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처음 얼핏 봤을 때 당시에는 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기억하기로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그다지 감독에 대한 마케팅은 없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인지도가 없었다. 나도 감독은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았고 여주인공을 봤다. 케이트 역을 맡은 에밀리 블란트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처음 봤다. 당시만 해도 앤 헤서웨이를 괴롭히는 허세있는 직장 상사로 나왔따.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 이후 뜻하지 않게 액션배우로 변신했다고 과언이 아닐정도로 내가 볼 때 연달아 이쪽 분야 영화에 출연했다. 이번 작품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는 물론이고 톰 크루즈와 출연한 <엣지 오브 투모루으>에서도 전쟁 영웅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는 걸 보고서는 역시나 배우는 어떤 역할을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얼마든지 연기라 생각하면 다른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별 관심도 흥행도 없었다. 그 이후 감독인 드니 빌뇌브가 다른 영화로 주목을 받으며 이 영화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 듯하다. 그런 사실은 나 혼자라고 하자. 계속 보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상황이 맞지 않아 보지 못하다 EBS에서 시작하는 걸 보고선 모든 걸 중지한 상태에서 밤 늦게까지 시청했다. 영화는 감독의 여타 다른 작품과 궤를 같이 한다는 느낌이었다. 우선 장면에 대한 미장센이 일반 감독이랑 느낌이 다르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설명은 힘들지만 드니 빌뇌브만의 화면 연출력이 있다. 화면 구성이나 촬영 배경 등이 말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화면으로 제일 인상적인 것은 저녁 무렵에 해가 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때마다 아주 선명한 파란색으로 하늘이 뒤덮이고 햇빛은 이제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넘어가며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과 함께 화면 구석에서 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장면 구성이 몇 번이나 나온다.

나는 영화나 소설이나 창작하는 세계에선 의도하지 않고 연출되는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창작자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준다는 걸 기억하며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왜 하필이면 그 많은 장소와 시간 중에서 그 장소와 시간대를 찍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로케를 하다보니 그곳이 멋있고 찍다보니 어느 새 저녁 무렵이 되어 촬영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해가 지는 걸 촬영하며 원하는 화면구도와 배경을 찍었으리라 본다.

그 이유는 이 영화의 내용이나 배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한다. 영화는 멕시코와 미국의 마약거래와 관련이 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마약을 공급하는 패밀리와 이를 제거하려는 미국의 이야기다. 이야기 구조를 보자면 서로가 공생관계이다. 무조건 나쁜 놈과 좋은 놈은 없다. 서로가 적당히 이익을 공유한다. 이런 사실은 범죄자와 공권력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범죄자를 소탕하면 평화가 올 것이라 여긴다.

실제로 큰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중소 조직을 관리하게 냅두는 것이 좋다. 차라리 그게 평화를 준다. 거대조직이 사라지면 이를 위해 중소조직이 들고 일어서며 더 큰 사상자가 생기며 민간인의 피해가 더 커진다. 멕시코와 미국은 공생관계로 보인다. 특히나 마약과 관련해서는 말이다. 이런 걸 볼 때 멕시코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늘 멕시코는 마약 공급책으로 묘사된다. 이 영화에서도 마약반입을 아예 지하를 파 밀수한다.

국경을 넘기 힘드니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 실제 여부는 몰라도 참 대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에 국경 근처에서 마약조직원과 아마도 CIA로 묘사되는 인원이 대치할 때 서로 상대방을 총으로 죽여버린다. 정말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도 되었다. FBI와 CIA는 역할이 다른 것은 알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FBI는 핫바지다.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이용만 당하고 나약하게 그려진다.

케이트가 주인공처럼 전면에 나오지만 실제 주인공은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르)와 멕시코 마약조직을 견제하게 만드는 CIA요원 맷 그래이버(조위 브롤린)이다. 이 둘이 모든 걸 계획하고 실행하며 케이트를 이용한다. 게이트가 나름 정의롭게 무엇인가를 하려 하지만 다 소용없다. 그가 하려는 정의는 실제 현장에서는 그다지 쓸모없다. 무엇이 중요한가를 따져볼 때 CIA가 하는 작전이 크게 볼 때 옳다고 할 수 있으니.

모든 작품은 아니지만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전부 요한 요한손이 참여했다. 음악이 장중하고 무겁지만 영화의 무거움을 표현한다. 듣자마자 같은 음악가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확실히 좋은 음향환경에서 들어야 더 증가된다. 영화는 몰입도와 집중력은 좋은데 좀 더 흥미롭다는 관점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묵직하게 한 방향으로 영화가 걸어간다. 절대로 달리지 않는다.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무서워 살겠나. 영화를 보면.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케이트가 알렌한드로에게 총 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