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먹고, 마시고, 노는 것 같은데 어떻게 비즈니스까지 잘하지?

비즈니스 트립?

나는 직업상 여행을 많이 다닌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즈니스 트립이다. 기업인들과 함께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혹은 동종 업계 벤치마킹을 하기 위한 트립을 자주 한다. 그러다 보니 남들 눈에는 재미있게 여행하면서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사실 또한 그렇다.

흔히 비즈니스 트립이라고 하면 사업자 관점에서 보고, 듣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비즈니스 트립은 사업자 관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자 관점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사업자 관점으로 보기 전에 소비자 관점으로도 보아야 한다.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저자 배명숙 대표)

소비자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소비자로서 끌리는 것, 좋아 보이는 것을 본다는 의미이다. 똑같은 음식점이라도 어떤 음식점은 너무 만족스러워 또 오고 싶고, 어떤 음식점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미술관이나 서점과 같은 문화공간도 마찬가지다. 더 눈길을 끌고,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곳들이 있다. 그렇게 소비자 관점에서 만족스럽고 즐거웠다면 사업자 관점으로 다시 보아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아 보였던 것들은 얼마든지 사업으로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꼭 큰돈을 들여 해외로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도 비즈니스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곳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한남동이다.

('한남동', 화가 이종기 作)

왜 한남동일까?

한남동에는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가 가득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문화 공간들도 많다.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도 있어 비즈니스 트립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기업의 주력상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매장을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한다, 한남동에는 기업들이 자사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고 더 나아가 다른 브랜드에도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만든 수많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SPC그룹의 ‘패션5’, 동서식품의 대표 브랜드 맥심의 ‘맥심 플랜트’, 삼성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만을 모아 놓은 편집숍 ‘비이커’ 등이 모두 한남동에 자리 잡은 플래그십 스토어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철학을 풀어놓은 문화공간도 다양하다. 블루스퀘어를 시작으로 용산구청과 파리크라상이 손을 잡고 만든 용산공예관, 신선설농탕이 고객들과 문화를 나누기 위해 만든 스페이스 신선 그리고 현대카드의 야심작 뮤직 라이브러리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굵직한 문화공간들이 이어져 있다.

(한남동 거리 모습)

큰길만 보면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건물들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골목길에 접어들면 풍경이 또 달라진다. 한남동 골목에 들어선 매장들은 하나같이 독특한데, 언제부터인가 문화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 한남동에 터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미적 감각을 발휘해 주택을 개조하고, 카페나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도 자기만의 독특한 감성을 담아 붉은 벽돌집을 멋지게 바꾸면서 지금의 독특한 한남동 골목이 만들어졌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에서는 관점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접하면 접할수록 관점이 다양해져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한남동이 더욱 매력적이다.

비즈니스 트립, ‘잘’하는 방법

- 그곳만 보지 말고 주변까지 함께 봐라

어떤 곳에 매장이나 건물이 들어설 때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들어서지 않는다. 그 건물이나 매장이 그곳에 있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주변까지 함께 돌아봐야 한다.

- 내부를 구석구석 살피고 외관까지 봐라

그곳의 브랜드 네이밍, 상품의 특징, 메뉴판의 구성, 인테리어 및 공간 설계 등을 살펴보고, 내가 소비자라면 어떤 점이 매혹적인지, 내가 사업자라면 어떤 점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또한 그곳을 오고 가는 고객층을 관찰하여 남녀 성비, 연령대 등도 정리해보자. 내부를 꼼꼼하게 보는 것과 아울러 외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외관을 어떻게 디자인했고, 어떤 재료를 사용해 꾸몄는지 살펴보면 그 곳이 추구하는 가치와 차별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한 번만 가지 말고 여러 번 가라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수많은 사람이 추천했음에도 막상 가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가 있다. 실망하기에 앞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들러볼 것을 권한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배명숙> 저

책이있는풍경, 2019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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