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송 작가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건 완벽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짧더라도 이력이 있는 작가라면 더 그 이력을 부각해서 써야 한다. 프리뷰 경험이 있거나 단기 자료조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면 기간과 프로그램을 꼭 명시하면 좋다. 방송 작가를 시작하는 경우 작은 경력 하나도 후배를 선택하는 선배들의 입장에선 큰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내가 처음 작가 일을 시작할 때 쓴 자기소개서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당시 나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콘셉트로 나의 장점을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정리한 글의 형식으로 썼다. 물론 자기소개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단 한 번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최근 받아본 자기소개서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독특한 형식이 있는데 라디오 DJ가 되어 본인을 소개한 글이었다. 이처럼 자기소개서는 보는 이들이 혹할 수 있는 형식을 정해 작성하면 본인을 어필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소소한 팁을 하나 더 얹자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낼 때 해당 프로그램을 모니터 한 뒤 장점과 단점을 적어 함께 첨부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나의 관심도를 보여줄 수 있다. 이력서를 보낸 뒤 반갑게도 면접 연락이 왔다. 이때 또 중요하다. 작가들은 섭외 전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전화 통화 하나로 상대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 첫 전화 통화에서 밝고 적극적으로 통화하는 걸 추천한다.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다음은 면접이다. 사실 경력이 없는 후배 작가들의 면접에서 선배들이 보는 것은 정해져 있다. 밝은 성격과 당당한 면접이다. 워낙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밝은 성격의 후배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또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자세면 더 좋다.

[예비 방송 작가들의 궁금증 Q&A]

“글을 잘 써야 하나요?”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면 좋다. 하지만 방송에서 쓰는 글은 순수 문학의 글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와서 감을 익히고 배우면서 쓰는 게 더 빠를 수 있다.

“나이가 많으면 작가를 할 수 없나요?”

한 프로그램에 작가가 최소 2~3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이 모여 한 팀으로 움직인다. 팀을 꾸리는 메인 작가 입장에서는 연차와 나이를 고려해 팀을 꾸리게 되는데 이때 각 작가의 나이를 고려하는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5년 차 작가가 28살인데, 신입 작가가 32살일 경우 서브 작가들이 불편함을 토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크게 작가를 시작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작가가 나이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이보다 실력, 연차가 중시되는 조직이 방송 작가이기 때문이다.

“입봉은 어떻게 하나요?”

연차가 쌓이면 입봉은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만, 그 안에서의 과정이 존재한다. 기본적인 자료조사 단계를 벗어나 내 글을 쓰게 되는 중요한 단계다. 선배 작가들의 인정을 받아야 빨리 입봉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서브 작가가 된 뒤 메인 작가가 되는 과정도 입봉이라고 하는데, 메인이 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 그 긴 기간 동안 서브 작가로 있으면서 내가 쓰는 대본의 분량을 점차 늘려가게 된다.

방송 작가라는 직업은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남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늘 진정성 있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글을 쓰기 위해 수많은 눈물을 흘리고 땀을 흘린다. 숙직실이 내 집보다 편안해질 때까지, 새벽 귀가 덕에 택시비가 월급의 반 이상을 차지할 때까지, 발에 땀이 나도록 현장을 활보해야 해서 구두를 신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 때까지… 우리 방송 작가들은 늘 방송국에 그리고 현장에 있다.

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원진주> 저

힘찬북스, 2019년08월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