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방송 작가가 알려주는 섭외의 기술

하루에는 적게는 수십 통, 많게는 수백 통도 넘게 전화를 하는 게 방송 작가들이다. 특히 연예인들은 스케줄을 맞추는 게 어렵기 때문에 평균 촬영 한 달 전, 최소 2주 전에는 섭외 연락을 돌려야 한다. 섭외를 할 때는 가장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인 섭외와 연예인 섭외, 그리고 장소 섭외다.

먼저 섭외 시 가장 어려운 대상은 일반인이다. 단연 방송 경험이 없으니 부담감도 더 클뿐더러 신상이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때문에 섭외 시 꼭 신상에 대한 공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일반인 섭외는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야 한다. 섭외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은 두고 여러 번 접촉을 해보자. 오고 가는 정이 싹틀 수 있도록.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섭외가 쉬운 편이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불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시로 일정 확인은 필수다. 또 섭외됐다 하더라도 일주일 전, 이틀 전, 하루 전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것을 당부한다. 매니저가 한 명의 연예인만 맡아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가 잊지 않도록 해주는 게 좋다. 또 연예인을 섭외할 때 확인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혹시 내가 섭외하려는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와 현재 그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지 혹은 프로그램의 장르가 비슷하지는 않은지 체크해봐야 한다.

장소를 섭외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먼저 적합한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찾은 뒤에는 반드시 방송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해당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공문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야외 촬영일 경우 드론을 띄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역시 드론을 띄어도 되는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답사를 하러 가서 정확히 장소를 눈으로 보고 섭외를 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장소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사진을 미리 받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방송 작가에게 인맥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한번 맺은 인연은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선배들은 물론, 방송에서 알게 된 분들, 출연자 혹은 매니저들까지 항시 안부를 묻는 연락을 한다. 전화가 어려울 때는 문자라도 남긴다. 그렇게 내 휴대폰에는 3000여 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작가에게 인맥이 중요한 타이밍은 하루에도 두세 차례 이상 발생한다. 지난해 ‘유기견 안락사 제로 프로젝트’라는 명분을 걸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다. 당시에 촬영 일정이 갑작스럽게 잡히면서 단 이틀 만에 지방 촬영에 동행해 줄 개그맨을 섭외해야 했다. 참 전화를 하는 것조차 민망한 상황이었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개그맨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잘 지냈죠?”

“오~ 작가님 잘 지내죠? 무슨 일이에요?”

“다름이 아니라 급하게 지방 촬영을 가야 하는데 시간 괜찮을지 해서요.”

“언젠데?”

“내일 모레.”

“와우! 알겠어~ 작가님이 하는 거면 내가 없는 시간도 빼서 가야지!”

“정말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미안한 마음에 슬쩍 얘기를 꺼냈는데, 출연료도 묻지 않고, 지방이 어딘지도 묻지 않고 오케이 해주는 게 아닌가. 이렇듯 인맥은 방송 작가에게 부단히 노력해서 지켜야할 항목 중 하나다.

- 나의 인맥 관리 법

1. 명절에 지인들에게 빼놓지 않고 안부 묻기

국장님, 부장님, 선배 작가, 후배 작가, 매니저, 기획사 대표, 친한 연예인 등

2. 가까운 사람의 생일 혹은 시상식은 반드시 챙기기

카톡 메시지라도 꼭 남기자.

3. 해당 지역에 가면 꼭 재방문하기

촬영했던 일반인들의 경우는 해당 지역에 내려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전화로라도 안부를 묻고, 시간이 맞는 경우 찾아뵙고 온다.

[방송 작가에 관한 흔해 빠진 오해 4탄]

“프리랜서라서 프리할까?”

직업이 방송 작가라고 하면 매일 쉬는 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역시 본인의 선택이다. 내가 아는 작가는 6개월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또 나머지 6개월은 일한 만큼 쓰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꼭 명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프리랜서에게는 경력관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난 후배들에게 꼭 당부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신입 작가부터 입봉하고 1년은 절대 일을 쉬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 이유는 선배인 입장에서 보면 입봉하고 난 뒤가 가장 중요한데, 그 사이 공백이 생기면 ‘이 친구가 감을 잃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서브 작가로 입봉을 했다면 절대! 최소 1년은 열심히 일하자. 그리고 신입 작가와 서브 작가 때는 한 프로그램에 최소 10개월 이상은 있는 게 좋다. 신입 작가와 서브 작가일 때 경험한 프로그램에서의 경력이 짧다면 ‘아, 그 정도의 성실성’이라고 앞서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원진주> 저

힘찬북스, 2019년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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