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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의뢰인] -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숙제와도 같은 영화
12  쭈니 2019.10.30 11:43:48
조회 55 댓글 0 신고

감독 : 장규성

주연 : 이동휘, 유선, 최명빈

이 영화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2011년 9월에 [도가니]라는 영화를 봤었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교장과 교직원에 의해 지속적으로 일어난 장애 아동 성폭력 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466만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이다. 나는 [도가니]를 보며 안타까움과 분노에 치를 떨어야 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오래갔다.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보는 내게 [도가니]는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으로 기억되는 영화이다.

[어린 의뢰인]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도가니]이다. 이 두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영화의 소재라는 점이다. 그러한 공통점이 [어린 의뢰인]은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갖게 했지만, 반대로 무의식적으로 [어린 의뢰인]의 관람을 피하게끔 만들었다. [도가니]를 보며 느꼈던 아픔을 다시 느끼는 것이 두려웠기에...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화요일 저녁 큰맘을 먹고 [어린 의뢰인]을 플레이시켰다. 더 이상 미루다 가는 영영 이 영화를 안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린 의뢰인]은 내게 있어서 정말 하기 싫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숙제와도 같은 영화였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13년 8월 16일 경북 칠곡군에서 복통을 호소하고 쓰러져 응급실에 후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한 A양(사망 당시 만 8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A양의 친언니 B양(당시 만 12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B양이 동생에게 인형을 빼앗기기 싫어 주먹으로 다섯 번 치고 발로 한 번 찼더니 동생이 죽었다고 자백했기 때문이다. B양의 자백에 대해 계모인 임씨와 친부인 김씨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A양의 몸에 난 상처는 12살에 불과한 B양에 의해 발생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했고, 자매의 고모를 비롯하여 지역아동센터 및 학교에 여러 차례 학대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임씨와 김씨도 입건되게 된다. 그리고 추가 조사결과 임씨의 모든 악행이 드러난다. 임씨는 자매를 상습적으로 매질을 하고 밤새 잠을 재우지 않거나 실신할 정도로 목을 조르기도 했으며 물고문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한 학대는 무려 454일 동안 상습적으로 일어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임씨는 B양에게 동생을 살해했다는 거짓 증언을 강요했고, 자매를 보호하려는 고모의 접근을 막기 위해 A양과 B양이 사촌 오빠(당시 18세)한테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신고를 하게끔 만들기도 했다. 결국 임씨와 친부인 김씨는 구속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임씨는 징역 15년, 김씨는 4년 형이 확정되며 이 충격적인 아동 학대 사건은 재판은 종결되었다. 이 사건은 비슷한 '울산 계모 살인 사건'과 더불어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와 주변인들의 신고 의무를 강화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통과에 영향을 주었다.

성공만이 목표인 변호사 정엽의 변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어린 의뢰인]은 인생 최대 목표는 오직 성공뿐인 변호사 정엽(이동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영화 초반 정엽은 그 유명한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방관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정엽 혼자 무죄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정엽의 캐릭터 성격을 집약한 것이다. 법대로 한다면 무죄가 맞지만, 도덕적인 책임을 생각한다면 유죄가 확실한 '키티 제노비스 사건' 결국 정엽은 냉정한 원칙 주의자인 것이다.

그런 그가 잠시 아동복지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고, 계모의 학대를 신고한 다빈(최명빈)과 민준(이주원)을 만나게 된다. 계모 지숙(유선)은 남매를 학대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법대로 한다면 정엽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귀찮아하면서도 다빈, 민준과 놀아주는 것 밖에...

정엽은 그토록 원했던 서울의 대형 로펌에 입사하게 되고, 그러던 중 다빈의 담임 선생에게 충격적인 연락을 받게 된다. 다빈이 동생 민준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것. 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자책한 정엽은 다빈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어른들의 무관심에 마음을 다친 다빈은 정엽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방관자이다.

[어린 의뢰인]은 굉장히 노골적인 영화이다. 영화 초반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언급하며 아동학대를 남의 집 이야기라며 모르는척하는 어른들에게 당신도 방관자라고 비난한다. 실제 정엽은 바로 보통의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은 적당히 사회의 때가 묻는 소시민. 그는 다빈과 민준을 귀찮아하고 그들이 지숙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서울로 떠나버린다.

정엽뿐만이 아니다. 다빈의 담임선생님, 아동복지센터 직원들, 그리고 파출소 경찰들과 다빈의 이웃 사람들 모두 방관자이다. 그들은 모두 다빈과 민준이 학대를 당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기 싫다며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민준의 죽음과 굳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다빈의 모습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 아팠다. 실제 사건에게 B양의 친부인 김씨에게 4년형이 선고되었다고 한다. 임씨의 학대를 묵인하고 방조했던 김씨. 그는 지금 출소하였을 것이고, 어쩌면 아직 미성년자인 B양의 친권 행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을 하니 오싹하다. 어찌하여 우리나라의 법은 이토록 물러 터졌단 말인가. 이따위 물러터진 법을 만든 대한민국의 성인 전체가 바로 방관자인 셈이다.

이동휘 캐스팅의 득과 실

[도가니]와는 달리 [어린 의뢰인]은 그래도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조금이라도 열어준다. 그리고 바로 그 틈은 정엽을 연기한 이동휘이다. 솔직히 이동휘는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어두운 영화와 어울리기에 이동휘의 연기는 너무 밝다. 실제로 이동휘가 다빈, 민준과 만나 투덜거리면서도 같이 놀아주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빈과 민준이 정엽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지숙 앞에 서면 다시 숨이 탁하고 막힌다. 그런 면에서 유선의 연기는 이동휘와는 달리 지독할 정도로 이 영화와 어울렸다.

만약 정엽이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그래서 영화 내내 다빈과 민준이 지숙에게 학대되는 장면으로만 채워졌다면, 나는 정말 [도가니]를 봤을 때처럼 괴로웠을 것이다. 다행히 정엽 덕분에 지숙에 의한 괴로움이 잠시라도 치유될 수 있었던 셈이다. 과연 이러한 이동휘의 캐스팅은 득일까? 실일까? 글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이동휘의 캐스팅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적 만듦새를 객관적으로 따진다면 이동휘의 캐스팅은 실패에 가깝다. 어쩌면 이 영화가 20만 관객만을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한 이유일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어린 의뢰인]을 보고 나니 정말 하기 싫었던 숙제를 끝마쳤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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