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내면의 고스트'보단 '외면의 셀'이 더 돋보인다
한마루 2017.04.10 14:22:02
▣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희미해진 영화속 세상
다만 원작 애니메이션을 안봤기 때문에 비교는 할 수 없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SF 명작'과 같은 현란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유명하고 의미있는 작품에 손을 댄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기는 특별한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감독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작업이 될 수 밖에 없기도 하고요. 다만 전 원작 애니메이션의 명성은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그 작품을 본 적은 없기 때문에 원작과 실사화된 이 작품을 비교할 순 없고 그래서 원작에 대한 이야기는 배제한채 온전히 이 영화만 놓고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공각기동대>의 배경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희미해진 미래 세상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보편화된 인공 신체들이 널리 활용되고 있었고 더 나아가 육체는 죽었다고 해도 '뇌'의 기능만이 살아 있으면 그 뇌만을 이식하여 새로운 '사이보그'를 만들 수도 있는 세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에는 양날의 검이 존재하듯, 인간과 로봇의 뛰어난 특징을 결합하려는 시도와 함께 특정한 목적을 갖고 '사이보그'를 만들어내려는 이들도 있었는데 때문에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던 <터미네이터>와 같은 극단적인 디스토피아와는 차이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작품속 세상 역시 결코 '유토피아'로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특히 점점 더 기계에 종속되어가면서 몰개성화 되어가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은 결코 바라고 싶지 않은 미래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 감독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부분은 '내면의 고스트'가 아니라 '외면의 셀'
이야기의 주인공인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자신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난민'의 뇌가 이식되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메이저는 엘리트 특수 부대 '섹션 9'를 이끌고 있는 리더로 또 다시 발생한 하나의 사건을 조사해가는 과정에서 '쿠제'라는 미스터리한 존재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로 파편처럼 떠오르는 어떤 영상들을 보게 되는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더 나아가 자신의 진짜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고 이를 밝혀내려고 합니다.
즉, 불현듯이 자꾸만 떠오르는 그 짧은 환상과도 같은 장면들이 자신의 과거와 분명 관계가 있을 것임을 인식해가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는 이런 그녀의 이야기와 '고스트'라고 명명되어 있는 인간 내면의 본질과도 같은 존재를 통해 하나의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공각기동대>는 이런 이야기를 그다지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는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포커스를 맞춘 것은 '내면의 고스트'가 아니라 '외면의 셀', 즉 화려하게 빛나는 비쥬얼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 다소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의 큰 틀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 존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법 돋보이던 비쥬얼, 그리고 역시 '스칼렛 요한슨'은 매력적이던 !
다만 그렇다보니 영화속 다수의 인물들의 존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고 온전히 '메이저'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줄리엣 비노쉬'와 같은 대배우가 연기한 '오우레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게다가 언급했다시피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큰 틀은 꽤나 익숙한 느낌이기도 하더군요. 가깝든 멀든 어쨌든 미래의 세상이 배경이고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 존재하며 결국은 그 기업이 벌인 '음모'와 맞서는 주인공이란 큰 틀의 이야기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역시 '스칼렛 요한슨'이란 대표적인 여전사 이미지의 배우가 '메이저'를 연기하고 있다보니 그녀의 모습에서 언뜻 언뜻 '블랙 위도우'가 보이는 느낌도 듭니다. 어쩌면 그녀의 고스트는 '블랙 위도우'가 아녔을까 싶기도 했었던..
그래도 이렇게 그 이야기에는 크게 힘을 주지 않았지만 그 대신 힘을 강하게 쏟고 있었던 '비쥬얼'만큼은 꽤나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휘향찬란하게 빛나는듯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곪아터지기 일보 직전인 것만 같았던 미래 사회의 모습이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이죠. 그리고 '메이저'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이란 매력적인 배우의 존재는 온전히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빛나던 그녀의 액션신은 역시나 호쾌하네요. 때문에 가볍게 '보고 즐길 수 있는' SF 영화의 재미는 갖추고 있는 <공각기동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작 역시 궁금해지긴 하더군요. 아마 이 작품과는 제법 차이가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