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바라보며

오늘도 어김없이 마트에 갑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물품을 담다가 기대감을 품고 시식 코너에 들립니다. 음식을 조리하는 판매원이 반갑게 반기며 즉석에서 조리된 음식을 작은 종이컵에 담아 건네주네요. 오물거리며 먹는 짧은 시간에 판매원은 아마 수백 번 되풀이하셨을 멘트를 쏟아 내십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상품으로 말하자면 맛과 영양에서 월등하게 좋아졌고, 요즘 광고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오고, 고객들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이번 출시기념 프로모션 행사 기간에만 대폭 가격을 낮췄는데 심지어 하나를 사시면 하나 더 주는 원플러스원이어서 오늘 넘기시면 후회하실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마치 사야 할지 고민하는 척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제 뒤로 오신 고객에게 작은 컵을 건네는 틈을 타서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옵니다. 다음 상품의 시식대로 걸음을 옮기다가 퍼뜩 한 가지 생각이 스칩니다. ‘신상품도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는구나!’ 새로운 깨달음입니다.

그동안 원플러스원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창고에서 재고로 남아 있다가 유통기한 마감이 임박하면 끼워팔기식으로라도 팔아야 하는 상품만을 위한 기획인 줄 알았거든요. 제 눈에는 이것이 사람이 생명을 이어가는 방식과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갓난아기들과 말년의 노인들이 유동식을 섭취하듯이, 상품도 신상 출시와 철수의 양극단의 시점에 생명 유지를 위한 촉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제 경우를 보자면, 육체는 노화가 시작되면서 점점 노인이 되는 경로로 진입했지만, 말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기입니다. 아직은 촉진제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란 뜻이죠. 하지만 직업에서는 막 새롭게 태어난 초보 작가, 갓난아기와 같은 상태라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마지막 퇴고본을 출판사에 메일로 보내고 갑자기 허기가 몰려와서 낮에 마트에서 샀던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올렸습니다. 물이 끓는 사이에, 작가로서 죽지 않고 시장진입에 성공하기 위해서 저한테 필요한 ‘원플러스원’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저 자신을 ‘1’로 봤을 때 과연 또 다른 ‘1’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는 뜻입니다.

라면 조리가 완성되고 그릇에 조심스럽게 담아서 식탁으로 옮기다가 하마터면 무릎을 탁, 치며 라면을 엎을 뻔했습니다. 작가인 ‘저’는 다름 아닌 ‘독자’들, 바로 여러분으로 인해 완성되면서 이 살벌한 업계에서 묻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입니다.

한 권의 책에 담아낼 수 있는 인생의 분량이 참 제한적이어서 아직 제 가슴속에는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얘기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리고 그 얼마 되지도 않는 분량보다도 더 부족한 제 글솜씨가 야속해서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드리게 되는 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지는 지금입니다. 네, 저는 다름 아닌 독자 여러분이 함께 해주심으로 인해, 생각보다 잘 지내는 중입니다.

생각보다 잘 지내는 중입니다 <김쾌대> 저

상상나무, 2019년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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