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상당히 농밀도 있게 만들었다. 순수한 폭력만으로 청불영화를 만들었다. 정작 성적인 면은 거의 없다. 최근에 워낙 폭력적인 내용이 많아 이 내용을 볼 때 엄청나게 폭력적이라 여겨지지 않기도 했다.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영화가 많다. 디테일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범죄도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장면들을 관객의 상상으로 넘겨준다. 사실 인간은 직접 보는 것보다 상상해야 더 잔인하게 느껴지고 기억속에 오래 머문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가리봉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알려준다. 이 때 마석도(마동석)가 깔끔한 슈트를 입고 나타난다. 등장하자마자 상당한 포스를 내 뿜으며 동네 시정잡배들을 제압한다. 더구나 아주 자연스럽게 입에 욕을 달고 있다. 그게 참 중요하다. 한국은 내가 알기로 욕언어가 참 발달한 국가다. 다른 국가에 비해 욕으로 쓰이는 단어가 엄청 많다. 그런 욕을 적절하게 쓰면 솔직히 감칠 맛이 더 나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무분별하게 쓸 때 인상이 찡그려지지만 상황에 맞는 욕을 내뱉으면 속시원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거꾸로 욕 잘하는 것도 연기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연기력을 요한다. 은근히 욕 못하는 연기자들은 연기도 못한다는 소리 듣는 연기자가 많다. 그런 면에서 시작하마자 나오는 욕은 마석도의 정체성과 함께 현 상황을 잘 전달한다. 가리봉 시장은 중국에서 넘어온 조선족은 물론이고 한국조폭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서로 적당히 세력을 나눠 갖고 있다. 여기에 경찰은  적당히 봐주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하며 세력을 평화롭게 조정하려 노력한다. 이 때 장첸(윤계상)무리가 나타나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단지 3명 뿐이지만 이들은 무자비하고 깡이 쎄다. 조금의 용서도 없고 봐주는 것도 없다. 흔히 말하는 호흡이 다른 존재처럼 그려진다. 장첸은 처음에 그저 지나가는 뜨내기처럼 보였지만 곧장 가리봉 시장 이권을 장악하고 굴복시킨다.

영화는 재미있다. 상당히 빠른 호흡으로 진행한다. 쉬어가는 포인트가 없게 느껴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보였다. 초반에 흡인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모으다가도 금방 호흡이 가빠지며 살짝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그런 틈이 없다. 그것은 아마도 여러 세력 다툼을 보여주고 거기에 경찰까지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쉴 틈이 없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측면이 있어 보였다. 의도한 것도 없지 않겠지만.

결국에는 영화의 시나리오 자체가 좋았다는 뜻이 된다. 감독이 얼마나 잘 조화하고 진두지휘했느냐도 중요하고 편집도 중요했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출연 배우들의 캐미와 호흡이 좋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조연인 허성태, 박지환, 진선규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진선규의 연기가 가장 압권이었다. 완전히 똘아이 캐릭터였고 어디로 튈지 모를 인간을 잘 소화했다. 머리도 실제로 밀어버린 것 같은데 아주 좋았다. 주연이 아니라 순간 미쳐 날뛰는 폭발력은 다소 부족했는데 그건 주연이 아니라 일부러 그럴 수 있다.

윤계상은 그동안 여러 캐릭터를 소화했다. 인터뷰에서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일부러 다소 강하거나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다. 아쉬운 것은 충분히 훌륭한 로맨스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었다. 최근 유명한 어지간한 남성배우보다 훨씬 더 좋았을 로맨틱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번 영화에서 완전히 제대로 된 캐릭터를 소화한다. 딱 한가지 아쉬운 것은 캐릭터를 볼 때 살짝 웃음짓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았다. 갑자기 윤계상의 미소 매력이 보였다.

역시나 이 영화는 마동석의 영화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마동석이 제대로 된 액션연기를 한 적이 있나싶다. 내가 못 본 것일수도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 액션을 제대로 보여줬는데 역시나 좀 압도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런 이미지때문에 캐스팅이 오히려 안 되지 않았나도 싶다. 거의 마동석이 상황으로 웃기고, 극을 이끌어가고, 고급진 액션까지 보여준다.  솔직히 이번 영화는 마석도 시리즈로 분리되어 계속 나오면 어떨까할정도로 여기서 멈추기에는 좀 아까운 캐릭터다.

이 영화는 팩션이다. 실제 사건을 근거로 만들었다고 한다. 솔직히 이 사건의 배경은 내가 오래도록 살아온 동네다. 그럼에도 난 잘 몰랐다. 그만큼 막상 살고 있는 사람은 잘 몰랐다는 뜻이다. 영화처럼 그렇게 난리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거기에 왜 난 아예 몰랐을까생각해보니 당시에는 신문, 뉴스를 거의 보지 않았던 시절이다. 책은 열심히 읽고 무엇인가 나를 위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그렇기에 전혀 몰랐다. 내가 사는 동네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다시 검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영화다. 아무리 그래도 영화를 보다보면 중간에는 살짝 지루해기지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공이다. 영화는 80년대 후반 홍콩영화랑 느낌이 비슷했다. 총이 없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영화 속 배경은 실제로 가리봉 시장은 아니었다. 뜨문 뜨문 근처 배경은 나오지만 일부러 다른 곳에서 촬영한 듯하다. 정말로 배경도 가리봉이었으면 난 훨씬 더 몰입도있게 볼 수 있었을텐데.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장첸의 무자비한 칼 놀림 or 마석도의 우람한 액션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