졌다. 이러한 [신의 한 수]의 독특함은 356만 관객을 매료시켰다. 2014년 여름 최고의 흥행 기대작이었던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가 529만 관객을 동원했음을 감안한다면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와 정면 대결을 펼친 [신의 한 수]는 제목 그대로 '신의 한 수'라고 할만하다.

당연히 곧바로 [신의 한 수]의 속 편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무려 5년이 지났고, 그것도 속 편이 아닌 스핀오프 [신의 한 수 : 귀수편]으로 돌아왔다. 영화의 부제에서 밝혔듯이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더 이상 태석(정우성)의 이야기가 아닌 귀수(권상우)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귀수가 누구인가? 잠시 [신의 한 수]를 복습해보도록 하겠다.

프로 바둑 기사인 태석은 내기 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의 음모에 걸려 들어서 형을 잃고 형의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쓴 채 교도소에 간다. 교도소에서 살수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던 태석은 독방에서 벽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대국을 진행하는 의문의 사나이와 만나게 되고, 그와의 바둑에서 처참하게 패하고 만다. 그 의문의 사나이가 바로 귀수이다. 귀수는 태석에게 관철동 주님(안성기)을 소개해 주는 등 태석의 복수를 돕는다. 그리고 '신의 한 수' 세계관에서 귀수는 태석은 물론 주님도 간단하게 이겨버리는 바둑의 최고 고수이기도 하다.

어린 바둑 천재는 어쩌다가 귀수가 되었나?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어린 바둑 천재가 어쩌다가 잔혹한 내기 바둑의 승부사인 귀수가 되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부모를 잃고 어린 누나와 의지하며 살던 어린 귀수(박상훈)는 프로 바둑 기사인 황덕용(정인겸)의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황덕용이 누나를 겁탈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로 인한 충격으로 누나가 자살을 하자 황덕용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집을 나선다.

하지만 세상은 기댈 곳 없는 어린 소년이 혼자 헤쳐나가기엔 너무 무서운 곳이었다. 작은 내기 바둑판을 전전하는 어린 귀수를 눈여겨 본 허일도(김성군)는 그의 재능을 눈치채고 그를 내기 바둑의 귀재로 교육시킨다. 그렇게 허일도와 함께 전국 내기 바둑판을 휩쓸던 어린 귀도는 부산잡초(허성태)에 의해 허일도가 목숨을 잃자 혼자 도망쳐 스스로 혹독한 수련을 하게 되고, 성인이 된 후 허일도의 오랜 동료인 똥선생(김희원)과 함께 누나와 허일도를 위한 복수의 길을 떠난다.

솔직히 내용은 간단하다. 어린 시절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귀수(권상우)의 복수가 [신의 한 수 : 귀수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도 전 편인 [신의 한 수]를 그대로 답습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귀수는 당연히 태석과 연결되고, 영화에서 코믹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똥선생은 [신의 한 수]의 꽁수와 비슷하다. 영화의 유일한 홍일점 홍마담(유선)은 [신의 한 수]의 배꼽(이시영)을 의식한 캐릭터이다. [신의 한 수]의 절대 악인 살수는 황덕용과 부산잡초로 적당하게 믹스되었다. 그렇다면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전 편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귀수가 복수를 위해 대결하는 악역 캐릭터의 개성에서 찾을 수가 있다.

전 편이 팀플레이라면 이번엔 일당백이다.

[신의 한 수]는 [오션스 일레븐]과 같은 팀플레이 범죄 스릴러 영화였다. 태석은 살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팀을 꾸린다. 그가 모은 팀은 주님, 꽁수, 그리고 허목수(안길강)이다. 살수에게 어느 정도 원한이 있는 그들을 서로 힘을 합쳐 살수 패거리인 아다리(정해균), 선수(최진혁), 왕사범(이도경)을 차례로 쓰러 뜨린다.

