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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켄 스콧

주연 : 다누쉬, 에린 모리아티, 베레니스 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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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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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토요일부터 시작하여 18일 일요일에 끝나는 무려 9일간의 여름휴가였다. 해외여행을 간다면 머나먼 유럽 일주 여행이 가능하고(사실 그럴만한 돈은 없다), 국내 여행을 한다면 두, 세 곳은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3박 4일간 제주도 여행으로 9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쳤다. 지난 화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왔으니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간 아무런 일정도 없이 집에서 뒹굴뒹굴한 셈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9일간이나 휴가를 낸 건지...

이렇게 5일간 아무런 일정도 없이 집에서 뒹군 덕분에 그동안 방전된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미뤘던 영화도 여유롭게 챙겨볼 수 있었다. 그중 한 편이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이다. 이 영화는 스타급 배우도 없고, 국내 개봉 당시 고작 1만5천명만 관람했을 정도로 우리나라 관객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이 영화가 당겼다. 가난한 인도 청년이 우연히 이케아 옷장에서 잠이 들었다가 뜻밖의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는 독특한 이야기가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금요일 오후 아들과 함께 침대에서 뒹굴며 영화를 봤다. 내 예상대로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착한 이야기가 훈훈하게 펼쳐진 영화였다. 그런데 후유증도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당장이라도 가방 하나 둘러매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르더라. 제주도에 다녀오고 나서 5일간 아무런 여행 일정을 잡지 않은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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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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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은 인도의 빈민가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자란 파텔(다누쉬)이다. 그의 인생은 인도 몸바이 빈민가 거리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곳에서 도둑질을 하고 때론 여행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등 그렇고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바뀐다. 어린 시절 잡지에서 본 이케아 매장에 가기 위해 파텔은 위조지폐 100유로를 들고 무작정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마리(에린 모리아티)를 만나고, 또 운명처럼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항상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의 짜릿함을 경험하기 위함이 아닐까? 만약 파텔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여 몸바이에 머물렀다면 그의 인생은 뒷골목 하류 인생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탈을 감행했다. 비록 가진 것이라고는 위조지폐 100유로가 전부였지만 그는 새로운 일탈을 선택하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선택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것이다. 어쩌면 파텔의 모험이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질 수 있다. 특히 파텔이 이케아 옷장에서 잠들었다가 런던, 바르셀로나, 로마, 그리고 트리폴리로 이어지는 대장정의 길을 나서게 되는 과정은 '영화니까...'라는 생각이 들만하다. 하지만 정말 확신할 수 있는가? 낯선 곳에서의 여행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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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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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인도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영국, 스페인을 가로질러, 리비아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갔다가 인도에서 마무리된다. 이 영화를 함께 본 아들은 "인도 영화예요? 그렇다면 갑자기 뜬금없이 노래와 춤이 나오겠네요."라고 묻는다. 나는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니까 인도 영화처럼 노래, 춤이 나오지는 않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파텔이 예상 밖의 모험을 하듯이 이 영화 역시 예상 밖의 전개를 선보인다.

물론 인도 영화처럼 (모든 인도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본 인도 영화는 거의 그러했다) 뜬금없이 노래와 춤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노래와 춤이 나와 인도 영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특히 파텔과 유명 여배우 넬리 마네이(베레니스 베조)가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는 아들이 "거봐요."라며 내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춤과 노래가 나쁘지 않았다. 영화 자체가 워낙 착하다 보니 인도풍의 흥겨운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갑자기 자신의 셔츠에 신의 말씀을 새겨 넣은 뜬금없는 행동 덕분에 거액의 돈을 손에 쥐게 된 파텔은 트리폴리의 난민촌에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다. 정말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착하기만 하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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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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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난다고 누군가 말했다. 이 말은 즉 남자건 여자건 모두가 평등하다는 의미이다. 만인에게 적용되는 원칙으로서 공정한 경쟁의 무대에서 공정한 삶을 이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태어나자마자 부여받는 기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키워준 부모와 이웃 가족의 수입이나 건강 상태, 체형이나 외모 같은 것들 말이다. 기회라는 권능으로 일단 정의되고 나면 경쟁의 무대는 더 이상 공정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회다. 기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이자타샤트루 라바쉬 파텔과 그에게 주어진 기회에 관한 것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이 자막은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이야기]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결코 평등하게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현명하게 베풀 줄 알았던 파텔. 그는 그럼으로써 남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준다. 물론 그 기회를 어떻게 쓰느냐는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막 재미있거나 그렇지는 않다. 굉장히 잔잔하고, 굉장히 착하며, 굉장히 낙천적이다. 하지만 96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내 입가에서 따뜻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며, 영화가 끝나고 나면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당장 배낭을 메고 여향을 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나의 길었지만 짧기도 했던 여름휴가에 딱 알맞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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