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blog.naver.com/cine212722/221128320040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르네 클레르의 ‘파리의 지붕 밑’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향하던 중에 만들어진 여러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들었고 실제로 보게 되니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도 있겠지만 여러 연출들에 있어서는 지금 보아서도 꽤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1930년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즐긴다면 여러 가지로 놀라운 장면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허름한 파리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하루하루 벌어먹는 궁핍한 사람들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오해와 이별을 다루고 있는 ‘파리...’는 어느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으리라 알 수 없지만 눈여겨보게 만드는 배경과 무대를 보여주고 있고 소리-대화의 있음과 없음을 통해서 단순히 대화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특색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리의 뒷골목 거리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서글픈 처지를 잠시라도 잊으려는 듯 함께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파리...’는 폴라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을 가운데에 놓고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러 남성들의 다툼과 갈등 그리고 그 당시의 삶의 모습들을 하나의 영화로 잘 채워놓고 있다.

오해하고 갈등하다가 보기 좋게 화해하는 일반적인 영화들에 비해서는 생각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당연한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졌다가 다시 새로운 사랑으로 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허전함 없이 담아내고 있다.

흥겨우면서도 어쩐지 슬픔이 묻어나는 노래들이 머리에 맴돌게 만들고 있으면서 그들의 엇갈리는 사랑이 더 구슬프게 느껴지게 되기도 하는 ‘파리...’는 되도록 등장인물들의 대사-대화를 통해서 설명하기 보다는 소음처럼 느껴질 수 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에 무성영화 특유의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상황설정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무성영화와 유성영화 사이에서 각각의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언뜻 이상한 방식처럼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방식의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인지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