그와는 달리 [신의 한 수 : 귀수편]에서의 귀수는 철저하게 혼자 움직인다. 물론 그에게도 팀은 있다. 하지만 그의 팀이라 할 수 있는 똥선생은 그다지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단지 대국을 잡는 것뿐이다. 꽁수가 태석의 복수를 위한 미끼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똥선생은 그저 관객을 웃기기 위한 코믹 캐릭터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귀수는 혼자의 힘으로 도장 깨기에 나선다. 스승인 허일도의 한쪽 손을 빼앗아간 장성무당(원현준)을 시작으로 허일도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잡초, 그리고 허일도와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외톨이(우도환)를 차례로 쓰러뜨리고 마지막에 황덕용을 찾는다.

황덕용과의 승부에서도 귀수는 프로 바둑 기사 100명과의 대결을 조건으로 내거는 무모함을 선보인다. 자신의 바둑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신의 한 수 : 귀수편]의 재미는 각기 다른 개성으로 귀수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악역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가 있다. 무당답게 심리전을 펼치는 장성무당, 기찻길에서 목숨을 내건 부산잡초와의 승부, 그리고 황덕용과의 일당백의 승부까지... 이렇게 개성이 각기 다른 고수와의 승부 속에 영화는 귀수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도록 만들어냈다.

혼자만 돋보이니 약간 아쉽더라.

[신의 한 수]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었다. 물론 가장 매력적인 것은 주인공인 태석이었지만 주님, 꽁수, 배꼽, 량량 등 주인공의 매력에 버금가는 조연 캐릭터가 많았다. 그리고 태석의 바둑 실력은 최강이긴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만약 살수의 편인 배꼽과 량량을 포섭하지 않았다면 태석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 넘쳤고, 태석의 승리를 거둔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었다.

그와는 달리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귀수 혼자만 돋보인다. 똥선생의 존재 의미는 희미하고, 장성무당, 부산잡초, 황덕용은 그저 귀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악역일 뿐이다. 급기야 귀수의 마지막 복수에서 귀수의 유일한 걸림돌은 외톨이와의 승부에서 얻은 상처뿐이다. 귀수에게 있어서 황덕용과의 승부는 이미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수의 실력이 이렇게 넘사벽이다보니 영화의 긴장감은 김이 빠져 버렸다.

물론 주인공의 매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주인공만 돋보인다면 뭔가 허전한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만큼이나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영화의 재미는 깊어진다. 그런데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너무 귀수의 매력에만 집중한다. 전 편의 배꼽 역할을 기대했던 홍마담마저도 그냥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허무함이란... 막강해도 너무 막강한 귀수가 떡하니 버티고 서니 악역을 비롯한 다른 조연 캐릭터 모두 그저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재미는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솔직히 [신의 한 수 : 귀수편]은 보면서 1시간 46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몰두할 수 있었다. 특히 귀수가 장성무당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공포 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기괴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도대체 그런 곳으로 바둑을 두러 가는 인간이 제정신이 아닌 거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귀수에게 도전하는 외톨이와의 대전도 인상적이었는데, 우도환이 검은 주교로 나온 [사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황덕용과의 마지막 승부는 실망스러웠다. 프로 바둑 기사 10인을 간단히 제압하는 황덕용의 실력이라면 귀수와 어느 정도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일만도 한데, 황덕용을 비롯한 프로 바둑 기사 100인과 동시 대결, 게다가 외톨이와의 대결로 부상을 당했다는 핸디캡이 있는데도 도저히 긴장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싱거웠다. 게다가 귀수는 황덕용의 딸을 인질로 잡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어찌 귀수의 대결 상대는 뒤로 갈수록 실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분명 [신의 한 수]는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바둑이라는 소재를 통해 거친 남자들의 지옥 같은 복수를 그린 느와르 영화라는 점에서 가볍게 즐길만하다. 바둑을 몰라도 된다. 어차피 바둑 영화도 아니니까. 하지만 확실히 전 편인 [신의 한 수]보다는 영화적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부인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나는 3편이 만들어진다면 강해도 나무 강한 귀수보다는 태석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는 최소한 바둑 실력만큼은 인간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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