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캡틴 아메리카>에서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던 '블랙팬서' 그 영화에서 그동안 나왔던 주요인물만 등장하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블랙팬서도 꽤 중요한 역할이라 의아했다. 마블 코믹을 보질 않으니 그랬다. 꽤 유명한 캐릭터였다. 어지간한 캐릭터는 다 유명하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현재 배트맨이 제일 부자인가. 블랙팬서가 그 정도가 되는가. 자신있게 이 이야길 듣더니 블랙팬서가 훨씬 더 부자라고 한다.

영화를 보니 맞다. 블랙팬서가 훨씬 더 큰 부자다. 물론 사업가와 왕이라는 좀 다른 측면이 있기는 하다. 이런 걸 보면 마블은 참 영악하다. 시종일관 계속 새로운 캐릭터를 슬쩍 슬쩍 넣는다. 이전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그 캐릭터에 친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새 캐릭터의 영화가 나오면 보게 된다. 마블 세계를 확장하고 더 이어지기 위해서 계속 이 작업은 쉬지 않을 듯하다. 이미 나는 마블 팬이다. 재미가 있든 없든 일단 본다.

결국 나중에 다른 영화를 보게 되면 이 세계가 전부 연결되어 있다보니 보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구나 시리즈가 진행되며 1편을 안 보고 2편을 보려니 그것도 어색해 보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마블은 일정 퀄리티를 최소한 보장한다. 가장 좋은 점은 유머를 항상 적재적소에 넣는다. 영화 자체는 분명히 심각하지만 요소 요소에 웃을 수 있는 장치를 삽입하고 상황을 만든다. 억지 웃음이 아니라 더욱 그렇다. 이건 디즈니와 연결이 된 듯도 하다.

이번 <블랙팬서>에서는 부산이 배경으로 잠시 나온다. 부산에서 찍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저번에 서울에서 찍고 강남을 배경으로 했을 때보다는 화제성이 좀 적었다. 확실히 서울 공화국인가보다. 또는 상대적으로 캐릭터의 인기나 인지도가 낮아 그런 듯하다. 영화를 보면서 부산 배경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웃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이 나온다는 사실보다는 한국어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본인도 모르게 웃게 해준다.

어색한 한국어 발음에 더욱 그렇다. 니키아 역의 루피타 니옹이 한국말을 하는데 분명히 어색하다. 거기에 부산이라 살짝 사투리를 넣으려고 해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그가 이야기할 때마다 다들 웃었다. 그나마 한국 사람의 발음은 안정되어 더욱 비교가 되며 웃게 만들어줬다. 더구나 부산 액션씬에서 자동차 추격씬은 재미있었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많았다. 자동 조정 장면도 그렇고 자동차가 분해되는 장면도 그렇다.

이런 작은 요소가 사람들이 마블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한다. DC는 도대체 우울하지도 진지하지도 유머가 제대로 있지도 않은 어정쩡한 모습이라 더 상대적인 비교가 된다. 사실 내용 자체는 마블이나 DC나 똑같다. 황당하고 유치하다. 어차피 둘 다 그걸 인정하고 보는 영화다.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마블 세계관을 즐기면 된다. 거기에 이러쿵 저러쿵 하며 외면하기에는 이미 마블 세계관은 너무 확고하다.

다만 내용에서 엄청나게 발달된 도시가 와칸다다. 기술이 발달했기에 지구 위에 있는 그 어떤 도시보다 잘 살고 현대의학이 치료 못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발달된 기술을 갖고 있는데 여전히 왕이 계승한다는 것도 조금 이상했다. 그 보다 더 이상한 것은 왕을 선출하는데 있어 이건 결투로 결정한다. 그 정도 발전된 국가를 싸움으로 결정한다. 그보다는 얼마나 국가를 잘 다스릴 것인지로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이상했지만 재미는 있었다.

일단 무엇보다 이건 블랙팬서에 대한 이야기다. 1편이니 블랙팬서가 누구며 그는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야한다. 주변 인물도 함께 소개한다. 이러다보니 이미 친숙한 캐릭터가 전혀 나오지 않아 좀 서운하기 했다. 혹시나 누군가 나와 도와줄려나 했는데 그런 부분 자체가 없었다. 그래도 거의 보면서 이건 이제 있을 <어벤져스>의 에피타이저라는 느낌이 들었다. 본격적인 재미를 갖기 전에 한 번 가볍게 보는 영화 말이다.

좀 위험한 발언이지만 전부 흑인만 나오다보니 다소 신기하기도 했다. 그나마 에버렛 로스 역할로 마틴 프리먼이 나온다. 이마저도 이왕이면 셜록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오는 <닥터 스트레인지>에 출연하면 더 재미있었을 듯했다. 우선 이번 편으로 모든 출연진이 전부 소개되었다. 향후에는 아마도 전부 쳐내고 블랙팬서만 집중적으로 나올 듯하다. 물론 워낙 기술이 발달해 그 기술을 시현하는 동생인 슈리(레티티아 라이트)와 연인인 니키아는 계속 나올 듯하다.

주연인 블랙팬서 역할을 한 채드윅 보스만은 이제 본격적으로 마블 유니버스에 여기저기 나올 듯하다. 캐릭터적인 매력은 살짝 덜한 느낌은 갖지만. 늘 그렇듯이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마블 영화를 본다는 생각으로 보면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바랄 필요는 없다. 참 앤디 서커스도 나와 반가웠다. 마블 영화에서 여기저기 소소하게 계속 나오는 듯하다. 끝으로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은 총 2개가 나오는데 딱히 대단한 건 없다. 갈수록 쿠키영상은 좀 실망이긴 하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부산에서 자동차 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