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팀 버튼의 아쉬운 귀환
깐KKan 2017.05.21 23:21:19
팀 버튼의 귀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집의 아이들>에 대한 기대는 오로지 팀 버튼에 대해서였다. 그로테스크한 귀여움과 독창적인 캐릭터. 팀 버튼을 기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창 강서에서 판교로 통근하던 시절, 강남역 신분당선 환승로에서 큼지막하게 이 영화의 예고편이 아침저녁으로 나를 배웅했다. '이상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눈꺼풀이 무거울 정도로 짙은 화장을 한 에바 그린과 정신없이 교차되어 지나갔다. 환상적인 색감의 영상을 마주할 때마다 꿈을 꾸는 듯 몽롱해지곤 했다.
그리고 뒤늦게 보았다. 팀 버튼은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느낌이다. 그때 뵀던 그분이 맞긴 맞는데, 그새 많이 지치셨나 보다. 여전히 그로테스크해서 멈칫 뒷걸음질치고 싶어지면서도, 오묘하게 귀엽다. 그러나 독창적이진 못하다. 팀 버튼스러운 것들조차 원작소설에 근거한 상상력이 대부분. 3부작인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주요 설정들은 원작의 것이 그대로인 것 같더라. 팀 버튼이 영화로 제작하길 바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팀 버튼스러운 캐릭터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무생물에 심장을 넣어 조종하는 에녹과 뒤통수에 커다란 입이 달린 클레어, 괴이한 복장의 쌍둥이가 가장 팀 버튼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들 역시 원작에 등장한다고. 그나마 에녹의 능력을 보여줄 때 등장하는 스톱모션은 완전히 팀 버튼스럽게 연출됐다.
원작조차 익숙한 것들이 많다.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태생부터 신기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등장하는 건 <엑스맨>의 동화 버전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24시간을 루프 하여 그 안에 피신하는 건 <해리포터>의 마법사 세계 같기도 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의 신체는 자라지 않는 건 <피터팬>을 연상케 한다. 바론의 손은 팀 버튼의 역작 <가위손>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듯하면서도 익숙한 부분이 많다 보니 완전히 빠져들기엔 무리가 있었다. 몹시 환상적인 색감도 실제 있을 법한 판타지라는 느낌보단 꿈을 꾸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역효과를 일으켰다. 배우들 또한 어린아이들은 굉장히 사랑스러운데, 대사 분량이 많은 청소년기 배우들은 안타까울 지경으로 어색했다. 제이콥 역의 에이사 버터필드는 어릴 적 연기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석궁 헛발질을 보며 스치는 한조 생각에 화가 나는 건 아니다.
왼쪽 어깨를 쓸어내리며 멀리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페레그린. 그녀의 아련한 눈빛은 유유히 걸어가던 할로우게스트 하나와 더불어 이 영화가 이어질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원작의 스토리라인은 영화에서 뭉개서 합쳐버렸다고. 기본 설정들은 몇 가지 변주와 성격 개조를 하며 대부분 옮겨왔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단 한 편으로 마무리란다. 3부작으로 이야기를 찬찬히 그렸다면 더 인상적이었을 테고, 팀 버튼의 엑스맨 3부작이라니 구미가 당겼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단편으로 종결된 결과물을 보고 나니 3부작이 아닌 게 다행이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