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참고 : http://www.djuna.kr/xe/review/13357460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5016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5180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5069

이봐, 패터슨 사는 게 어때?

글쎄... 불만은 없어요

당신은요?

있잖아 

매일 똑같아

짐 자무쉬의 영화를 좋아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가 새로운 영화를 발표하면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기는 했지만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의 영화보다는 그의 모습(잘생긴 얼굴, 번쩍거리는 백발)이 더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천국보다 낯선’은 일부러 / 억지로 봤지만 보다 졸기만 했고 밋밋한 이야기와 진행에 이런 게 평론가들이 열광하는 영화인가? 라는 의문만 가득했다. “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사람은 아마도 자신의 삶도 정말로 재미없다는 것을 모를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 점에서 내 삶은 그다지 재미난 삶은 아닌 것 같다. 정말로 재미없게 봤다.

‘브로큰 플라워’는 흥미를 느꼈고 빌 머레이의 무표정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재미를 찾기는 어려운 영화였다.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그걸 즐기기에는 감상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그냥 이상하기만 한 영화였다. 철학을 하려는 것인지 철학을 하려는 척하는 것인지 헷갈렸고 신통찮은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대표작들을 본 다음에 들게 된 생각은 짐 자무쉬의 영화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였다.

패터슨

호의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어떤 영화인지 궁금증이 느껴진 영화여서 조금은 미루고 있다가 너무 미루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보게 됐다.

여전히 짐 자무쉬의 영화는 나와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까지의 짐 자무쉬 영화들 중 가장 괜찮게 느껴진 영화가 될 것 같다.

짐 자무쉬의 영화들 중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은 대부분 일상 속에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을 담아내면서 극적인 뭔가는 없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하루하루를 때로는 색다르게 혹은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만드는 특징이 있었다.

영화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 속에서 무엇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는 고민하는 것 같다.

월요일 아침에 시작해서 다음 주 월요일 아침까지 이어지는

버스운전사이면서 시인을 꿈꾸고 있는

주인공의 이름이면서 동네-마을-소도시의 이름이기도 한 패터슨

조용한 일상과 조그마하고 차분한 마을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하루하루

부부가 나누는 대화들 사건들

동료와 나누는 대화들 사건들

주변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들 사건들

주인공 패터슨을 중심으로 집에서 아내와 나누는 대화와 개를 산책시키면서, 매일 찾게 되는 술집에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영화에서 극적인 사건이라고 꼽을 것이 운전하는 버스가 갑작스럽게 고장이 나거나 그동안 열심히 시를 썼던 노트를 키우는 개가 물어뜯어서 못쓰게 된다는(이건 심각한 사건이긴 하다) 것 정도라 우리가 자주 즐기는 영화들과는 달리 특별한 사건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노트가 갈기갈기 찢겨진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난 사건 아닌가? 나였으면 펑펑 울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듯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주인공 패터슨의 부드럽고 배려로 가득한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유별나 보이는 패터슨의 아내와 패터슨이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일 것 같다. 물론, 사람들에 따라서는 패터슨 아내의 삶을 바라보는 것도 큰 재미일 것이고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어쩐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무척 클 것 같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과 좋은 점에 대해서는 이렇게만 말하면 충분할 것이고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말하고 끝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와 같은 사람들과 세상이 있기는 할까?

실제로 그런 도시와 마을, 동네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짐 자무쉬도 평범한 일상을 자기만의 방식과 세계관 속에서 표현해냈을 뿐이니까.

다만 정시 출근과 정시 퇴근을 하고 아무런 싸움과 다툼 그리고 갈등 없이 부부생활을 하는 모습에서, 어리숙하고 바보 같은 모습인 이들도 있지만 나쁜 사람 없고 어떤 사건사고도 없는 패터슨이라는 곳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매일 묵묵히 자신의 일자리에 충실하고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부드러우며 아내를 존중하고 틀어질 수 있는 순간에도 감정적 기복 없이 참아내는 패터슨과 같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한다.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하다가도 오히려 이 영화야말로 가상현실과 같은 영화는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주인공 패터슨의 모습에서 무척 본받고 싶은 모습들이 많지만 어쩌면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지 않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숨기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닫혀져 있고 폐쇄된 사람은 아닐까?

좋은 영화를 너무 삐뚤어지게 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도 저렇게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허술하지 않으면서 너무 꽉 들어차지도 않은 적당한 여백과 속도로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게 된다.

짐 자무쉬 영화 중 가장 최고로 꼽혀도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아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겠지만 때때로 생각나고 떠올리게 될 영화일 것 같다.

영화를 보다보면 담백한 영화보다는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에 당연히(?)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다가도 이런 영화를 보게 될 때는 어쩐지 위로를 받거나 좋지 않은 기분이 풀려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사건으로 가득하고 별의별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때로는 놓치거나 너무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봤을 때의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그걸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보는 순간에는 보는 직후에는 그걸 알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그걸 잊고 잊으려고 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항상 그런 식이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어지간하면 그런 식일 것이다.

참고 : 버스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몰래 엿들으며 가벼운 미소를 짓거나 생고하고 모르던 내용을 들을 때의 모습은 일종의 단막극이었고 무척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