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을 볼 때 이중첩자에 대한 내용으로 알았다.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가 이중첩자로 그에 따른 긴장감이지 싶었다. 맥스(브래드 피트)는 이를 처벌하거나 밝히는 내용으로 어림짐작했다. 예상과 다르게 초반 30분 정도만에 영화는 맥스가 맡은 작전을 잘 끝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유럽을 집어먹었다.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그저 게릴라 정도로 활동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영국이 대항마로 역할을 했다.

맥스는 모나코로 가서 당시 독일대사를 처단하는 작전을 맡았다. 마리안과 부부역할을 한다. 둘은 그 날 처음 만났다. 서로 오래된 부부사이처럼 만나자마자 오랫만에 만난 사이처럼 행동한다. 영화를 보며 스파이라는 걸 잘 모르지만 저렇게 할 수 있다니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처음 만났는데 연기도 아닌 현실에서 서로 연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되어 마리안은 이야기한다. 자신은 스파이로 행동하지만 연기에 감정을 넣는다.

그렇기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고 말한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하는 행동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곳곳에서 지켜보는 숨어있는 시선을 느끼며 행동한다. 철저하게 잉꼬부부 역할을 서로 한다. 그것도 그 당시에 프랑스에서 행동하는 부부처럼. 맥스는 영국에서 파견되었다. 둘은 서로 사람들 앞에 연기하지만 서로 선을 넘지 않으려 한다. 마리안이 옷을 갈아 입을 때 맥스가 거울을 통해 보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감정이 넘나드는 요소로 보였다.

마리안은 맥스에게 사랑을 느낀다. 알게 모르게 코칭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결시키려 한다. 맥스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작전 중 사랑에 빠지면 서로 시체가 된다. 작전 전 날 마리안이 내일 우리는 죽을 수 있으니..라는 말과 함께 둘은 서로 사랑을 나눈다. 무사히 모든 작전을 마친 후 맥스는 마리안에게 런던으로 가 함께 살자고 이야기한다. 마리안은 갈 때도 없는 처지라 그 제안에 응하고 둘은 아름다운 결혼 생활을 한다.

여기까지가 3분의 1 내용이다. 작전이 끝나며 영화도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초반에 금방 끝이 났다. 후반부는 의심과 신뢰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이 흐른다. 전쟁이다. 모든 가치판단은 무의미한 시대다. 적이 아니면 내 편이다. 누군가를 죽여도 적이라면 상관없다. 오로지 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생존 자체가 전부인 시대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진짜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는 한다. 마리안과 맥스는 서로 사랑해서 아이도 갖는다. 이보다 더 확실한 행동이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상대방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저 믿고 넘어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또한 상황이 아니다. 나는 믿고 넘어가도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는 용납될 수 없다. 나조차도 이를 확실히 해야한다. 믿을 수 없는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을까. 함께 서로 살을 맞대며 마주보며 살아가는데 이는 힘들다.

계속 상대방을 의심하며 살 수 있을까 상대방을 믿는다고 하지만 마음 속에 생겨난 의심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아닌척 해도 속 마음은 숨길 수 없다. 어쩌다 보는 사이라면 어떻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부부사이에 힘들다. 잠시 모면할 수 있을 뿐이다. 맥스는 이를 확실히 하고 싶어 목숨까지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내 사랑이 믿을 수 없는 인물이 된다. 영화는 맥스입장에서 전개된다. 아쉽게도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가 그런데 이왕이면 마리안 입장도 설명되었으면 했다.

마리안도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을까. 마리안은 분명히 맥스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물어보지만 맥스는 대답하지 않는다. 마리안이 과연 몰랐을까. 맥스가 왜 저렇게 넋이 나가 행동하는지. 마리안은 여성이자 아내이자 엄마다. 이 세가지 중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은 무엇일까. 남성은 모르겠으나 여성은 여성보다 아내보다 엄마로써 마지막 역할을 하지 않을까. 대체적으로.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장면 : 사막에서 모래폭풍부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