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법자를 쫓는 한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린, 숨어있는 걸작 웨스턴. 록키산에서 100퍼센트 로케이션으로 된 촬영과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연출로, 서부극의 신기원을 이룩한 영화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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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열 받지는 마

네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니까

저것들은 사내놈들이고 넌 여자애잖아

저놈들과 결혼하란 게 아니야

저들이 널 바라볼수록

나한테 신경을 덜 쓰게 되겠지

총알에 죽든가 교수형 당하든가

어차피 죽는 건 똑같은데 무슨 의미가 있나?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훨씬 더 어렵지

서부극이기 보다는 심리극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알맞을 것 같은 안소니 만 감독의 ‘운명의 박차’는 서부극이라는 틀 안에서 관습적인 것들을 피해 좀 더 다른 것을 다뤄보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영화처럼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어떤 유혹 앞에 있거나 끊임없는 속삭임에 속을 것을 알면서도 점점 파멸로 향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종교적인 고난을 겪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로키산을 배경으로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어두운 과거를 바라보게 하거나 자신들의 욕심과 욕망 그리고 이기심에 빠져들게 하고 약한 구석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영화라고 하는 것이 가장 맞지 않을까? 그러니 이걸 서부극이라고 보긴 조금 애매해지게 된다. 반대로 서부극은 이처럼 다른 접근을 한다면 좀 더 폭넓게 다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항상 고민과 집착 속에 괴로움에 빠져 있는 (그 자신이 무척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을 부족함 없이 해내고 있고 로버트 라이언은 딱히 어울리진 않지만 그래도 적당하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자넷 리는 서부극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 생각했지만 그럭저럭 분위기에 어울리고 있다.

깊숙한 수렁에 빠져 들어가는 이 영화는 처음에는 무척 흔한 방식으로 시작한다. 살인자를 뒤쫓는 현상금 사냥꾼에게 우연히 가담하게 된 2명의 남성 그리고 어려움 끝에 잡힌 살인범과 한명의 여성이라는 시작은 특별할 것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꽤 두둑한 현상금 때문에 (돈계산과 돈문제로) 점점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살기 위해 셋을 모함하고 온갖 방식으로 중상모략하려는 살인자의 모습을 집중하며 보여주면서 이 영화가 기존의 서부극과는 무척 다른 영화라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단순히 총싸움과 로키산의 멋진 풍광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갈등을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고 관계가 조금씩 균열 나고 서로를 점점 더 의심하는 모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화는 산꼭대기에서 시작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다시 꼭대기에서 끝맺고 있다. 계속되는 (악마의 혹은 악마적) 속삭임에 각자 나름대로의 파국을 맞이하고 꿈꾸던 행복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다가 점점 서로에게 감정이 생긴 남녀가 살아남아 욕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면서 끝맺는 결말은 이만하면 종교적 성향의 영화라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안소니 만은 인간의 추하고 나약한 모습을 계속해서 파헤치고 있고 그들을 유혹하는 속삭임을 들려주며 어떤 행동까지 하게 되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그 과정을 바라보며 저들과 마찬가지인 나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지만 너무 극단적 상황이라 깊이 몰입하게 되진 않는다. 다만 저런 식의 이야기를 서부극이라는 형식 속에서 풀어낸다는 점에서 무척 특색 있고 인상적이었다.

고행 끝에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버리고 불교 용어로 쓴다면 번뇌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혹은 구원을 찾으며 끝맺는 이 영화가 서부극의 틀에서 본다면 희한하거나 변종이라 할 수 있겠지만 꽤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보는 동안 그들의 괴로움이 전달되어 조금은 불편한 기분으로 보게 하지만 아주 나쁘진 않은 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