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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나만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12  쭈니 2019.10.08 17:47:53
조회 203 댓글 2 신고

감독 : 빌 홀더만

주연 : 다이안 키튼, 제인 폰다, 메리 스틴버겐, 캔디스 버겐

사랑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 나는 내 젊은 시절 유행했던 노래를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 노래들을 듣다 보면 나의 10대와 20대 시절의 풋풋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몇 년간 짝사랑만 했던 첫사랑, 대학 시절 잠시 썸을 탔던 후배, 그리고 내게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던 못된 그녀까지... 젊은 시절 들었던 노래 속에는 내 깊은 곳에 보관해두었던 추억이 함께 서려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젊은 시절 풋사랑을 추억하다 보면 지금 현재 내 곁에 있는 아내에 대한 사랑에 되살아난다. 지금 나는 옛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그녀들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닌, 결혼 17년 차가 되면서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되살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가끔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느닷없는 고백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징그럽게 왜 그래?"라며 나를 밀치지만 그렇게 싫은 표정은 아니다. 청춘의 열정적인 사랑만 사랑이 아니다. 중년 부부의 애정 표현 또한 사랑이다.

[북클럽]은 중년을 넘어 이제 노년이 되어 가는 네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를 보며 나도 20년 후 여전히 아내에게 "사랑해."라며 고백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러고 싶다. 사랑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니까.

그녀들의 사랑

다이앤(다이안 키튼), 비비안(제인 폰다), 캐롤(메리 스틴버겐), 섀론(캔디스 버겐)은 성격도, 직업도 다르지만 매주 한 권을 책을 함께 읽고 그 책에 대해 토론을 하는 '북클럽'의 친구들이다. 그녀들의 이번 주제는 비비안이 추천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다. 맞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젊은 억만장자 크리스찬 그레이와 순수한 사회 초년생 아나스타샤 스틸의 가학적인 사랑을 그린 '엄마들의 포르노'라 일컬어지는 소설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으며 '북클럽'의 네 친구들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남편과 사별한 다이앤은 멀리 떨어져 사는 딸들의 성황에 못 이겨 비행기에 탔다가 매력적인 비행기 기장 미첼(앤디 가르시아)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남자와 섹스는 하지만 함께 잘 수는 없는 호텔 사장인 비비안은 첫사랑인 아서(돈 존슨)과 우연히 만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흔들린다. 유명 셰프인 캐롤은 남편 브루스(크레이그 T. 넬슨)와의 뜨거운 감정을 되살리려 애쓰고, 연방판사인 섀론은 인터넷 만남 사이트를 통해 조지(라차드 드레이퓨즈)와 만남을 가진다.

솔직히 이들의 사랑은 특별하지는 않다. 만약 젊은 20대 여성들의 사랑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이게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밋밋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젊지 않고, 그렇기에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에 주저한다. 늙은 그녀들의 사랑, 이것이 [북클럽]만의 장점이다.

다이앤의 사랑이 가장 공감되었다.

나는 네 친구들의 사랑 중에서 다이앤의 사랑이 가장 흥미로웠다. 솔직히 섹스는 좋지만 사랑은 싫다는 돈 많은 싱글녀 비비안의 사랑은 공감하기 어렵고, 비아그라가 필요한 남편 브루스로 인하여 고민하는 캐롤의 사랑은 그냥 코믹하기만 했다. 만남 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섀론도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이앤의 사랑은 공감된다. 그녀의 딸들은 다이앤에게 노인이 혼자 사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신들과 같이 살자고 보챈다. 그러려면 다이앤은 '북클럽' 친구들과 떨어져야 한다. 그녀의 딸들은 다이앤과 미첼의 사랑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그녀들 입장에서 다이앤은 여자가 아닌 그냥 자신들의 엄마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노인이 된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시선이 아닐까?

영화 후반부 다이앤은 딸들에게 선언한다. "어떤 남자가 있는데 내가 포기하고 있던 것들을 꿈꾸게 만들어줬어. 그 사람은 내가 세상을 궁금해하고 흥미를 갖게 해줬어. 물론 잘 안될 수도 있어.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인생이야. 나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 인생이 다 끝난 건 아냐. 난 더 탐험하고 싶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맞다. 늙었다고 나만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이앤의 선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북클럽]은 그러한 아주 작은 공감만으로도 충분히 1시간 40분을 투자할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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