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사람이 먼저 사람을 위하는 세상을 희망하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 다함께 계곡으로 물놀이 간 적이 있다. 나는 기왕 하는 물놀이니 아이들이 좀 더 신나게 놀도록 주위의 큰 돌을 옮겨 물길을 막은 뒤, 야외 수영장을 만들어줬다. 가뜩이나 더운 날 낑낑대며 돌을 나르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아내는 ‘잠시 놀다 갈 건데 뭐 하러 그리 애를 쓰느냐’고 했다. 나는 ‘이렇게 해두면 다음에 여기 오는 사람들도 더 편하고 재미나게 놀지 않겠느냐’고 했고, 아내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 살면서 어떤 형태로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 역시 법조인으로든 이웃으로든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텐데, 이왕이면 그들에게 훈훈함을 전하는 사람이고 싶다. 작은 물놀이터 하나라도 다음 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만들고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도 이웃을 위해 가꾸며, 길 위의 쓰레기 하나라도 먼저 줍는다면, 그 작은 수고와 배려가 우리 사회를 좀 더 향기롭게 만들리라 믿는다.

무엇이 성공인가

 

많이 그리고 자주 웃는 것.

 

현명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아이들로부터 애정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잘못된 친구들의 배신을 견뎌내는 것.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는 것.

사람들 안에 있는 가장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작은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아있음으로 인해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조금 더 쉽게 숨 쉴 수 있었음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성공이다.

 

- 랠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시는 오랜 세월 내 삶의 훌륭한 지침이 되고 있다. ‘당신이 살아있음으로 인해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조금 더 쉽게 숨 쉴 수 있었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충만한 삶이겠는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법의 최전방에서 사회 정의와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법이 최선인 사회를 결코 희망하지 않는다. 법은 맨 뒤로 물러나 최악의 상황을 막아 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법대로 하기 전에 이웃에게 먼저 길을 터주고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눠주는 귀한 마음을 베풀 때, 법도 비로소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사람이 먼저 사람을 위하는 세상을 위하여 오늘도 나는 희망과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박영화> 저

행성B, 2019년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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