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네 사람들이 아닌 일부 동네 사람들

   영화는 전반적으로 줄거리나 영상이나 여러모로 제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동네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접하자마자 만화 김전일에 등장하는 봉인된 저주를 간직한 마신 마을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는데요. 겉으로는 평온하고 평범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이 결코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흉악한 비밀에 가담한 공범이거나 알고도 모른 체 하는 방조자로서 기철을 방해하는데도 시원한 액션과 더불어 마을의 추악한 실체가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영화는 마을  사람들 전체가 아닌 일부 나쁜 사람들에 한정된 사건을 따라갑니다. 극 초반에 관객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마을의 분위기는 큰 의미가 없었던 겁니다. 이러한 제목과 내용 사이에서 나타나는 괴리감은 영화 전반에 걸쳐 유지됩니다.

   인과 관계에 집중하다 놓친 긴장감

  이 영화는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강한 외모에 거친 연기를 선보이는 마동석이라는 배우 가 있다는 거죠. 8년 전 잘 생긴 아저씨가 구해냈던 옆집 아이를 이번엔 척 봐도 한 싸움 하게 생긴 아저씨가 구하러 가는데요. 기철은 동양 챔피언까지 지낸 전직 복싱 선수로 설정된 만큼 머리로 집중하는 스릴러와 함께 시원한 액션을 기대한 바 있습니다. 영화 시작에서 트로피를 들고 등장하는 마동석의 모습을 보고 화끈하게 처음부터 볼 만한 액션 장면이 펼쳐지는 줄 알고 두근거렸건만, 영화는 의외로 서사를 위주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문제는 전개 속도나 흡입력이 인상적이지 않았던 데다 비장의 무기였을 반전마저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는 거죠. 영화는 나쁜 놈을 잡았다는 안도감에 사로 잡히기 전 계속해서 나쁜 놈 옆의 나쁜 놈, 또 그 옆의 나쁜 놈을 등장시키면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관객으로서 몰입이 쉽지는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원인과 결과의 퍼즐이 맞추는 데 주력하다 보니 반전을 설명해줄 복선이 오히려 남은 이야기를 짐작하게 했고요. 그것이 또한 반전의 매력을 떨어뜨린 감이 있습니다. 이상엽을 필두로 중요 조연 배우의 훌륭한 연기로도 메울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여태 수많은 유형의 스릴러 영화를 접했던 관객들의 추리력을 조금 더 믿어주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죠. 세세하게 볼수록 좋은 배우들의 힘이 더욱 아깝게 느껴지는 영화, 동네사람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