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혼자 사는 '리'(케이시 애플렉)는

어느 날 형 '조'(카일 챈들러)가 심부전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맨체스터로 향한다.

하지만 결국 형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이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으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란에 빠진 '리'는 조카와 함께 보스턴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패트릭'은 떠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한편 전 부인 '랜디'(미셸 윌리엄스)에게서 연락이 오고, 잊었던 과거의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게 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479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498

전 배관을 고치고 쓰레기를 치우고 아파트 도색도 해요

전기 일도 하는데 불법인거 알잖아요

정시에 출근해서 건물 4동을 담당해요

돈은 당신이 다 갖잖아요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해요

아빠?

아빠?

우리 불타는 거 안 보여?

아니, 불타는 거 아냐

보스턴에 일자릴 구했다

7월부터 일해

관리인, 잡역부

하지만 이번엔 건물이 2동뿐이야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어떤 식으로 평가하든 결국 케이시 애플렉을 말하면서 시작해서 케이시 애플렉을 말하면서 끝내게 된다.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를 통해서 모든 것은 얘기되고 있고 케이시 애플렉이 영화의 중심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평론가들에게서 극찬을 받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아쉽게도 이전에 벌어졌던 개인적인 문제들(성추행 및 기타 등등)로 인해서 ‘맨체스터...’는 몰입을 방해하게 되거나 다른 식으로 평가를 하게 되거나 혹은 아예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게 되어버리기도 하겠지만 워낙 괜찮은 영화라는 평을 많이 들어서 접하게 되었고 분명 잘 만들어냈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케이시 애플렉은 이미 다른 영화들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꽤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관심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가라, 아이야, 가라’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에서는 꽤 좋았지만 주목할 정도는 아니었었다. 오히려 밴 애플렉의 동생이라는 점이 더 기억에 남는 정도였었다(그래도 굳이 선택하라고 한다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분명 ‘맨체스터...’에서는 그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좀 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상실감으로 인해서 폐쇄적이고 무미건조한 삶을 보내는 모습부터 약간은 어눌한 것 같은 발성이나 목소리 그리고 강인함 보다는 어쩐지 여린 느낌의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연기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에게 딱 어울리는 배역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생활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조금은 엉켜지게 되어버렸다.

연기자와 배역이 아주 잘 맞물려질 때의 순간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파트 관리인이면서 잡역부이기도 한 주인공 리 챈들러

이런 저런 부당한 조건과 대우에 불만을 말하면서도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

맨체스터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부담스러워하고 그래서 그곳을 떠나고 싶은

물론 다른 잔인한 추억 때문에 더욱 더 찾아가길 꺼려하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은 한편으로는 두려움일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혐오의 시선이기도 한

고독하고 외톨이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때때로 울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감춰두었던 분노를 폭발하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폐쇄되고 무미건조하고 무감각함으로 채워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상실감을 감추면서.

각별한 사이였던 형의 죽음으로 인해서 보스턴에서의 삶은 흔들리게 되고 원하지 않던 맨체스터에서의 삶을 강요받게 되는 리 챈들러의 곤혹스러운 상황과 그가 겪었던 과거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다뤄내고 있는 ‘맨체스터...’는 어쩌다 저렇게 되어버렸나? 라는 질문을 보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그 비극적인 사건이 어떤 식으로 일어났고 그 이후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를 조심스럽게 다뤄내면서 비극의 무게감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상실과 괴로움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짓눌려지게 만들고 있다.

어떤 사고가 벌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영화가 시작한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알게 되는 비극은 애초부터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있고, 비극 이후 어째서 맨체스터를 그렇게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지, 기억과 회상은 어째서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지를 이해시켜주면서 조카와의 관계,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상실과 괴로움으로 채워진 삶을 좀 더 이해시켜준다.

끔찍한 실수고 잘못이지만 

죄의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진 않고 그저 말없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거친 눈보라와 강추위는 주인공 리 챈들러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은유하고 있고 내적인 갈등과 조카와 주변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형의 유언으로 인해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 등 리 챈들러는 온갖 것들에 힘겨워하면서도 그 모든 것들을 책임감 없이 포기하고 싶어하면서도 간신히 책임감을 잃지 않으면서 좋은 선택을 찾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너그러운 모습과 의지를 하고 싶은 기분을 들게 만드는 형 조 챈들러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비극을 겪기 전부터 그다지 신통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리 챈들러의 모습과 비극 이후 좀 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어떤 식으로도 누군가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내 자신이 무책임하기 때문에 좀 더 공감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는 점에서 리 챈들러의 잘못은 너무나 큰 비극을 만들고 있고, 그 비극을 그대로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형벌에 대해서 그 누구와도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슬픔을 ‘맨체스터...’는 맨체스터의 풍경과 영화적 분위기와 고통과 상실감으로 가득한 연기를 통해서 더욱 커다랗게 만들고 있다.

그런 슬픔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도 비교할 수 없고 괜한 아는 척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저 그 견딜 수 없는 무게를 영화적으로 그리고 연기를 통해서 충분히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고 집중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맨체스터...’는 분명 좋은 연출이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거칠고 황량한 풍경 속에서 엄청난 슬픔을 불필요한 꾸밈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

참고 : 이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에서의 맨체스터가 영국 맨체스터로 생각하고 있었다. 보게 되니 미국 보스턴 인근의 맨체스터라는 지역이었다. 무식쟁이는 어떤 식으로든 오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내 한심함을 다시금 알았다. 무식에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