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도끼다 

유대계 독일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그의 대표작인 <변신>에서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카프카에게 책이 도끼라면 제게는 육아가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제 영혼의 얼음장을 산산조각 내줬으니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지만 결국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서른 즈음 저의 성장통이 커진 것은 아빠라는 새로운 역할 때문이었습니다. 30년 가까이 해본 적 없는 생소한 배역을 맡은 것입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생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책임지는 일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질문을 끝없이 만들어내며 성장의 고통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주었습니다.

성장의 고통을 동반한 오랜 고민 끝에 저는 아이들이 저를 이런 아빠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인생을 끄는 사람, 가슴 뛰는 일에 열정을 쏟고 도전하는 사람, 현실주의자면서도 이상을 꿈꾸는 사람, 따뜻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 그래서 존경하는 아빠로 말이죠.

저는 제 인생이 이렇게 바뀔지 몰랐습니다. 저는 지금 상황에 만족하더라도 안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더라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꺾어버리는 것은 아깝지 않을까요. 저는 모든 변화는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출발한다고 믿고, 우리가 바뀌지 못하고 변화와 멀어지는 것은 우리의 관점(觀點)과 청점(聽點)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안 바뀐다고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과 귀를 먼저 달리 해보는 게 어떨까요. 자신이 바뀌면 세상도 바뀝니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육아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철학과 태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직장일로 바쁜 아빠는 함께할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아빠라면 아이들과 나눌 추억이 별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육아를 기술이나 요령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 아이 모두 성장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함께하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이 바탕에 자리하지 않고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추억은 깊은 울림을 남기지 못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육아는 아내가 첫째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에게 던진 수많은 질문과 끝없는 고민, 스스로 찾은 답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책임감.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얻으며 시작된 육아(育我)가 아닐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준 것이 고맙고 또 함께해줘서,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들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이죠.

저의 육아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큰 녀석은 열 살도 되지 않았고 막내는 겨우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육아를 저를 기르는 기회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육아란 배우고 느끼고 즐기는 동반성장의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많은 시간이 저와 아이들의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은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아이 셋 키우는 남자 <권귀헌> 저

리오북스, 2017년01월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