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영화다. 이 내용이 실화라고 하니 요즈음 유행어로 "실화냐?"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과거에 전쟁 영화가 참 많았다. 심지어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토요일이면 거의 어김없이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전투>라는 미국 드라마가 했고 <배달의 기수>도 어김없이 했다. 워낙 예전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주말에 항상 했었다. 왜 초등학생이 수업 끝나고 집에 온 시간에 정확히 했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의도가 있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은 주로 한국전쟁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외국은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영화였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꽤 과거의 일이 되었는지 전쟁과 관련되어서는 소련과의 냉전시대를 거쳐 이제는 아랍쪽의 테러와 관련되 영화가 대부분이다. 이것들은 전쟁영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과거보다 전쟁 영화는 적게 제작되지만 훨씬 더 사실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그 소리가 압도하는 느낌은 너무 생생하다.

직접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전투에서 실제로 총 맞아 죽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포탄을 맞아 사망한다. 거기에 총도 머리는 내밀지 않고 총구만 전방을 향해 쏜다고 한다. 이제는 전쟁을 치룬 세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 이 부분은 통과다. 처음에 <핵소고지>를 얼핏 봤을 때 약간 의아했다. 무슨 영화인지 대해서. 총 없이 전투에 나가 싸웠다고 한다. 말이 되나. 총없이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과거에 신의 능력으로 모세가 두 손을 들어 이겼다는 이야기처럼 어떤 내용일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영화는 놀라움이었다. 아마도 영화 내용이 초반에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라는 자막이 없었다면 반신반의는 커녕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판타지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거기에 마지막에는 실제 영화의 주인공이 나온다. 이제는 엄청난 나이를 먹어 연세있는 그 모습 그대로 나오니 안 믿을 수 없다. 더욱더 놀라울 뿐이다.

이런 내용이 지금까지 영화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데스몬드(앤드류 가필드)는 종교적 신념으로 총을 소지하지 않는다. 영화를 볼 때 그가 총을 소지 않는 것은 종교적인 믿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개인적 신념으로 보였다. 그게 그것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자마자 일본군과 전쟁을 치루기 위해 떠난다. 휴가에 결혼을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도 지금 실정에서는 상당히 신기하다.

꽤 뛰어난 능력을 신체적 능력을 보유했지만 총기 소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법 재판까지 명령위반으로 회부된다. 그럼에도 우여곡절이 있지만 데스몬드의 믿음을 존중한다. 이것 또한 한국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것도 현재 전쟁이 치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종교적 믿음을 인정한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된다. 그만큼 미국은 - 물론 정확하게 백인 남성이라 할 수도 있지만 - 개인을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투에서 누군가 총기를 소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에게 각종 비용도 들어가고 서로가 서로를 믿고 전투에 임해야 하는데 누군가 총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그 자리는 빈 공간이 된다. 한편으로는 그가 꼭 총을 갖고 있다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데스몬드는 위생병으로 참여하며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은 존중해야히자만 그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생각을 해 볼 문제긴 하다.

무엇보다 개인의 신념으로 저질르는 무자비한 행동이 많다. 이렇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개인의 신념은 존중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내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살인할 수 없어 총을 들지 않는데 전투에는 참가한다. 얼마나 모순인가. 거기에 적이 아니면 내 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의 전투에서 말이다. 더구나 마지막에는 데스몬드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그가 오히려 전투에 참여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심지어 안식일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갑작스럽지만 뜻하지 않게 발견한 여주인공인 테레사 팔머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런 여배우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는 생각과 아직까지 유명하지 않다는 점이. 어딘지 스칼렛 요한슨도 닮은 것 같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여러 면으로 참 재미있게 봤다. 개인의 신념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고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는 사명감까지 말이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병사를 매듭으로 묶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