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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원신연

주연 : 유해진, 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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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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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8월 15일에는 [봉오동 전투]를 보기로 아들과 약속을 했다. 광복절에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영화를 본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봉오동 전투]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독립군이 일본군의 총칼에 희생되고 참혹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이다. 하긴 이해는 된다. 나 역시 영화를 보는 기준이 즐거움이다 보니 코미디, 액션, SF 영화들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나,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는 아무래도 피하게 된다. 그들 영화는 즐거움을 다룬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봉오동 전투] 역시 마찬가지인데, 사정이 그러하기에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으면서도 내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결국 8월 15일에 [봉오동 전투]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8월 16일에는 즐거움을 기반으로 한 내 취향의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 홉스 & 쇼]를 봤다. 시원한 액션 영화를 즐기면서 내 마음 한편에는 [봉오동 전투]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무겁게 자리 잡았다. 마치 개학을 앞두고 방학 숙제를 하지 못한 학생의 마음과도 같았다. 그렇게 뭉그적거리다가 드디어 8월 17일 아들과 함께 [봉오동 전투]를 봤다.

솔직히 [봉오동 전투]를 보기 전엔 걱정했다. 분명 의미 있는 영화이기에 꼭 챙겨 보겠다고 결심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좌석에 앉았을 땐 이 영화가 내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할지 걱정이 앞섰다. [동주]도 그랬고, [항거 : 유관순 이야기]도 그랬다. 이들 영화를 보며 '참 재미있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참 가슴 아프다'라는 감정이 나를 짓눌렀다. 나는 [봉오동 전투]도 [동주], [항거 : 유관순 이야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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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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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봉오동 전투]는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그저 가슴만 아픈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가슴은 아팠다. 특히 이라요시 시게루(박지환)가 이끄는 일본군이 조선인 마을에 다짜고짜 쳐들어와 무고한 조선인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픈 것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봉오동 전투]에서 내가 두려워했던 가슴 아픈 장면은 그 장면뿐이다. 나머지는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독립군이 최정예 일본군을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두는 짜릿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봉오동 전투]의 진가는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독립군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할 때 떠오르는 장면들을 이 영화를 뒤집어 버린다. 나는 잔인한 일본군, 그러한 일본군의 총칼에 쓰러지는 조선인, 그리고 독립군의 숭고한 희생 등이 감동적으로 그려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봉오동 전투]는 오히려 독립군의 활약과 그 활약 속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일본군을 그리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가슴이 아프기보다는 통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전투씬, 죽음의 골짜기까지 유인된 일본군을 상대로 전국에서 몰려든 독립군이 총 공세를 펼치는 장면은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 짜릿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를뻔했다. 아마 집에서 가족들과 편하게 봤다면 정말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을 것이다. 물론 알고 있었다. 독립군이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런데도 벅차오르는 승리의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한 통쾌함, 그것이 [봉오동 전투]의 진정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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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통쾌함은 유해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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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는 묵직한 소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결코 영화를 무겁게 이끌어 나가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이 있다. 솔직히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이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해진은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배우인데, [봉오동 전투]처럼 묵직한 영화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 생각을 비웃듯이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에서 종횡무진 맹활약을 한다.

황해철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다. 일본군과의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는 유해진 특유의 코믹 연기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남다른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특히 그가 항일대도를 휘두를 땐 그 어떤 액션 히어로보다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유해진이 [봉오동 전투]에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황해철과 비교되는 캐릭터는 이장하(류준열)이다.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비장하다. 황해철이 시답지 않은 농담을 건네도 미소조차 짓지 않는다. 마치 비극적 최후를 암시하는 듯한 그의 표정은 영화를 보는 내게도 긴장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황해철이 이장하가 숨긴 비밀 작전을 알게 되고, 이장하를 지원하기 위해 나서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뀐다. 그러한 설정은 [봉오동 전투]의 통쾌함과 맥을 같이 한다. 이장하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독립군의 일반적 모습이라면, 황해철은 그러한 일반적 모습을 깨고 비장함을 통쾌함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결국 이 영화의 통쾌함은 모두 황해철과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 덕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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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의 승리에 대한 꼼꼼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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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의 최대 미덕은 통쾌함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암살]이나 [밀정]처럼 상업적 재미를 담보로 한 영화도 아니다. 1920년 6월 독립군 최초의 승리인 '봉오동 전투'의 발자취를 세밀하게 따르며 꼼꼼하게 기록한 영화이다. 그런데도 영화가 통쾌하다는 것은 [봉오동 전투]가 작품성과 흥행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영화라는 반증이다.

만주 일대의 독립군을 소탕하기 위해 모인 수백 명의 최정예 일본군. 각종 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에 맞서 이장하가 이끄는 독립군은 봉오동의 지형을 활용하여 지략으로 맞선다. 오합지졸인 줄 알았던 독립군의 지략에 말려들어서 우왕좌왕하며 결국 저격수의 총에 쓰러지는 일본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그 시절 그곳에서 독립군과 함께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몸은 긴장감에 곤두섰고, 독립군이 승리할 때마다 온몸에서 퍼져 나오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봉오동 전투'가 벌어진지도 벌써 99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망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일본의 야망은 극우가 정권을 잡으며 그 더러운 고개를 다시 치켜세우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과 맞서 싸운다. 이미 그들에게 굴복한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처절하게 깨달았기에... [봉오동 전투]를 보고 나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는 외침이 내 가슴속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더욱 [봉오동 전투]는 요즘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