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셋 모옴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으로 살인을 한 여인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 그것이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하는 이야기.”

참고 : https://namu.wiki/w/%EB%B2%A0%ED%8B%B0%20%EB%8D%B0%EC%9D%B4%EB%B9%84%EC%8A%A4

내 온 마음 바쳐 사랑하는 사람은

아직도 내가 죽인 그 남자야!

서머셋 모옴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어보고 싶은) 영화고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도 보고 싶어 보게 된 ‘편지’는 대단찮은 소품으로 평가되겠지만 꽤 볼만한 영화기도 했다.

윌리엄 와일러

뭐든 잘 만들고 언제나 잘 만드는 윌리엄 와일러는 이 영화도 솜씨 좋게 잘 만들어 냈다. 좀 더 간략하게 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후반부가 조금은 거슬리지만 그렇게 끌어 더 강렬함을 안겨주는 결말 때문에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되기도 한다.

베티 데이비스

이 영화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불안으로 가득한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가 가장 앞세워질 것 같다. 약간은 과시적이고 과장된 연기가 (그 당시에는 당연하겠지만) 불만스럽지만 혼란에 빠져 있는 여성의 모습을 부족함 없이 연기해주고 있다. 그녀 덕분에 선뜻 설득되지 않는 주인공 여성의 내면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나 더 꼽으라면 살인(과 불륜)이라는 진실을 알았지만 친구의 아내라 범죄(와 부정)를 감춰주려는 변호사의 복잡한 심경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영화는 총성과 살인으로 시작된다. 여성은 남성을 무표정하게 죽이고 그 장면만을 놓고 본다면 그녀에게서 결백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이 영화는 여성이 저지른 게 정당하냐 아니냐를 놓고 따지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특색일 것 같다. 그녀는 잘못이 있고 그 잘못을 어떤 식으로 숨기려고 하는지를 그리고 그로 인해서 어떤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점점 악몽으로 되어가는 상황과 다행히 한숨 돌리게 됐지만 고백할 수밖에 없는 사정 그리고 이어지는 예감했던 파국까지 짜임새 있게 이어진다.

위선에 관한 영화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감추려고 했던 감출 수 없던 그리고 참지 못했고 참을 수 없는 것에 관한 영화라고 한다면 엉뚱한 소리 말라고 할 것이다. 법은 피할 수 있었으나 원한과 복수는 피하지 못한 이야기라 말한다면 적당히 동의 받을 것 같다. 여러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윌리엄 와일러의 훌륭한 솜씨와 배우들의 좋은 연기 때문에 꽤 볼만했다.

동양인을 다루는-보여주는 방식이 짜증나기도 하고 영국이 한창 식민지 장사로 흥청망청하고 있던 시절이라 불편한 기분도 들었지만 이런 저런 방식으로 보게 만들어 좋았다.

참고 : 영화는 자주 달을 보여주고 있다. 감추지 못하고 참지 못한 감정을 바라보듯. 그리고 여러 잘못과 차가운 죽음을 내려 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