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마르세이유 항구도시. 범죄조직 신디케이트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도시에는 거대한 암흑 조직이 자라나고 있다. 갓 출목한 로크 카펠라(아랑 드롱)는 옛 애인 로라를 되찾아 오고자 프랑소와 시프레디(장폴 벨몽드)와 주먹대결을 벌인다. 그러다가 서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권투 경기를 개최하는 등 작은 돈벌이를 하면서 기회를 노리다가 암흑조직의 보스인 폴리의 정육창고에 불을 지르면서 조직과 정면대결을 하게 된다. 또한 이들은 시장 후보자인 리날디의 저격사건으로 범죄조직의 거두인 마레오와 숙명의 한판을 벌이게 되는데.. 세력을 잡기 위한 조직간의 피의 대결.”

당신 조직 사이에서 사건이 은폐되는 한

경찰은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늑대들이 서로 잡아먹게 되면 양치기들에겐 사업이 되죠

프랑소와 어째서 떠나려고 하지?

왜냐면 우린 둘이니까

우린 처음엔 폴리, 춤선생, 그리고 마렐로를 제거했지

그 살인이 우리를 멈추게 할 이유는 되지 않아

언제가 우리는 혼자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니까

지금 가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지

우리가 쓰러질 때 끝나게 되겠지

아마 내가 시작할거야

세상 이치가 그렇다면 우린 피할 수 없어

알랭 들롱

장 폴 벨몽도

멋진 영화들이 잔뜩 만들어지던 1960 – 1970년대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함께한 ‘볼사리노’는 생각보다는 아쉬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볼만한 부분들이 많은 영화였다.

아쉽다는 뜻이 ‘볼사리노’가 완성도에서 혹은 구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어쩐지 좀 더 잘 만들어졌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이것보다는 더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질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말하게 되는 아쉬움이다.

좋기는 하지만 더 좋을 수 있었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경쾌한 영화음악을 들려주면서 시작하는 ‘볼사리노’는 1930년대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한  갱스터 영화이고 쉽게 생각하든 어렵게 생각하든 일반적인 갱스터 영화의 특징들과 구성 그리고 진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우정

성공

갈등

배신

암투

모략

죽음

잘생긴 얼굴에 과묵하면서 항상 심각한 표정의 로크 시프리디

능청스러우며 항상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프랑소와 카펠라

두 젊은이가 만나고 싸우다 우정을 나누는 과정(영화의 시작)은 전형적이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갱스터 영화가 항상 그렇듯 로크와 프랑소와는 이런저런 (부정적이고 불법적인) 돈벌이를 통해서 성공하지만 욕심-욕망은 점점 커지고 젊은이들에게 더욱 더 부풀려지고 커질만한 기회들도 찾아오게 된다.

1930년대의 마르세유의 풍경

두 젊은이의 성공에 대한 갈망

한명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더 많은 것을 움켜지려고 하고

다른 한명은 마찬가지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려고 하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한명이 현실적이면서 좀 더 저돌적으로 욕망에 충실하다면

다른 한명은 낭만적이면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참아내려고 한다

어떤 식으로 도시를 지배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둘 중 하나는 떠나고 죽어야만 하는지

‘볼사리노’는 모든 것들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볼사리노’에서 특징적이라고 말할 것은 성공의 과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배신과 갈등 그리고 암투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는 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순식간에 다뤄내고 정리하고 있는데, 두 멋진 배우가 더욱 갈등하고 다퉈내게 만드는 것이 아닌 함께 어떻게 성공을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아마도) 보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볼사리노’는 그들의 우정을 망가뜨리려고 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더 특징을 꼽으라면 여성이 그들의 갈등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때로 이런 영화에서는 여성을 두고 이런 저런 갈등과 다툼이 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볼사리노’에서는 그런 것들은 특별히 다뤄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알랭 들롱의 매력을 좀 더 강조하고 있으며 알랭 들롱의 매력에 여러 여성들이 빠져드는 모습들을 통해서 매력적인 여성이 앞세워지는 것이 아닌 매력적인 남성을 내세우고 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하긴 남성이 보더라도 알랭 들롱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볼사리노’는 두 젊은이가 어떤 식으로 성공하게 되는지를, 그리고 한쪽은 더 큰 욕심을 갖게 되는 반면 다른 쪽은 욕망을 참으면서 어떤 식으로 떠나려고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심각함과 경쾌함을 오가면서 보여주고 있다.

‘볼사리노’의 문제는 바로 그런 오락가락하는 점인 것 같다. 때로는 들뜨고 즐거운 분위기를 보여주다가도 갑작스럽게 심각함과 진지함을 만들고 있어서 어떤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할 것인지 조금은 어리둥절하게 생각되고 그런 점은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은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성향과 분위기가 오히려 더 만족스럽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개인적으로는) 좀 더 잘 구성해내고 분위기가 어색함 없이 충돌하지 않게 만들어졌다면 좀 더 멋진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무언가 어수선하게만 느껴지게 된다. 

이것 나름대로도 좋은 완성도이고 결과물이라는 것에는 공감하고 동의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좀 더 다른 방식의 결과물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계속해서 말하게 된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알랭 들롱과 장 폴 벨몽도가 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서인지 그런 생각도 잘 들지 않게 만들졌다.

장 폴 벨몽도는 장난기와 유쾌함을 가진 인간적인 매력을, 그리고 커져만 가는 욕망에 충실하기 보다는 내면의 갈등을 갖지 않고 깔끔하게 손을 털고 떠나겠다는 모습에서 호감을 갖게 되는 반면에 알랭 들롱은 끝도 없는 커지는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그런 모습을 통해서 과연 어디까지 원하는 것인지를, 어떤 행동과 선택까지 할 것인가를 궁금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명확하게 알려주진 않지만 아마도 모든 음모의 끝에는 결국 알랭 들롱이 연기한 로크가 있을 것이고,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서 도시를 지배하고 장악하기 위해서 온갖 모략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습 또한 갱스터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 특별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잘생긴 얼굴로 뻣뻣함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는 (불만으로 가득한 표정의) 알랭 들롱이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지 충분히 설득되고 기억에 남는 모습이 되는 것 같다.

함께하고

의심하고

갈등하다

화해하지만

결국 하나는 죽는

‘볼사리노’의 마지막 장면은 강렬함까지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인상적이고 그들의 우정과 성공이 어떤 식으로 결말짓게 되는지를 보여주면서 급작스럽게 끝맺고 있다. 우정과 성공의 끝이 결국은 한명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되어버린다는 쉽게 잊을 수 없는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오히려 (알랭 들롱이 연기한) 더 커다란 욕망으로 가득한 로크의 몰락으로 끝맺었다면 좀 더 일반적인 결말이었을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서 이런 마무리를 선택했는지가 조금은 궁금해지게 된다.

로크가 혹시 몰라 프랑소와를 죽였다는 것으로 암시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런 정도로 매정하고 차가운 존재로 만들려고 했다면 그런 결말 또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들게 된다.

다만... 이 영화가 꽤 성공을 했는지 속편에서는 복수를 다짐하고 복수의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니 그런 생각은 전혀 틀린 생각인 것 같다.

프랑스 방식의 ‘내일을 향해 쏴라’ 정도의 영화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것저것 불만만 말했지만 결국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참고 : 1. 알랭 들롱은 잘생긴 얼굴에 무표정함과 뻣뻣함이 가장 어울리는 모습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범죄영화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영화일 것 같다.

       2. 이런 영화를 봐서인지 괜히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들이 더 떠올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