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창업 준비 - 사업의 가치를 담을 그릇을 빗다
enterskorea 2017.05.22 11:11:32
사업의 가치를 담을 그릇을 빗다
“저는 반드시 스타벅스를 능가하는 브랜드를 만들겠습니다.”
전통차라는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브랜드 작업이었다. 당장은 두 평짜리 작은 점포에서 시작하지만 단계적으로는 직영점을 늘려갈 계획이었다. 그리고 테이크아웃 매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브랜드가 알려지면 카페형 매장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시작 단계에서부터 사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그대로 표현해줄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만들 전통차 브랜드의 네이밍을 공모할 거야. 상금도 있어. 10만 원!”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브랜드 네임을 공모했다. 내가 많은 후보들 중에서 고른 것은 ‘오가다’였다. ‘오가다’는 오가닉(organic)을 연상시키면서 ‘오고가는 정을 주고받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다섯 가지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차’라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다중적인 의미를 가진 ‘오’자에 ‘아름답다’는 뜻의 ‘가(嘉)’와 차를 뜻하는 ‘다(茶)’를 합쳐서 ‘오가다’라는 이름이 완성되었다.
이후 오가다의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디자인 작업, 인테리어 및 비품 디자인 등을 하며 개점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브랜드 로고가 완성되자 즉시 간판을 비롯한 모든 비품에 로고를 적용했다. 심지어 컵홀더에도 오가다의 로고를 넣었다.
“그냥 무지를 쓰면 안 되나요? 브랜드 로고를 인쇄하려면 최소 5만 개는 주문해야 된다는데….” 직원의 얘기처럼 소규모 카페에서는 대부분 무지로 된 컵홀더를 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돈이 좀 들더라도 시작할 때부터 우리만의 컵홀더를 만들어서 브랜드는 확실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나는 창업 자금 1억 원 중 무려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컵홀더를 인쇄하는 데 썼다. 주위에서는 사소하고 하찮은 데 돈을 펑펑 쓴다고 난리였다. 그렇지만 내가 볼 때는 결코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냥 컵홀더가 아니라 고객에게 “당신이 드시는 이 음료는 이름도 없는 그저 그런 음료가 아닙니다. 오가다가 정성껏 만들어낸 건강한 음료입니다”라고 말하는 컵홀더인 것이다. 더군다나 테이크아웃 음료이니만큼 컵홀더는 길거리와 사무실 등에서 우리 오가다를 적극적으로 알려줄 것임에 분명했다. 브랜드의 가치는 곧 기업의 생명과도 같다. 그러니 당장 이익을 얻는 것보다 브랜드를 알리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초기에 비용이 든다고 해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반드시 투자를 해야 나중에 브랜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전통차, 청년 창업, 테이크아웃, 스타벅스 도전장, 이 모두가 오가다를 설명할 때 나오는 단어들이다. 모두가 커피라는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다소 낯선 조합들로 나만의 시장을 만들어냈다. “전통찻집을 하겠다고? 요즘 커피가 대세인데 뜬금없이 전통차는 왜?” “그러게. 너 이제 겨우 스물여섯 살인데 노인네들이나 드나드는 고리타분한 전통찻집을 하겠다고?” 전통차를 팔겠다고 하니 친구들 중 몇몇은 기존의 전통찻집을 떠올리며 황당하다는 듯 내게 노골적으로 묻기도 했다. 하지만 오가다 1호점을 개점한 후 실제 매장을 방문한 친구들은 그제야 내가 했던 말이 이해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오가다를 창업했던 2009년 이후로도 개인이 차린 커피숍은 물론 그 이름조차 헷갈릴 만큼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생겨났다. 실제로 커피숍은 창업 희망자들 사이에서 가장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통할 만큼 진입장벽이 낮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 또한 치열해졌고, 결국 공급 과잉과 폐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지난 2015년 국세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창업자는 68만 604명이라고 한다. 인기 아이템은 자칫 안정적으로 보이기 쉽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기에 낙오되기도 쉽다. 그리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결국 수많은 점 중에 하나가 될 뿐이다. 나는 성공하더라도 그런 수많은 점 중에 하나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처음 오가다를 창업했을 때는 많은 이들이 염려의 눈길로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창업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는 데다,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중 하나가 아닌 ‘오가다’라는 고유의 영역을 만들어냈고, 누구도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두터운 장벽까지 쌓아뒀다. 창업을 하는 것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나를 찾고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라면, 나만의 색깔부터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남들과 다른 것이라면 굳이 어떤 틀에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서 최고가 되고 중심이 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