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공군 파일럿 시절의 기억을 잃고

크리족 전사로 살아가던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지구에 불시착한다.

쉴드 요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에게 발견되어 팀을 이룬 그들은

지구로 향하는 더 큰 위협을 감지하고

힘을 합쳐 전쟁을 끝내야 하는데…“

참고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2536

참고 : https://namu.wiki/w/%EC%BA%A1%ED%8B%B4%20%EB%A7%88%EB%B8%94(%EC%98%81%ED%99%94)

증명해야할 건 없어요

마블이 새롭게 내놓은 (앞으로 시리즈로 이어갈) ‘캡틴 마블’은 개봉 전부터 여러 잡음으로 시작했다. 다른 마블 영화들이 기대로 가득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 영화는 논란과 논쟁으로 채워졌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캐스팅부터 주연 브리 라슨이 일으킨 소란(스탠 리에 대한 무례함과 그녀의 발언과 성향에 대한 불만과 공격 그리고 대응)과 여성들의 연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 이상할 정도로 시끄러웠고 그로 인해 완성도와 흥행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대중 (오락) 영화를 두고 이런 식으로 남녀 간의 혐오와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적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결과를 본다면 흥행은 대성공이었고 완성도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지만 못 만들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마블 영화가 항상 그렇듯 첫 시작은 항상 이런 식이었고 이만하면 적당한 시작이니까. 영웅의 등장이 두근거리고 흥미로웠던 건 ‘아이언 맨’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진 다 그렇고 그랬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 어떻게 각성하는지를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만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는 반가운 음악과 소품들(특히! 나인 인치 네일스 티셔츠)이 눈길을 끌어 보는 재미가 컸다. 그것 말고는? 캡틴 마블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런지 저렇게 막강하면 앞으로는 어떤 악당(빌런)이 등장할 수 있을까? 라는 균형감각에 대한 문제점을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서 그리고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을까? “난민 이슈에 과감한 태도를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보는 동안 알아채진 못했고 실제로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본다면 그것도 꽤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을 놓친 점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마블 영화로서는 평범한 (밋밋한) 완성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이게 시작이니 이걸 갖고 어떤 식으로 부풀리고 다른 것과 뒤섞을지를 기대하게 된다. “다음 세대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라는 식으로 거창하게 생각되진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문제될 것 없으니 진짜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그런 생각을 영화에 좀 더 스며들게 할 것인지도 볼거리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꼭 “여성”에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자기극복과 깨달음은 누구나 필요할 것이니까. 그런 점에서 캡틴 마블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극복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꼭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초월이 억누름의 해방인지 울분의 발산인지 각성과 극복인지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 꼭 어때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확하지 않게 느껴진다. 거꾸로 통제의 의미는 캡틴 마블을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였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어떤 강요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고민이나 내적 갈등이 단번에 해결되었으니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불필요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영화에 관해서나 영화와 관련 없어서나 격렬한 논쟁과 논란으로 가득해 영화를 즐기며 다양한 생각을 말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에 있을 것 같다. 그저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열렬히 옹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반박하고 비판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꺼내기가 무척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어 말을 조심하게 하고 아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게 그런 정도의 영화인가? 이런 생각도 생각에 따라선 난리법석이 나겠지만.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

꽤 예전에 그런 말을 자주 쓰다가 한동안 쓰이지 않던 그게 이런 저런 곳에서 다시 자주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그걸 쓰는 것이 문제될 건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지만 그걸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무척 올바르지 않는 경우를 몇 번 봤기 때문인지 어떤 이들이 어떻게 쓰고 있는지 한동안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대중 (오락) 영화에 시대의 분위기와 흐름을 볼 수 있고 되도록 반영하려고 하는 부분은 분명 흥미롭게 느껴진다. ‘캡틴 마블’은 그런 점에서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재미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촉발된 온갖 논쟁들이 더 재미나게 느껴진다. 그게 이 영화의 한계이기도 할 것 같다. 온갖 소란이 벌어졌지만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라는 점이.

참고 : 진짜 저렇게 강하면 지구는 얼마나 더 위기에 빠지고 박살나야 하는 걸까? 조용히 사는 사람만 죽어나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