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은 왜 역사를 왜곡시켜야만 하는가?
enterskorea 2019.10.29 10:04:13
일본은 왜 역사를 왜곡시켜야만 하는가?
(얼마 전 즉위식을 치른 '나루히토 일왕'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47&aid=0002244257 ⓒ 아사히신문 대표 촬영=연합뉴스)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 일본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일본은 ‘미래 지향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를 직시한다는 것이 자신들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황국사상을 내세워 아시아를 침략했던 일본이 만약 자신들의 과거를 본격적으로 직시하기 시작한다면 그렇게까지 침략적이었던 이유와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메이지 정부와 일왕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것이고, 현재의 상징 일왕제에 대한 비판까지도 본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은 근현대사를 파헤쳐 나가는 일을 되도록 피해 왔고 외면해 왔다. TV 드라마만 해도 메이지 유신 이후의 역사드라마는 거의 방영된 적이 없다. 특히 1868년 메이지 원년으로부터 1889년 메이지 헌법 제정까지의 약 20년간에 걸친 일본 역사를 TV 드라마로 다루면 일왕제가 만들어져 가는 인위적인 과정을 많은 일본인들이 알게 될 것이다.
일본의 대중들이 객관적으로 역사를 검토하기 시작하면 일왕제의 성립 기반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국론이 분열되어 국가가 위기에 빠질 뿐이라고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부러 황국사상을 깊이 연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서 만세삼창을 하는 '아베 일본 총리'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28&aid=0002472161 ⓒ 아사히신문 대표 촬영=연합뉴스)
일본은 세계의 중심이고 조선이라든가 중국은 야만족에 불과하다는 논리는 근대에 들어와서 처음 생긴 것이 아니라, 17세기쯤부터 형성되어온 세계관이다. 일본 우월론의 중심은 정치론이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왕이 국민이 친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역성혁명으로 얼마든지 왕조를 타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만은 일왕과 국민이 같은 혈통을 갖는 친 부자지간이므로 역성형명 자체가 일어나지 않으며, 일본이 생겨난 이래 역사적으로 한 번도 일왕의 혈통이 바뀌거나 중심이 흔들린 적이 없으므로 나라가 안정되어 왔다는 것이 일본 우월론과 일본 중심 세계관의 핵심 부분을 이룬다.
일본은 이러한 세계관을 메이지 시대에 실천하였다. 당시 일본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통해 한국에 대한 보호권을 확보한 다음 1910년 8월 한국을 병합하여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러고선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본은 1932년 괴뢰 만주국을 건립하여 중국 대륙 침략을 본격화했다. 그 후 1937년 중일전쟁에 돌입, 1941년에는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를 침략하겠다는 도발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일본 중심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신념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의 아시아 침략의 논리가 황국주의에 있었으나 침략을 합리화했던 그 논리 자체에 그동안 한 번도 깊고 본격적인 비판이 가해지지 않았다. 즉 현재 일본인들은 과거를 직시하는 기초적 사고방식이라든가 교양지식 자체가 부족한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은 주변 국가들에게는 ‘미래 지향적’이라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문제점도 숨길 수밖에 없다.
과거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않고서 어떻게 ‘미래’를 볼 수 있겠는가. 일본의 일반 대중들은 과거의 사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식자들과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판단력이 생길 만한 자료는 되도록 대중화하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
(1990년 아키히토 당시 일왕 즉위식 때 열린 카퍼레이드의 모습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28&aid=0002467928)
일본인들의 올바른 판단을 마비시킨 가장 중요한 책임은 전후 일본의 지도자들과 그들이 해온 교육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위대하다고 교육을 받았던 인물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일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특히 히로히토 일왕은 인민의 아버지로 군림했다. 국민을 위한다는 감동적이고 교훈 어린 이야기를 수없이 듣다 보면 머릿속에는 그 인물이 친부모 이상의 가치 있는 존재로 각인될 것이다.
나 경우는 전후 세대라서 일왕의 은혜에 대해 교육받지도 않았고, 일왕을 부모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히로히토 일왕에게 환호를 보내며 일장기를 흔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었고 이상하게까지 느껴졌었다.
그러므로 한일 간에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세대는 어쩌면 전후 세대 간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미래의 한일을 생각해 볼 때 전후세대들의 교류 확대가 한일 간의 진정한 이해와 우정을 확립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