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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오토모 가츠히로

더빙 : 이와타 미츠오, 사사키 노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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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를 보고 나서 당혹했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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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내게 일본 애니메이션은 간혹 당혹스러움을 안겨준다. 그에 대한 첫 기억은 20대 시절에 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이다. 당시 나는 26부작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푹 빠져 있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영향으로 이전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마구잡이로 관람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이라 할만한 [공각기동대]도 그 영향으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공각기동대]를 본 후 나는 잠시 '멘붕'에 빠져야만 했다. [공각기동대]의 내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 나는 거의 컴맹 수준이었고, 그렇기에 [공각기동대]의 배경인 초고속 네트워크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네트워크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공각기동대]의 내용을 이해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내게 당혹감을 안겨준 일본 애니메이션은 비단 [공각기동대]만이 아니다. 곤 사토시 감독의 [메모리즈],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 [파프리카]도 각기 다른 이유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편안한 마음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이 명단에 [아키라]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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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살짝 '멘붕'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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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 영화채널에서 [아키라]가 방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까지 탐을 내는 이 걸작 애니메이션을 꼭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TV로 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를 볼 때 집중력이 분산되어서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키라]를 볼 때도 집중할만하면 광고가 튀어나오고, 집중할만하면 집안일을 하는 아내 때문에 방해를 받는 등 굉장히 산만한 상태에서 영화를 봐야만 했다.

물론 [공각기동대]를 봤을 때처럼 [아키라]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아키라'의 정체에 대해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더라. 그래도 영화를 본 후 오토모 카츠히로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주간 영매거진에 연재했다는 원작 만화 <아키라>에 대한 정보와 여러 일본 애니메이션 고수들의 [아키라]에 대한 설명글을 읽고 나니 '아키라'의 정체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아키라'는 군사적 목적으로 행해진 일본 정부의 비밀 ESP 프로젝트의 실험체이자 가장 극적인 우수 사례이다. 일본 정부는 어린아이들을 데려다가 머리에 전해질 물질이 들어있는 극세 철바늘을 뇌까지 들어가게 박아 놓고 전기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실험체의 초능력을 일깨우려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마 못가 죽었으나 살아남은 아이들은 초능력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그중 28번 실험체인 '아키라'가 능력을 각성하며 도쿄를 대폭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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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도쿄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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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는 1988년 '아키라'에 의해 도쿄가 폭발하고 그로 인하여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재건된 30년 후의 네오 도쿄를 무대로 하고 있다. 반정부 게릴라에 의해 26번 실험체 타카시가 연구 시설에서 탈출을 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오토바이 폭주족인 테츠오(사사키 노조무)가 타카시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결국 타카시와 테츠오는 국방군의 최고 지휘관이자 '아키라' 관리관인 시키시마 대령에 의해 연구실로 옮겨진다.

친구인 테츠오가 국방군에 의해 감금된 사실을 알게 된 카네다(이와타 미츠오)는 반정부 게릴라 요원인 케이와 함께 연구실에 잠입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각성해서 폭주하는 테츠오와 마주하게 된다. 카네다에 가려져 언제나 2인자에 만족해야 했던 테츠오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이에 카네다는 테츠오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아키라]의 내용이 모호해지는 것은 테츠오가 냉동 벙커에 보관된 '아키라'를 봉인 해제하면서부터이다. 30년 전 도쿄에 대폭발을 일으킨 '아키라'는 각각의 신체가 해체된 조직 표본 상태만 남아 있는데, 그러한 '아키라'가 봉인 해제되면서 테츠오가 거대한 덩어리로 변하는 등 이야기 전개 자체가 급변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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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도쿄의 폭발, 그리고 새로운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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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의 봉인 해제에서부터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느라 애를 먹었던 나는 네오 도쿄의 대폭발로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대로 무너졌다. 영화 후반부 오오니시 박사가 '아키라'의 관측 수치를 보며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암시했고, 네오 도쿄의 폭발과 함께 사라진 테츠오가 영화의 마지막에 "나는 테츠오..."라며 자신의 존재가 곧 우주임을 관객에게 선언했다. 뭔가 더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영화는 그대로 끝나 버리더라.

[아키라]를 보고 나서 하루가 지나니 뤽 베송 감독의 [루시]가 떠올랐다. [루시]는 약물로 인하여 뇌의 사용을 100% 할 수 있게 된 루시(스칼렛 요한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2014년 개봉해서 깜짝 흥행을 기록한 영화이다. 영화에 따르면 뇌를 100% 사용하게 되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가 된다고 한다. 어쩌면 [아키라]의 ESP 프로젝트는 실험체에게 뇌를 100% 사용하게 하는 능력을 부여한 것은 아닐까? 그로 인하여 '아키라'도, 그리고 테츠오도 인간의 능력과 시공간을 초월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일지도...

원작 만화에서는 네오 도쿄의 폭발 이후의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모든 것이 무너진 네오 도쿄에서 테츠오는 '아키라'의 힘을 빌려 대동경제국을 건설하게 되고, 카네다가 이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아키라]에서는 네오 도쿄의 폭발과 함께 영화가 끝나 내용이 더욱 애매해졌다. 아무래도 [아키라]를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원작 만화를 읽어야 할 듯... <총몽>에 이어 <아키라>까지 점점 읽고 싶은 일본 만화만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