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전업주부였던 내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
enterskorea 2019.11.08 09:29:40
10년차 전업주부였던 내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
결혼 후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결혼 전에는 자유로웠던 내가 결혼을 하고 전업주부가 된 후 종속된 삶을 살고 있구나!’하는 사실이었습니다. ‘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은데, 왜 모든 일에 자유롭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 되는 걸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스스로 경제적 자립이 되어 있지 않아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이다 보니 당연히 경제력을 가진 사람의 감정과 분위기를 살피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자 자연스럽게 몸도, 마음도 관계에 있어 종속되어가는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랑하니까, 부부니까 아내에게 돈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종속적으로 사고하고, 그 사고 프레임에 갇혀서 꿈마저 그 경제력의 영역 안에서 꾸는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그 영역을 넘어설 때마다 “안돼!”하며 스스로를 속박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사고의 종속으로부터 내 삶이 자율적이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평생 퇴직이 없는, 그런 일을 해야겠다고 말입니다. 취업을 하면 언젠가는 퇴직을 하고, 그 후엔 또다시 누군가의 눈치를 살펴야 했기에 비록 고생을 할지라도 정년을 내가 정하고, 평생 일을 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나만의 일터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저에겐 그것이 바로 창업이었어요.
누구에게나 창업은 녹록지 않기에, 저에게도 역시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육아와 창업을 병행해야 했던 것이 힘들었죠. 하지만 스스로가 온전하지 못한데 누구에게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엄마의 진정한 홀로서기는 경제적 자립이라는 것. 이 절체절명의 과제를 실행하려면 일과 가정 모두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족들 간의 기여와 헌신이 필요했어요.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저는 항상 부족했지만 자녀에게 매달려 관심이 넘치는 삶을 사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모든 걸 할 수는 없기에 엄마로서 가정생활을 대체 가능한 영역과 대체 불가의 영역으로 나누고 대체 가능한 영역은 협력과 도움을 청하고 불가 영역은 부족한 가운데 최선을 다할 뿐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의 창업을 통해 아이들도 동반 성장하는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모든 시간이 참 의미 있고 기쁘게 다가오더군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또 한 가지 걸림돌이 됐던 것은 “아줌마가 대체 뭘 한다고?”하는 주변의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왜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과 고정관념이 이토록 과한 걸까’ 사업 초기에는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선 분명 인간은 모두 존엄하고 평등하다고 배웠는데, 산업 생태계에선 “남성도 하기 힘든 사업을 여자가 어떻게 해?”라며 여성을 바라보고 평가한다는 걸 느끼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죠.
저는 여성들이 태생적으로 사업가의 근성이 있는가 없는가, 이런 것을 가늠해볼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잠재력을 개발해보기는커녕 거세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보지 않음’ 즉 경험이나 실행해볼 수 없음으로 인한 무기력이나 무지, 약함, 취약함은 잘못이 아니니 스스로 작아지거나 주눅 들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오히려 여성 사업가들은 산업계 생존 능력이 훈련되지 않은 잠재적 자원으로서 이 나라 미래의 가장 혁혁한 인적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난 18년 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이러한 현상은 많이 나아지긴 했어요. 여전히 여성을 향한 가치 기준이 겉과 속이 다른 경우를 볼 때가 있는데, 참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제가 지금까지 여성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것은, 여성들은 서열을 만들기보다는 기여하고 헌신하고 안아주는 데 좀 더 탁월하며 개인적 소통지능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도권은 여성들이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해준다는 생각이 아니라 건강하고 온전하게 생존 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다양하고 관대한 기회를 제공해주면 어떨까요.
평범한 주부에서 창업을 하고 매순간, 특히 내가 사장으로서의 품격과 면모를 갖추고 있지 않을 때 맞이하는 좌절들은 죽음에 가까운 절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쯤 꼭 있어야 했고, 어차피 통과해야 할 과정이었기에 창업 초기에 겪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창업 후 19년이 지난 지금, 그 과정을 참고 견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길이었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루어진 이 모든 것들이 ‘신의 선물’이 아니고 무엇일까, 생각이 듭니다. 여러 면에서 역부족인 저도 해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을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