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월> '탐욕'과 '신뢰'의 대결로 치환되는 가벼운 크리쳐물
한마루 2017.02.23 09:07:45
▣ '만리장성'에 얽혀 있는 수많은 전설중 하나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의 이야기
여전히 전세계적인 미스터리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의 '만리장성'은 역사와 전설 속에서 수많은 적들을 막아온 중국의 굳건한 방패였습니다. <그레이트 월>은 그런 만리장성에 얽혀있는 전설중 하나의 이야기가 바탕이 되는 작품으로 '타오 티에'라는 괴수들의 공격을 막아야만 했던 만리장성의 수비군과 꿈의 무기로 일컬어지던 '검은 가루', 즉 '화약'을 찾아 그 먼땅까지 온 이국인들이 흘러들어가게 된 만리장성에서 마주하게 되는 괴수들과의 전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선 '세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극중 '만리장성'에는 중국인의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고 이런 장벽을 노리는 '북방 민족'을 괴물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은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토니 길로이와 맥스 브룩스가 쓴 각본이기 때문인듯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본 이야기가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전설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구전을 통해 전해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각색이 이뤄지며 과장되고 또 그 서사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는데 영화의 이야기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죠.
▣ IMAX 3D로 감상한 영화, 제법 푸짐하게 느껴지던 화려한 볼거리들
우선 IMAX 3D로 감상한 <그레이트 월>은 화려한 볼거리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뿌연 먼지와 함께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로 시작하는 영화는 곧이어 스케일 큰 '타오 티에'와 만리장성 수비군 사이의 전투로 이어지는데, 전투 병과를 나누고 있었던 다양한 색깔의 갑옷을 입고 있는 수비군과 여왕의 명령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강력한 타오 티에 사이의 전투가 화끈한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죠. 하늘을 가득 메우는 수비군의 화살과 화공, 더 나아가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던 '검은 가루'와 아크로바틱한 '학 돌격대'의 공격, 그리고 하늘을 가득 메우는 풍등과 어쩌다보니 이 전투에 동참하게 된 '윌리엄'(맷 데이먼)의 활약 등등을 통해 채워지고 있었던 대규모의 전투신은 그동안 봐왔던 어색한 중국 영화의 CG랑은 확실히 구분이 되는 것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런 전투신 뿐만 아니라 언뜻 수묵화처럼 보이기도 하던 풍광 역시 꽤나 멋지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그 뿌연 먼지와 연기기 가득한 전장의 모습은 제법 입체적으로 느껴졌고, '날라다니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제법 푸짐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던 3D 효과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던 영화 <그레이트 월>이었습니다. 다만 그들의 방어가 '실용적'이기보다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 목적처럼 느껴지던 장면들도 많았지만 뭐 어쨌든 그래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했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는 크리쳐물로서는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전설'을 바탕으로 마치 허풍이 조금 가미된 영웅담으로 보이는 이야기
'영웅 만들기'에 급급하면서 그 과정은 조금 소홀히 하고 있는 모습도..
다만 이런 거대한 전투신에 공을 들이면서 이야기는 조금 소홀히 한 모습도 보이는 영화 <그레이트 월>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마치 허풍이 조금 가미된 전설속의 영웅담 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영웅 만들기에만 급급하면서 그 과정은 많이 생략된 모습이 보였던 것이죠. 애초에 '검은 가루'가 목적이었던 윌리엄이 끝까지 한결 같았던 동료 '페로'(페드로 파스칼)와는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그의 행동들에 온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그렇게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 정도로만 보일 뿐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맷 데이먼이 연기한 '윌리엄'과 '경첨'이 연기한 린 메이 사령관 외의 다른 캐릭터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특히 제가 본 유덕화의 출연작중에 그의 존재감이 이렇게까지 미미했던 영화는 처음이었을만큼 그가 연기한 '왕 책사'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탐욕'과 '신뢰'에 대한 이야기 역시 깊이를 갖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뭐 볼거리 정도만 즐긴다면 무난한 크리쳐물이 될 수 있을지도..
게다가 윌리엄과 페로, 그리고 타오 티에를 통해 말하고 있는 '탐욕'과 '신뢰'에 대한 이야기 역시 깊이를 갖지 못하고 익숙한 요약본을 읽는 것처럼 압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즉, 세상 모든 쾌락과 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을 해칠 수도 있는 '검은 가루'를 통해 손에 넣지 못할 것을 탐하는 인간의 탐욕을 이야기하고, 이런 탐욕스러운 인간과 닮아 있는 '타오 티에'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며 그와는 반대편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장벽을 구축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모습 속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중요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내면서 '그레이트 월'보다 더 강력했던 '그레이트 윌(Will)'을 이야기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그다지 깊이 있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어쩌면 영화의 의도가 애초에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중국에 인수되긴 했지만 어쨌든 헐리우드의 제작사에서 제작된 작품이었고, 헐리우드의 기술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장이머우 감독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그저 가볍게 즐기면 되는 크리쳐물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 괴수들의 특징에서 살짝 <스타쉽 트루퍼스> 같은 느낌도 들긴 했었지만 뭐 그래도 그냥 볼거리 정도만 즐긴다면 가볍게 보고 즐기기엔 나쁘지 않을 것도 같았던 <그레이트 월>이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