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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이즈 백] - 자식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의 좌절감을 맛볼 수 있다.
12  쭈니 2019.09.05 14:27:02
조회 65 댓글 0 신고

감독 : 피터 헤지스

주연 : 줄리아 로버츠, 루카스 헤지스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

1년에 수 백 편의 영화를 보다 보면 고민에 빠진다. 내가 영화의 완성도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는 영화 평론가가 아닌 만큼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고 싶은데, 솔직히 내 기준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재미없는 90%의 영화 때문에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차라리 그렇다면 영화를 볼 시간에 다른 즐거운 취미를 갖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것이 영화에 대한 나의 고민이다.

'이 영화 재미없어.'라며 혼자 투덜거리면서 수많은 영화를 보다가 결국 나는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바로 영화 속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는 것이다. 물론 도저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내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 둘은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영화 속의 캐릭터와 감정이입을 하고 나면 영화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되고, 영화의 커다란 단점보다는 아주 작은 장점을 먼저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나는 내가 선택한 90%의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영화를 보면서 후유증도 생겼다. 일단 공포 영화는 못 본다. 내가 귀신, 혹은 살인마에게 쫓기는 주인공이 된 것 같아서 너무 무섭다.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담은 영화도 꺼려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행복해져야 하는데 그런 영화들을 보면 너무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영화를 보고 나서도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벤 이즈 백]도 그러한 이유도 보기가 꺼려졌던 영화이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아들의 방문

오랫동안 관람을 망설였던 [벤 이즈 백]을 결국 봤다. [호텔 뭄바이]에 이어 또다시 보고 나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우울해지는 영화를 선택한 셈이다. [벤 이즈 백]은 약물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던 벤(루카스 헤지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예고도 없이 집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벤의 어머니인 홀리(줄리아 로버츠)는 벤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벤의 방문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가 그동안 약물 중독 때문에 벌인 소동 때문이다. 벤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결국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후에 다시 재활원으로 돌아간다는 조건 아래 집에 남게 된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 탈 없이 하룻밤이 지날 리가 없다. 벤이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은 술렁이고, 급기야 벤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 반려견 폰스를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한 벤은 폰스 찾기에 나서고, 벤을 혼자 보낼 수 없었던 홀리는 벤과 동행한다. 그러면서 홀리는 벤을 둘러싼 유혹을 실체를 만나게 된다.

당연하게도 나는 홀리에게 감정을 이입했다. (마약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기에 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는 없었다.) 그러고 나니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조마조마했다. 벤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아들이기에 믿고 싶지만 그렇다고 마냥 믿을 수만은 없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감이 [벤 이즈 백]을 보는 나를 압박했다. 정말 영화를 보며 너무 괴로웠다. 영화 후반부 경찰서에서 제발 우리 아들을 체포해달라고 애원하는 홀리의 눈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부모의 마음이 모두 같기 때문일 것이다.

벤의 진짜 모습과 마주한 홀리의 의심

[벤 이즈 백]은 과거의 벤이 마약에 중독되어 저지른 만행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집으로 돌아온 벤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과잉 반응처럼 느껴졌다. 벤의 여동생인 아이비(캐서린 뉴튼)은 노골적으로 오빠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의붓아버지 닐(코트니 B. 반스)에게 전화하고, 닐은 벤에게 재활원으로 돌아가라고 윽박지른다. 더욱 가슴이 아픈 건 가족의 그러한 반응에 벤이 순순히 재활원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홀리가 벤을 반기지 않는 가족에게 화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비록 과거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금은 그때의 일을 반성하고 있으며, 마약을 끊고 새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은데, 고작 크리스마스 하룻밤을 가족과 보내고 싶다는 작은 소망까지 거부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처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에 대한 안쓰러움은 반려견 폰스가 사라지고, 벤과 홀리가 함께 폰스를 찾아 나서며 점점 불안감으로 바뀐다. 그동안 홀리는 벤과 가족의 아픔만을 봤을 것이다. 마약에 중독되어 괴로워하는 벤과 그러한 벤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자신의 가족만 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벤과 함께 폰스를 찾기 위해 나서며 벤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웃의 모습과 벤의 주변을 서성이는 유혹의 손길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홀리는 점점 '과연 벤을 믿어도 될까?'라는 의심에 빠진다.

자식이기 때문에 믿음을 거둘 수가 없다.

홀리는 어떻게든 벤을 믿기 위해 몸부림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벤을 믿지 않아도 그녀만큼은 믿으려 한다. 왜냐하면 엄마니까. 그녀마저도 벤을 믿지 못하고 외면하면 벤에겐 그 누구도 의지해야 할 사람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 믿음은 점점 무너진다. 벤의 주머니에서 마약 봉지가 발견되고, 벤 때문에 딸을 잃은 이웃의 분노가 폭발하고, 학교의 선생이 벤에게 마약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홀리는 벤의 마약 중독은 벤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너무 버거운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홀리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만약 내 아들이 벤처럼 마약에 중독되었다면, 그래서 아무리 몸부림쳐도 헤어 나올 수 없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들이 마약으로 인하여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좌절감이 밀려온다. 상황이 그러하니 홀리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어서 빨리 벤이 무사히 폰스를 되찾고, 안전한 재활원으로 돌아가길 기다리며 나는 힘겹게 영화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터 헤지스 감독은 끝내 홀리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마약에 취해 쓰러진 벤을 보는 홀리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러한 모습을 보고도 과연 홀리는 다시 벤을 믿을 수가 있을까? 쓰러진 벤을 안고 울부짖는 홀리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찢어지게 아팠다. 하지만 홀리는 또다시 벤을 믿을 것이다. 그것이 부모의 내리사랑 아니던가. 그러한 홀리의 마음을 알기에 [벤 이즈 백]은 내게 아픈 영화였고, 다시는 간접 체험을 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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