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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웨인 로버츠

주연 : 조니 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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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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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이 넘어가기 가끔 내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았던 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순간이 훨씬 적게 남았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그러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불의의 사고로 예기치 못한 죽음을 당하는 것, 그리고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까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내 죽음의 순간도 다양하다.

하지만 한 가지 나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이 있다.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내 인생이 판타지, SF 영화가 아니라면 그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비루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게 다가온 죽음을 당당하게 정면으로 쳐다보고 싶다. 그것이 내 작은 소망이다.

[수상한 교수]는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영문과 교수인 리차드(조니 뎁)는 폐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치료를 받는다면 1년에서 길어봤자 1년 반,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고작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인생. 처음에 리차드는 당황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그러한 리차드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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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죽음을 알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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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알게 된 리차드는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알리려 한다. 하지만 딸 올리비아(오데사 영)는 "나 여자를 좋아해요."라며 커밍아웃을 해버리고, 곧이어 아내 베로니카(로즈마리 드윗)는 "나 당신 상사랑 했어."라며 폭탄선언을 해버린다. 결국 리차드는 가족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직장 동료이자 절친인 피터(대니 휴스턴)에게만 시한부 사실을 알린다.

사실 내 죽음에 대한 상상을 할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가족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가족에게 비밀로 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냥 가족에게 빨리 알리는 것이 낫지 않아?"라고 짜증을 냈지만 막상 내가 그러한 상황이 된다면 나 역시 주저할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이 나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피터의 경우는 딸과 아내의 충격 고백 때문에 자신의 죽음을 알릴 타이밍을 놓쳤지만 이후에도 그는 굳이 아내와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긴다. 그렇기에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올리비아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리차드에게 감정이입을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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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신나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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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를 선고받은 리차드는 엉뚱한 행보를 한다. 아내의 불륜 사실을 쿨하게 넘기면서 자신도 쾌락을 맘껏 즐기겠다고 선언한다. 학생들에겐 이상한 수업 방식을 선포하고 수업을 안 들어도 C학점을 줄 테니 듣기 싫으면 지금 당장 나가라고 말한다. 그의 이상한 수업 방식은 마음속 깊이 감명 깊은 책을 읽고 각자 그 책에 대해 발표를 하는 것이다. 언제나 정해진 정답만을 외우며 사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물론 리차드의 엉뚱한 행보 중에는 우리의 정서상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도 있다. 동성애자인 남성 제자가 입으로 해주겠다고 할 때 '그러던지...'라며 승낙하는 장면에선 스승과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학생들과 마리화나를 피우며 수업하는 장면에선 마약에 대한 경각심 때문에 거부감이 밀려왔다.

술집에서 웨이트리스를 꼬셔 화장실에서 섹스를 하는 장면에서는 웨이트리스에 대한 비하가 느껴지기도 했다. [수상한 교수]는 그러한 장면들을 관객으로 하여금 코믹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영화를 아들과 함께 보지 않기를 잘 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보수적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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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그가 진정 찾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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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를 선고받은 리처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학교에 안식년을 신청하는 것이다. 솔직히 6개월 시한부라면 안식년 신청이 아니라 퇴사를 하고 자유롭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굳이 리차드는 아내와 바람을 피운 학장을 협박하면서까지 안식년 신청을 고집한다.

그렇게 안식년이 받아들여진 리차드는 딸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홀연히 떠난다. 찾고 싶은 것이 있다며... 죽음을 앞둔 그가 진정 찾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뒤늦게 행복을 찾고 싶었던 것이라면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혹시 가족에게 얽매였던 과거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딸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수상한 교수]는 죽음 앞에서 당당한 리차드의 모습에서 영화적 재미를 안겨주지만, 그러한 재미가 끝까지 가지 못하고 어영부영 끝이 난다. 아마도 리차드의 마지막 선택이 공감되지 않아도 더욱더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리차드의 그러한 당당한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것이다. 나도 죽음을 앞두고 그럴 수 있을까? 영화를 본 후 또다시 내 죽음에 대해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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