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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이클 도허티

주연 : 밀리 바비 브라운, 베라 파미가, 카일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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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로 복습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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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온 가족이 늦잠도 포기하고 일찍 일어나 극장으로 향했다.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를 보기 위해서이다.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는 온통 [기생충]만 상영하고 있어서 집에서 조금 먼 극장에 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만 했다. [기생충] 개봉 전까지만 해도 나는 반대의 상황을 예상했다. 대부분의 극장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를 상영하고, [기생충]을 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한참 동안 버스를 타고 도착한 멀티플렉스에서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를 상영하는 상영관에는 관객이 꽉 들어찼다. 아무리 거대 괴수물이 우리나라에서 흥행이 어려운 장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우리 가족처럼 거대 괴수물은 꼭 극장에서 봐야 진정한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이 아직은 꽤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는 엄청난 스펙터클을 선사하며 우리 가족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줬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를 보는 내내 전날 [고질라]를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2014년 개봉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는 거대 괴수 '고질라'와 무토의 대결 속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였다. 그런데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는 한술 더 뜬다. 무매한 인간의 실수로 일제히 깨어난 온갖 거대 괴수들이 인간의 도시를 초토화시키는 동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질라'를 깨우는 일뿐이다. 속절없이 부서지는 인간의 도시를 보며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고질라]를 복습한 덕분에 그러한 무기력함이 익숙해졌다. 어쩌면 그러한 인간의 무기력함은 [고질라], [콩 :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로 이어지는 몬스터버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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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은 인간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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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는 여러모로 보나 [고질라]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물론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영화이니 당연하지만, 거대 괴수 즉 타이탄과 인간의 캐릭터 구성은 [고질라]를 고스란히 카피한 듯한 느낌마저 줬다. [고질라]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 캐릭터는 포드 브로디(애런 존슨)이다. 1999년 일본의 잔지라에서 벌어진 원인 불명의 방사능 유출 사건으로 어머니 산드라(줄리엣 비노쉬)를 잃은 포드는 그날의 비극을 잊고 15년이 지나 미 해군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내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일본에 머물러 있는 아버지 조(브라이언 크랜스톤) 때문에 잔지라 방사능 유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의 시작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고질라'와 무토의 대결이라는 대혼란 속에서 아들을 잃은 마크 러셀(카일 챈들러)과 엠마(베라 파미가) 부부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고질라]에서 아내를 잃은 조가 그러했듯이 엠마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안은 채 모나크에서 타이탄과 소통하는 주파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엠마와는 달리 마크는 모나크를 떠나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애써 잊으려 한다. 마치 엄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 노력한 [고질라]의 포드가 그러했듯이...

가족의 잃은 인간의 분노는 때때로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게 만든다. [고질라]에서 조는 거의 광적으로 잔지라 방사능 유출 사건을 조사하고, 정부가 무언가 숨기고 있음을 확신하여 폐허가 된 잔지라에 불법적인 잠입을 시도한다.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에서 엠마는 딸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함께 타이탄과 소통하는 주파수 연구에 집착하고, 결국 연구에 성공한 후에는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만다. 이렇듯 거대한 타이탄의 대혈전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 분노를 매개로 하여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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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크에게 정말 인류의 운명을 맡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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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지구를 지배한 타이탄의 존재를 알게 된 인간이 손 넣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 나름대로 타이탄의 부활에 대비했고, 이를 위해 조직된 것은 바로 모나크이다. MCU로 치자면 쉴드인 셈이다. 타이탄의 부활은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모나크에게 부여된 권한은 막강하다. [고질라]에서 일본의 소도시인 잔지라를 폐쇄한 것도 모나크이고, 무토를 가지고 실험을 하다가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 또한 모나크이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타이탄을 연구한 모나크는 [고질라] 때까지만 해도 타이탄을 막기 위한 아무런 대책도 만들어놓지 못했다. 모나크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세리자와(와타나베 켄) 박사가 '고질라'를 이용해서 무토를 무찌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 것 외에는 전무하다. 그나마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에서는 엠마의 집착 덕분에 타이탄과 소통하는 주파수를 발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극렬 환경 주의자인 조나 앨런(찰스 댄스)에게 그마저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다.

[고질라]를 볼 때도 느낀 것이지만,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를 보면서도 과연 모나크에게 인류의 존립을 맡겨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그들은 고작 몇 십 명에 불과한 조나 일당에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기지를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한다. 게다가 모나크가 내놓은 해결책이라고는 타이탄과 소통하는 주파수와 타이탄의 왕 '고질라'를 믿어야 한다는 주장뿐이다. 타이탄의 부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모나크는 이렇게 못 미더웠고, 그것은 곧바로 인간의 무기력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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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믿을 건 '고질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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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납치된 딸 매디슨 구하기에 바쁘고, 엠마는 이성을 잃고 올바른 판단을 못하며 인류를 최악의 위기에 빠뜨린다. 타이탄을 막는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모나크는 그 긴 세월 동안 도대체 무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하다. 그러한 와중에 모스라, 로단, 기도라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타이탄이 일제히 깨어나 인간의 도시를 파괴한다. 믿을 건 이번에도 역시 '고질라' 뿐, 세리자와 교수는 청문회장에서 인간과 타이탄의 공존을 넘어 타이탄의 애완동물이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깨어난 타이탄과 맞서 싸우는 것은 오로지 '고질라' 뿐이다. 인간들은 타이탄을 상대로 의미 없는 총질을 할 뿐이다. 모나크의 임무는 타이탄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고질라'를 도와주는 것으로 변경된다. 그렇기에 세리자와 교수의 희생은 의미심장하다. 부상을 입고 긴 잠을 청한 '고질라'가 다시 깨어날 수 있도록 '고질라'에게 핵탄두를 던져주고 장렬하게 사망하는 세리자와 교수. 이쯤 되면 우리 인간이 '고질라'의 애완동물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그의 주장이 가슴에 와닿는다.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는 '고질라'와 로단, 기도라의 대결로 영화를 진행시키는데, 그중에서도 머리가 셋 달린 용 기도라는 '고질라'와 왕좌를 놓고 싸웠던 라이벌답게 막강하다.(무토 따위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만약 기도라가 '고질라'를 이긴다면 우리 인간들은 기도라를 섬기면 되는 것 아닐까? '고질라' 건, 기도라 건 인간의 입장에선 똑같이 무시무시한 타이탄이 아니던가. 하지만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는 기도라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이기 때문에 가짜 왕이라는 설정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무조건 '고질라'를 응원하게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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