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래, 브리타니아 제국의 침략을 받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참고 : https://namu.wiki/w/%EC%BD%94%EB%93%9C%EA%B8%B0%EC%95%84%EC%8A%A4

참고 : https://namu.wiki/w/%EC%BD%94%EB%93%9C%20%EA%B8%B0%EC%96%B4%EC%8A%A4%20%EB%B0%98%EC%97%AD%EC%9D%98%20%EB%A5%BC%EB%A5%B4%EC%8A%88

황력 2010년 8월 10일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은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극동에서 중립을 외치던 섬나라와

세계 유일의 초대국 브리타니아

양자 사이에는 일본의 지하자원을 둘러싼

뿌리 깊은 외교상의 대립이 있었다

본토 결전에 있어 브리타니아군은

인간형 자유 전투 장갑기

나이트메어 프레임을 실전에 첫 투입

그 위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일본 측의 본토 방어선은

나이트메어에 의해 차례로 돌파 당해갔다

일본은 제국의 속령이 되었고

자유와 권리

그리고 이름을 빼앗겼다

에리어 11

그 숫자가 패전국 일본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나는...

난...

브리타니아를 박살내겠어

사람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브리타니아의 소년 를르슈가 바랬던 것도

조그만 행복에 지나지 않았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적어도 행동의 근원엔

인간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정말로 별 것 아닌 소망뿐이었다

그런 꿈을

그런 맹세를 누가 부정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에게 그런 자격이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싫더라도 타인과..

세계와 관계됨으로서 스스로를 규정하고

결정짓게 된다

그렇다면 개인의 바람 따윈

세계의 의지 앞에선 간단히 휩쓸려가버리는

허무한 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죄와 벌

운명과 심판

를르슈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스스로가 만든 과거이자

인간이 인간이기에 낳은 증오일 것인가

그렇더라도 지금은 감사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

적어도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임에

한 가닥 희망은...

작은 소망은...

절망 속이기에 피어난다

요즘 그동안 눈길도 가지 않던 만화(코믹스), 만화영화(TV / 영화 애니메이션)에 빠져 지내고 있다. 가끔 이렇게 꽂히면 질릴 때까지 보게 되는 경우가 있어 한동안은 이렇게 지낼 것 같다.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보고는 있지만 되도록 알려진 혹은 볼까말까 고민했던 것들 위주로 보고 있는데, 코드 기어스 시리즈의 경우는 다른 것들을 검색하다 관심이 들어 찾아보게 됐다.

흔히 R1 으로 불려지는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시즌 1 / 1기)’는 2006년 말(10월)에 방영을 했으니 10년(이 넘는) 전에 발표된 애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이 있고 최근 2008년 R2(시즌 2 / 2기) 방영 종료 후 10여년 만에 홍도, 반도, 황도라는 제목을 붙여 3편의 극장판으로 새로 다듬어 공개했고 이어서 속편(‘코드 기어스 부활의 를르슈’)도 발표해 다시금 관심이 높아져 보게 됐다.

열렬한 팬이 많고 방영 당시에 엄청난 인기와 반응을 얻었다고 해서 봤지만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면서도 개인적인 취향에는 조금은 맞지 않아 재미있게 보면서도 어쩐지 이런 저런 불만을 갖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불만도 있고 못마땅한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무척 재미나다. 근미래에 일본이 침략당해 지배를 받고 있다는 설정은 당시로서나 지금으로서나 무척 파격적이면서 신선하고 그런 상황을 단박에 뒤엎기 위해 주인공 를르슈가 어떤 책략을 구사하는지 매력적인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런 세계관이 인상적이고 이야기 또한 끊임없이 극적인 진행을 만들어(거의 회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계속해서 다음에는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증을 갖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는 (내용은 비슷하지 않지만) 드라마 ‘24’나 ‘프리즌 브레이크’처럼 끝내주는 몰입을 하게 해준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 시리즈 특유의 과장과 과잉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본 조건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쟤들 왜 저래? 하면서 자기 기분에 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세계관 자체는 아주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째서 브리타니아 제국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알 수 없지만 마치 유럽 절대군주 정재왕정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혹은 ‘은하영웅전설’의 은하제국을 빼닮은) 모습은 그에 대항하는 를르슈가 없었다면 새로울 것 없는 모습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를르슈가 중심에 있고 그가 없었다면 색다른 점도 특색도 없었을 것이다.

쉽게 설명한다면 ‘은하영웅전설’과 ‘기동전사 건담’ 그리고 CLAMP의 만화에서 느껴지는 감수성 과잉이 결합된 것 같다고 볼 수 있다. 학교(학원)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소동극과 제국과 반역(혁명), 축제(학원제)와 쿠데타가 뒤섞여져 있고 거기에 매회 반전이 있고 새로운 인물도 계속해서 등장하며 별의별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몰입과 열광 그리고 난해함과 어리둥절함이 오가게 된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몰아세울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혼란스럽지만 아주 흐트러지지 않고 잘 진행하고 통제하고 있어 (간신히 라는 생각도 들지만) 대단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위태롭지만 바로 그게 이 시리즈의 매력일 것 같다. 뛰어난 두뇌지만 때때로 무책임하고 어떤 경우는 크게 흔들릴 때도 있는 주인공 를르슈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박은 시리즈다.

