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도 배우는 시대, 꼬마빌딩의 시작

2010년대 초중반은 부동산 시장, 특히 빌딩 시장이 활황이었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더라도 저금리 대출을 등에 업고 ‘어쩌다 건물주’가 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화고, 상황이 달라졌다. 빌딩 매매를 포함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었고, 담보대출은 어려워졌으며,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웹으로 인해 고급 정보는 소수의 독점이 아닌 대중의 것이 되었다. 돈줄이 막히고 딱히 나만의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아무나 어쩌다 건물주가 되기 어려워졌다.

물론 금수저로 태어나 어쩌다 건물주가 된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돈이 남아돌아서 빌딩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꼭 성공한 건물주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두뇌가 명석하다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돈이 많다고 해서 좋은 빌딩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좋은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실패한 투자자가 될 것이다.

지금은 건물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이다. 잘 알아야 건물주가 될 수 있고, 잘 알아야 보유한 빌딩의 가치를 키울 수 있으며, 잘 알아야 합법적으로 절세하면서 매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쩌다 운이 좋아 건물주가 된 것이지 뭐겠어?”라고 시샘할 일이 아니다. 부러워하기보다는 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빌딩이 있다. 그중에 주인 없는 빌딩은 없다. 그러니 역설적이게도 당신이 그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빌딩을 사야 후회하지 않을까? 과거를 잘 살펴보면 현재 부동산 시장의 변동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나아가 현재를 직시하면 근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먼저 과거부터 살펴보자. 빌딩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것은 1차적으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절대적 투자처인 아파트 시장의 붕괴로 투자자들은 아파트 투자의 대체재로서 꼬마빌딩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673조 원 수준이던 단기부동자금이 2017년 1,079조 원까지 증가하면서 서서히 빌딩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 8.2부동산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를 펼치자, 즉 매도 위주의 정책을 펼치자 자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상가 건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묻어두기 식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땅’이나 정책 리스크가 큰 ‘아파트’의 대체재로서 꼬마빌딩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꼬마빌딩이란 무엇인가? 꼬마빌딩은 말 그대로 작은 빌딩이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꼬마빌딩들에 근생시설이 입점하면 골목상권이 생겨난다. 즉 골목상권이 바로 근생상권이 된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조용한 골목 안 주택가에 근생시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상권이 형성된다. 그 결과 주거지역으로서의 쾌적성과 편안함을 잃게 되어 기존 거주자들은 주택을 매도한다. 물론 가격은 조금 오른 상태이다. 반대로 매수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매입에 나서게 되고, 또 다른 근생시설을 만들게 된다. 새로 생긴 가게를 찾아 더 많은 유동인구가 유입되면서 매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매수자들은 수익을 좇아 적극적으로 매입하려 한다. 자연스럽게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해당 상권의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투자수요와 여유자금이 꼬마빌딩으로 꾸준히 이동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아파트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둘째, 2010년대 초반부터 빌딩을 매입한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관리서비스 업체가 많이 생겨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셋째, 빌딩은 아파트처럼 공동시설이 아니라서 소유주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넷째, 단돈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공유 지분으로 매입해서 사전증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처로 가치가 있다. 다섯 째, 임대는 물론이고 직접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끝으로, 언론을 통해 자주 소개되는 연예인들의 성공담 때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위의 6가지 요인은 향후 1~2년 안에 쉽게 사라질 것들이 아니어서 빌딩이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과거 없는 현재, 현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미래란 있을 수 없다. 과거와 현재의 패턴을 분석하면서 한 치 앞이 아니라 두 치 앞까지 내다보는 사람만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란 현재 시점에서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건물주란 없다 <오동협> 저

영림카디널, 2019년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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