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에너미즈>는 1968년 미국 ABC에서 방영될 당시 선풍적인 눈길을 끌었던 민주당 지지자인 대표적인 정치논객이자 극작가인 고어 비달과 그의 보수적 맞수인 ‘내셔널 리뷰’의 발행인인 윌리암 F. 버클리 주니어 사이의 토론을 다룬다. 영화는 TV정치토론의 새로운 역사를 기술한 두 거장의 논쟁을 통해서 68년 미국 정치와 신에 대한 의미와 근원, 그리고 성혁명에 대한 그들의 적대적인 의견충돌과 함께 풍자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1968년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기간 동안 ABC 뉴스는

보수파인 윌리엄 F. 버클리와

진보파인 고어 비달을 고용해

전국으로 방송될 10회의 심야 토론을 제작했다

버클리는 이 기회에 쟁점들을 토론하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비달 씨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죠

고어는 조사원을 고용했다고 말했어요

‘내셔널 리뷰’를 인종차별주의이자

가능하다면 반유대주의로 묘사하고자 했어요

쟁점들이나 정당들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는 데엔

정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지 않아요

정치나 두 정당의 공약에 대해서도요

그가 원했던 건 빌 버클리를 폭로하는 것이었죠

그들의 대결은 생활 방식에 대한 겁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지에 대한 것이죠

대중 앞에 그들의 진짜 논쟁은

"누가 더 나은 사람인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인 특유의 농담과 재치 그리고 치열한 논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었다. 제목만 봐서는. 하지만 이걸 그런 식으로 보게 된다면 무척 실망할 것이다. 이 다큐에서 다루는 2명은 논쟁을 하기 보다는 어떤 생각과 생각의 충돌을 넘어 원한과 혐오 속에서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설전? 이건 설전이 아니다. 경멸일 뿐이지.

고어 비달 / 윌리엄 버클리

민주당을 지지하는 고어 비달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윌리엄 버클리는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한 이후 공화당 쪽으로, 더 정확하게 말해서 리처드 닉슨 쪽으로 판세가 기울어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송국과 자신들의 인지도를 올리겠다는 (그런 의도가 없었을까?) 각자의 잇속으로 두 정당의 경선 과정에 대한 토론을 기획했고 참여 했(을 것이)다.

결과는?

훌륭했다. 방송국은 물론이고 둘 다 잃은 것 있어도 얻은 게 더 많았을 것이다.

문제는?

셋 모두 남는 장사였겠지만 셋 말고 과연 이걸 통해서 뭘 얻었을까? 어떤 생각을 모아보려는 시도는 허튼 생각일 뿐이고 저쪽 입장은 그저 미친 생각이라는 것(그런 경우도 있다)? 어떤 쟁점이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부풀리고 떠들썩하게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이 어떤 논객을 찾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안목?

모르겠다. 과연 저 둘의 다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지. 미국 정치에 대해서 잘 몰라 고작 이 시기를 기점으로 양쪽은 아예 서로를 이해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다는 해석에 수긍해야 할 것 같다. 더 노골적으로 더 솔직하게 본다면 깔아뭉개고 승리자가 될 생각만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떤 검토의 필요도 없는. 한 인간이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정치인이 그렇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인생관과 세계관 모두 아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는지 지켜볼 수 있는 다큐였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뭐라도 저렇지 않다고 말할 것 있나?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 못난 부분을 떠올리며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해야만 나아질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게 된다. 쟤들이 글러먹어서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포기하기 보다는 나는 어떤 식으로 그러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품격은 누군가가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높이는 것이니까.

그리고 TV와 언론

모든 것을 삼켜버리려는 욕심 가득한 TV와 언론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런 저런 훈수를 넘어서 아예 자신들 뜻대로 되길 바라는 그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빠져들어 있는 악순환을 알아야 한다.

이런 건 있을 것 같다. 정치에 관여하고 관련해서 먹고사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그들만의 셈법 속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다큐는 알게 해준다. 어떤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보기 보다는 거대한 폭로로서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고어 비달과 윌리엄 버클리가 불려온 것이지 그들이 갖고 있는 뛰어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양쪽의 견해 차이를 보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다큐였다. 괜히 본 것 같아 집중이 잘 안 되는 다큐였다.

그래도 이건 말할 수 있겠다. 고어 비달을 탓하고 싶지만 한편으론 비난하기가 머뭇거려진다. 그는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폭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다만 그게 옳은 방식인지는 그도 고민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래야만 했을까? 윌리엄 버클리? 어차피 관심 없어 딱히 말할 것 없다. 그는 듣기 좋은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생각만 가득했으리라 생각한다. 기회주의자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단정한다면 그렇다고 본다. 공정하게 보기에는 나 또한 어떤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러진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어쨌든 저게 토론이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의와 증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공격적인 적대감을 보게 된다. 그 솔직한 감정을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맨얼굴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