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험한 관계>(원제: Dangerous Liaisons, 2012)는 <위험한 관계>(1988)과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을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파격적이면서도 위태로운 관계를 그리려고 했으나, 위태롭기보다는 아름다운 관계를 그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둥이인 세이판(장동건)이 뚜펀위(장쯔이, Zhang Ziyi)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이판은 철저하게 사랑을 이용하여 자신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존재입니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여유가 넘치지만 그는 사실 외롭고, 만족스러움을 모르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이판이 계속해서 다른 여자들과의 쾌락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을 모르는 세이판은 모지에위(장백지, Cecilia Cheung)에게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모릅니다. 

 <위험한 관계>는 철저하게 감정을 이용하여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가 되는 것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리를 두려 해도 계속 생각이 나는 것은 물론, 계속해서 그 존재를 갈망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워낙 모호하게, 계속해서 변하게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인물들은 세이판에 의해서 감정이 변한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계속 리메이크가 되는 영화입니다. 감정이라는 것,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표현을 해도 계속해서 변하는 것은 물론, 기본 틀은 같아도 무한하게 변화시켜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 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와 <위험한 관계>(2012)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 된 것뿐만 아니라 각자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용한 영화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확실히 느끼지 못하면 영화가 너무나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 세이판과 모지에위가 감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행이 되는 영화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세이판이 점점 뚜펀위에게 자신의 감정을 뺏기게 되는 것을 보면서 소문난 바람둥이도 어쩔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들은 감정에 휘둘리며 자신이 그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끌려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