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에게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저는 28년의 직장생활과 10년의 기업경영을 통해 높은 연봉을 받아보기도 했고, 적잖은 돈이 들어 있는 통장 잔고를 확인해하면서 흐뭇해한 적도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승승장구했고, 집 평수도 넓어지고, 자동차 배기량도 커졌지만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제 역할은 점점 작아져갔습니다.  

아내와는 겉도는 대화뿐이었고 아이들은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었어요. 많은 직장인들처럼 저도 잦은 야근과 접대, 회식 등 술자리로 귀가가 늦을 때가 많았고, 잦은 출장으로 인해 아이들이 아버지를 꼭 필요로 하는 초, 중, 고등학생 시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가사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전등을 갈아준 적도 설거지를 한 기억도 청소한 기억도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내와 아이들은 제게서 멀어져갔어요. 어느새 우리 집안에서 저는 필요 없는 존재가 돼 있었어요.  

‘내가 사회적으로는 이렇게 인정받으며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내가 너희들 행복하게 해주려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 알아? 그런데 너희들은 집에서 하는 게 뭐야?’ 이런 생각뿐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대전에서 열리는 2박 3일간의 부부세미나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참석이 아니라 끌려간 거예요. 세미나에 참석해서도 저는 의자에 앉아 상체를 최대한 뒤로 젖힌 채 속으로는 이렇게 투덜거렸죠.

 

‘나는 기업에서 수많은 교육을 거친 사람이야. 이런 허접한 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어. 이런 제길, 이거 언제 끝나나, 지루해 죽겠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째가 되자 제 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교육이 지금까지 제가 갖고 있던 패러다임에 대전환을 가져다줬습니다. 그동안 스스로 괜찮은 남편이고 훌륭한 아버지라는 착각에 빠져 있던 저는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의 오열 섞인 한탄을 들으면서 형편없는 남편이었고 무자격자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지난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고, 부부란 무엇인지, 남편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 등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가정행복코치 활동을 하고 있는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이수경 저자)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저는 ‘가정행복코치’가 되어 있습니다. “모든 가정은 행복해야 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갈등과 위기를 겪는 많은 부부들에게 소망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명감으로 인생 2막을 살고 있습니다. 그 형편없던 제가 말이지요.

결혼 10년차 정도 되면 아무리 행복하게 사는 부부라도 ‘리모델링’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무슨 의미냐고요? 습관적으로 살아오던 방식이라도 장단점을 가려서 단점은 고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일 때 부부는 새로운 행복을 맛볼 수 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초에 행복한 가정의 비결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좋은 가정을 이루는 방법을 어려운 교리가 아닌 단 세 마디로 정리했더군요. 

 

 

어찌 부부가 일평생을 살아가면서 실수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입니다. 실수를 통해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실수를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될까요.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감사를 할 줄 알겠어요, 존중을 할 수 있겠어요, 배려를 할 수 있겠어요. 사과는 부부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행동입니다. 미안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세요. 감사한 일이 있으면 고맙다고 하고, 부탁할 일이 있으면 부탁하고요. 그게 부부입니다. 

차라리 혼자살걸 그랬어 <이수경> 저

책이있는마을, 2017년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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