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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제임스 그레이

주연 : 브래드 피트, 토미 리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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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의 첫 SF 영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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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아스트라]는 브래드 피트의 첫 SF 영화라고 한다. 뭐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할리우드 스타 중의 스타인 브래드 피트가 한 번도 SF 영화를 찍지 않았다고? 그럴 리가... 그래서 브래드 피트의 필모그래피를 최근작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봤다. 2013년에 개봉한 마크 포스터 감독의 [월드워Z]가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SF 영화라기보다는 공포 영화에 더 가깝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이번엔 1996년에 개봉한 테리 길리엄 감독의 [12 몽키스]가 나온다. 이 영화는 분명 SF 영화이다. 비록 우주가 아닌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결국 [애드 아스트라]는 브래드 피트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첫 번째 SF 영화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애드 아스트라]를 보기 전 SF라는 장르에 집착한 이유는 우주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인류에게 있어서 아직 미지의 영역인 우주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상력은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집약된다. 지금까지 할리우드는 이러한 공포, 경이로움을 재미있게 꾸며냈다. [애드 아스트라]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마치 영화의 재미가 어느 정도는 확보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SF 영화가 영화적 재미를 당연하게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다. 나는 이 영화를 고등학생 시절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 2049] 등 영화적 재미보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는 SF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그리고 단언컨대 [애드 아스트라]도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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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기대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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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대로 나는 [애드 아스트라]가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에 대한 경이로움을 영화적 재미로 이끌어낸 SF 영화일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기에 영화가 이러한 나의 기대와는 달리 철학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어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물론 내가 철학적 메시지를 지닌 SF 영화를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나는 무지 재미있게 봤으니까. 문제는 [애드 아스트라]가 내게 잘못된 기대를 안겨줬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정보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내 잘못이기도 하지만, 상업적 SF 영화처럼 포장된 [애드 아스트라]의 잘못이기도 하다.

[애드 아스트라]의 내용을 되짚어 보자. 가까운 미래, 인류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리마 프로젝트의 전 대원은 실종된다. 그리고 30년 후 미 육군 소령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우주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인 써지 사태로 인하여 죽을뻔하는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얼마 후 우주사령부로부터 써지 사태가 리마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으며, 리마 프로젝트의 리더이자 죽은 줄 알았던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토미 리 존스)가 주범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비밀을 듣게 된다.

영화는 로지가 클리포드를 막기 위해 달, 화성, 그리고 해왕성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로지의 여정에는 온갖 위험이 뒤따른다. 달에서는 우주 해적의 공격을 받고, 화성으로 향하는 동안에는 우주에서의 실험으로 괴물이 되어 버린 유인원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모면한다. 화성에서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우주사령부의 음모론이 제시되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해왕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 몰래 올라탄 이후에는 승무원들과의 혈투가 기다리고 있다. 이쯤 되면 영화 마지막 부분, 해왕성에서 또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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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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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해왕성에서 기다리는 것은 실패한 임무에 집착하는 클리포드의 무기력한 모습뿐이다. 리마 프로젝트가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이기에 써지 사태가 인류를 위협하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의 소행은 아닐까? 혹은 클리포드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걸작 [지옥의 묵시록]의 커츠(말론 브란도) 대령처럼 위험한 미치광이가 되어 지구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온갖 상상을 했던 나에게 백내장으로 눈조차 잘 보이지 않은 초췌한 클리포드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결국 써지 사태는 단순한 사고 때문이었다. 그곳엔 위협적인 우주의 지적 생명체도, 미치광이가 된 클리포드도 없다. 온 인류의 기대를 품고 대원들과 함께 해왕성으로 떠난 클리포드는 기대했던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지 못하고 리마 프로젝트가 실패하자 그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는 지구로 돌아가 실패자로 기억되느니 차라리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되어 영웅으로 기록되길 원한다. 그렇기에 지구로 돌아가자는 대원들을 제압하고 혼자 해왕성에 남아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솔직히 허무했다. 해왕성으로 향하기는 동안 로이가 겪었던 수많은 위험을 감안한다면 해왕성에서는 클라이맥스에 어울리기 더 거대한 위험이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해왕성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늙은 클리포드뿐. 영화가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달에서의 우주해적 장면, 화성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괴물이 된 유인원 장면은 제작사가 영화의 재미를 위해 제임스 그레이 감독에게 압박을 가해서 억지로 삽입한 장면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영화 중반까지의 과정과 마지막 후반부의 장면이 마치 서로 다른 영화인 듯 괴리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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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에서 로이가 느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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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에 아무것도 없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치 상업적인 SF 영화인 것처럼 진행되던 [애드 아스트라]는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의 주제, 가족의 소중함이다.

클리포드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임무를 위해 가족을 등졌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아내도, 아들도 염두에 없었다. 오로지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것, 그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 해왕성에서조차 우주 지적 생명체에 대한 신호도 찾을 수 없게 되자 대원들은 지구로 돌아가자고 클리포드에게 항변하고 클리포드는 오랜 시간 동안 동고동락한 가족과도 같은 대원들을 모조리 죽이고 철저히 혼자가 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런데 사정은 로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아내 이브(리브 타일러)는 로이를 사랑하지만 로이의 닫힌 마음을 열지 못해 외로워한다. 그리고 결국 로이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로이는 그러한 이브의 결심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클리포드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가족보다는 임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해왕성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처음엔 프루이트(도날드 서덜랜드)와 동행하지만 프루이트는 달에서 낙오되고, 해왕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서는 임무를 위해 대원들을 모두 죽이기까지 한다. 해왕성으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 그는 끊임없이 '나는 혼자다'를 되뇐다. 그리고 임무 때문에 가족을 저버린 클리포드의 망가진 모습을 본 후 그제서야 이브를 향한 그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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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이지만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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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아스트라]는 SF 영화처럼 꾸며져 있지만 사실 우주라는 공간을 없애고 나면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곁에 아무도 없음을 느낀다. 그렇게 혼자가 된 후에야 '나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달렸단 말인가?'라는 후회를 하게 된다. 클리포드의 비루한 최후는 죽는 순간까지 앞만 보고 달리고자 했던 어리석은 자의 모습이다.

다행히 로이는 클리포드의 마지막 모습을 본 후 깨닫게 된다. 이브에 대한 그리움을 말이다. 해왕성에서 지구로 향하는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로이는 혼자가 된 외로움을 느꼈고, 클리포드와는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이브에게 돌아간다. 아버지의 실패를 통해 아들은 그렇게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클리포드의 희생이 헛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아버지는 굉장히 무뚝뚝한 분이었다. 그 시절 여느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따뜻하게 사랑한다는 한마디 해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항상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계시다.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아들에게만큼은 권위적인 아버지가 아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한다. 글쎄, 그러한 내 노력을 아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 노력이 실패한다고 해도 아들은 그러한 내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지 않을까? 그렇게 아들이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애드 아스트라]라는 솔직히 지루한 영화였지만, 마지막 로이의 행복한 모습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