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네 예쁜 사랑 하세요
한마루 2017.04.10 14:17:48
▣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홍상수 감독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에서 어쩔 수 없이 연상되는 현실속 두 사람
때문에 이번에는 거의 '다큐멘터리'의 느낌까지 들 정도였던..
드라마에서의 불륜은 '불륜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넘어오는 순간 그를 가리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도 유명 감독과 유명 여배우의 스캔들과 당당히 관계를 인정했던 그들의 모습을 '용기있는 사랑'과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때문에 '유부남 감독과 불륜 관계였던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현실속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연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김민희'라는 현실속 스캔들의 주인공이 직접 등장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죠.
물론 홍상수 감독은 이 작품을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감독의 의도가 어쨌든 작품을 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속 영희의 모습과 그녀의 사랑에서 어쩔 수 없이 현실속 두 사람의 모습을 연상할 수 밖에 없을텐데 때문에 안그래도 굉장히 현실 밀착형으로 다가오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이번에는 거의 '다큐멘터리'의 느낌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 온전한 영화적인 장치로 활용되고 있는 '의문의 남자'
그리고 자신의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영화에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1막에서 그녀들의 편안한 시간을 방해했던 '독일의 한국남자'와 2막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어떻게든 개입하려고 하지만 극중 인물들은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던 '창밖의 남자'가 바로 그 의문의 남자로, 극중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려는 불청객과도 같았던 이 존재는 다분히 현실적으로 와닿는 작품의 지극히 '영화적인 장치'로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언급했던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이 아니라 현실과 분리해야 하는 온전한 '영화'의 모습으로 비치길 바랬던 것일 수도 있겠고, 혹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은유로도 느껴집니다만 그 어떤 설명이 곁들여지지는 않기 때문에 이 의문의 남자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
" 나 진짜 많이 놀았어. 하고 싶은거 다해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거 다 해 "
" 저는 할 것 다 해본 것 같아요. 가치도 없는 것들 생각하기 싫어요.
곱게 사그라들고 싶어요 "
" 사랑을 못하니까 다들 삶에 집착하는 거잖아요. 그거라도 얻으려고.
다 사랑할 자격 없어요. 이해하지도 못하면 입 좀 조용히 하세요 "
"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해대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걸 불륜이라고 난리다 "
" 내가 그때부터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정상이 아니다.
물이 되는 것 같다. 매일매일 후회하고 산다 "
그리고 이렇게 1, 2막으로 나눠져 있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중심에는 '영희'(김민희)가 위치합니다. 1막에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의 이야기, 2막에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강릉에서 지인들을 만나고 결국 영화 촬영차 그 곳에 머물고 있던 감독을 만나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특별할 것 없는 대화들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들 속에는 날선 방어기제가 느껴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며 동시에 관계에 대한 변명, 그로 인해 힘든 일을 겪을 연인에 대한 위안이자 걱정, 그런 힘든 사랑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가 겪고 있는 절대적인 고독까지 담아내고 있는 모습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직설적인 대사들을 통해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있는 느낌까지 듭니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기도 한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것처럼 그들의 사랑 역시 진실된 마음이자 욕구라는 항변 말이죠. 때문에 아무리 '영화와 현실'을 분리해놓고 보려고 해도 불쑥 불쑥 자꾸만 개입하는 현실로 인해 구분이 어려워지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 현실과 연결되는 부분을 제쳐두더라도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에서는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
하지만 김민희 배우의 연기만큼은 확실히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그 뜨거운 화제거리인 '현실'의 이야기를 제쳐두고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개인적으로 봤던 홍상수 감독의 작품 가운데에서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였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전부 다 보진 못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와 같은 작품들은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위에 언급했던 항변들이 주가 되는 느낌이었던지라 전작들이 보여준 위트나 이야기의 매력을 느낄 수는 없었던 것이죠.
때문에 그 이야기 자체에서도 별다른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던 작품이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영희'를 연기한 김민희 배우만큼은 굉장히 돋보이는 작품이더군요. 뭐 사실 영화속 캐릭터나 본인의 현실이나 닮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사실적인 연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은 온전히 김민희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 복잡한 감정들과 쓸쓸하고 절대적인 고독까지 느끼고 있던 '영희'를 훌륭하게 연기해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커리어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이 배우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본인은 자신의 인생에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싶은 모양인듯 하고 그 사랑의 대상 역시 이렇게 적극적으로 항변하니 뭐 어쩔 수 있나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보고 난 뒤 들려주신 이야기에 대한 대답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네 알겠으니 예쁜 사랑하세요" 였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