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족> 쉽게 만들어지는 인스턴스 가족 영화의 한계
한마루 2017.02.23 09:12:24
▣ 가족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 현실이 중요했던 이들
그렇다보니 가족은 뒷전이 되면서 그 의미는 희미해졌었는데..
방송국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수경'(이요원)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동료들이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파업을 하는 동안에도 오로지 '뉴욕 특파원' 자리 하나만 보고 열심히 일했던 그녀였지만 그 자리는 자기랑은 참 많이 달랐던 '금수저 후배'에게 돌아갔으니까요. 그런 후배가 미울 수 밖에 없었지만 또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던 수경,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수경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에서 기인하여 그저 '짐'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남매 중에 장남이었지만 제일 철은 없어 보였던 쌍둥이 아빠 '성호'(정만식)는 툭하면 사기를 당하기 일 수였고 하고 있는 어린이집 자동차 운전 일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막내 '주미'(이솜)는 길거리 캐스팅도 자주 될만큼 화려한 외모를 갖고 있었지만 '끼'는 없어서 알바만 전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먹고사는 현실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희미해져 있었던 가족의 의미, 그래서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만났음에도 그들 사이에는 찬바람만 쌩하니 불었고, 그 어떤 슬픔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 남매는 장례식장에서 자신들을 형, 누나라고 부르는 아이 '낙이'(정준원)를 보게 됩니다.
▣ 세 남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단절에서 화합으로의 전환
즉, '따로'가 아닌 '같이'로 변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영화는
대화를 안해서 발생하는 단절된 현대 가족 사이의 문제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래, 가족>은 문제가 많이 있는 가족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유쾌하지는 않았던 기억 때문에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연락도 별로 주고 받지 않으면서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들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래, 가족>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이 작품은 '가족'의 이야기였고 비단 가족 영화라하면 '관계 회복'이 주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가 세 남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단절에서 화합으로의 전환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온전히 세 사람 따로 따로의 이야기였다면, 이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따로'가 아닌 '같이'로 변해가는 것인데 이를 통해 영화는 대화를 안해서 발생하는 단절된 현대 가족 사이의 문제를 살며시 이야기속에 녹여넣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와 마찬가지의 남보다 못한 가족 관계가 그렇게 특별한 경우로 느껴지지 않기도 한 현실이기 때문이죠. 그대로 두었으면 정말 남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을 가족, 하지만 영화에서 메말라버린 가족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는 것은 바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없었던 남매들의 일상에 갑자기 등장한 '인생의 낙'과도 같은 '낙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일정 부분 훈훈하게 와닿는 가족 영화의 모습은 취하고 있었던 <그래, 가족>입니다.
▣ 약간의 훈훈함은 있었지만 그 이상은 없었던 <그래, 가족>
인스턴트식 가족 영화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다분히 전형적이기도 한 이야기의 흐름은 특별할 것이 없었고 그 흐름에서는 얼렁뚱땅 막무가내식 전개가 보이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고 하나가 되어가는 가족들의 내면을 묘사하는데는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화합해가는 모습이 딱히 와닿지가 않습니다. 관계의 단절이 아닌 화합과 회복으로 나아가지만 그들은 여전히 처음의 모습 그대로만 보일 뿐이니까요. 게다가 어느 정도의 과장된 코미디도 가미되고 있었던 영화의 웃음 포인트들 역시 딱히 유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주 약간의 훈훈함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여운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영화 <그래, 가족>은 '인스턴트식 가족 영화'의 한계가 그대로 느껴지고 있는 모습이기도 했었고 그 속에서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던 배우들의 연기도 크게 돋보이진 않더군요. 그저 능청스러운 애어른 같았던 '정준원' 배우는 살짝 귀엽게 느껴졌던 정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