이 시리즈가 만들어내는 재미 외에 대해서도 말할 부분은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일본이 전쟁에서 패해 식민지가 됐다”라는 배경 자체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 많다. 어떤 식으로 본다면 그럴 법한 세계관이지만 그게 일본이고 지배받는 모습에서 어쩐지 과거 일본이 침략을 했던 모습을 볼 수 있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하는 점” 자체를 문제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이게 일본에서 제작한 것이니 뭔가 찜찜한 구석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이걸 통해서 지배를 받아들이자는 입장으로 기울어지고 끝까지 독립을 주장한 입장이 점점 위축되던 문화통치(3.1 운동 이후 식민지 통치 방식) 시절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에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물음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를르슈였을까? 그게 아니면 반대되는 스자쿠였을까? 물론, 를르슈가 그런 식으로 일관되고 정돈된 입장을 갖고 있는 인물도 아니기는 하지만 이 들쭉날쭉하면서도 희한하게 매력적인 시리즈는 여러 가지로 접근해보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마음에 들다가도 싫다가도 한다. 평화를 말하는 이의 논리 모순과 반역과 혁명을 하려는 것인지 모든 것을 파멸로 향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습에, 때때로 자기감정에 취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까지 더해지면서 저것들 뭐하나? 싶기도 해 완결성이 그렇게 높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상할 정도로 흡인력을 갖고 있다. 걸리적거리는 것들 알면서도 그냥 빠져들게 한다.

“반전이나 우익 좌익 그런 건 별로 생각도 하지 않고 단순히 오락적 작품으로서만 추구해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진 않더라도 어쩐지 “철저하게 감독인 타니구치 고로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타니구치 고로의 작품 대부분은 개인을 억압하는 압제와 그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대립을 그리고 있고 정치색은 일절 넣지 않으며 코드 기어스는 제국주의와 식민지 구도를 따와서 주목을 받고 논란을 일으켰을 뿐 그의 다른 작품들과 다를 것도 없다. 타니구치는 집단주의나 시스템에 비판적인 성향을 표현하며 그의 캐릭터들은 국가, 민족, 대의를 위해서 싸운다기보다는 있을 장소, 지키고 싶은 것, 복수, 자아실현 등의 개인적인 이유로 싸운다. 일본 독립을 위해 싸운 캐릭터들은 애국심 때문에 싸웠다기보다는 있을 장소가 필요해서, 친구의 꿈을 잇기 위해서, 자신이 일으킨 기적에 책임지기 위해서 등 개인적인 이유가 동기였다. 브리타니아 측 캐릭터도 개인의 출세나 주군을 위해서, 속죄 등 개인적인 이유로 싸운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논할 정치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타니구치는 브리타니아는 미국이 아니며 다케다 세이지가 PD라고 해서 반전이나 반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 세상에 발버둥치는 것을 표현한 것” 으로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기지도 못할 것 같다. 이것도 한국인만의 근성 때문일까? 어쨌든 오락적으로만 재미로서만 이걸 보게 되진 않는다.

여러 가지로 논란이 될 수 있고 논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즐기기 보다는 이걸 실제 역사에 어떤 식으로 비교해볼 것이 있는지, 생각해볼 것들은 어떤 것들인지 찾아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그걸 통해 이 시리즈가 갖고 있는 장단점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진 않을까?

치밀? 까지는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세계관과 개성 있고 흥미로운 등장인물에 단지 볼거리로만 채워진 액션이 아닌 머리싸움과 속도 있게 진행하고 수시로 변하는 내용 전개까지 뭔가 어색하고 딱 들어맞진 않지만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아주 매끄럽고 견고한 완성이 아니지만 힘 있게 몰아붙이고 돌파해낸다. 그게 이 시리즈와 를르슈의 치명적인 매력 아닐까? 갈팡질팡하지만 그럼에도 길을 잃거나 헤매진 않고 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

CLAMP의 작화는? 한때는 CLAMP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 말을 아끼게 되지만 그들의 그림과 잘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어쩐지 전반적인 분위기가 CLAMP의 이전 만화들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넘치는 모습과 각자가 갖고 있는 특별한 집착에서 그들의 만화들이 떠올려진다. 그런 점에서는 서로 잘 맞는 것 같다. 서로 얻은 게 많았다.

하나의 완결이 아닌 R2로 가기 위한 쉼표(와 느낌표 그리고 물음표)로 된 마무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화제를 만들며 끝난 R1이었다. 파격의 연속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 할 것인지 궁금해 하며 R2를 곧장 이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