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1%의 입맛대로 흘러가는 세상
한마루 2017.01.22 20:17:43
★★★☆
▣ 진짜 '힘'을 갖고 싶었던 '박태수'를 중심에 놓고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대사의 일부를 재현하고 있었던 작품
권력과 그 권력을 상징하는 돈은 한번 맛보면 끊을 수가 없는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고들 합니다. 때문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이미 양손 가득 쥐고 있지만 더 갖고 싶어지는 것이 권력과 돈일텐데,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어버리면서 결국 파멸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굉장히 어수선한 작금의 현실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때문에 대한민국의 왕이 되고 싶었다는 평범한, 아니 내세울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었던 '박태수'(조인성)라는 인물을 중심에 놓고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대사의 일부를 재현하고 있었던 작품 <더 킹>은 시의적절하게 개봉한 영화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또 근래에 비슷한 뉘앙스의 영화들이 자주 등장하다보니 다소 동어반복의 느낌이 들 수 밖에 없기도 하더군요. 물론 작품들마다 다 차별화되는 개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 박태수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부조리하고 부패한 권력의 실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여 권력의 시녀로 취급받고 있는 지금, 영화는 이런 현실에 대해 다분히 비판적인 어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진짜 힘을 얻고 싶어 검사가 되었던 '박태수'의 입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즉, 박태수가 화자이기 때문에 그의 1인칭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처음에는 99%의 평범한 검사와 다를 바가 없었던 그가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1%만이 누린다는 진짜 힘을 맛본 후 조금씩 그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가면서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던 '정의감'과 '자존심'까지 버리게 되는 과정속에 그 부조리하고 부패한 권력의 실체를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분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더군요.
▣ 학연, 지연 등으로 다양하게 연결되는 '줄'이 있고 '백'이 있어야 성공하는 세상
영화가 담아내는 세상의 모습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학연 지연으로 연결되는 라인을 잘 타야만 성공하고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는 어제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며, 또 그렇게 적이 되어버린 이들은 잔인하게 희생되고 누군가의 먹잇감으로 던져지기도 하는 세상. 그리고 불리할때는 좀 더 큰 이슈를 터트리며 자신들의 치부를 덮어버리는 언론 플레이와 이런 부패한 권력에 기생하고 있는 언론과 경제의 유착관계가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는 세상. 영화가 담아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99%의 평범한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하루 하루 열심히 살지만 그럼에도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는 현실은 바로 이 스스로를 '선택받은' 1%라고 생각하는 그들 입맛대로 만들어져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임을, 국민이 우선이 되어야 함에도 그보다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결과만을 추구하고 있는 타락한 권력자들 때문임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죠.
▣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무겁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코미디스럽고 어이없는 그들의 모습 속에 자조섞인 씁쓸한 시선이 느껴지는..
그런데 이렇게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 영화였지만 <더 킹>은 결코 무겁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내부자들>에서 보여진 권력자들의 그 추악한 놀이판이 아닌, '버스안에서'와 '쿵따리 샤바라' 같은 노래를 부르고 - 심지어 군무까지 - 대권의 행방을 점쟁이들에게 묻는 그들의 모습처럼 다소 가벼운 톤의 어이없는 이야기도 섞이고 있었는데 이는 어쩌면 코미디판처럼 우스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조섞인 씁쓸한 시선으로도 보여지는 것이더군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변하는 것이 없는 세상은 우뚝 솟은 건물의 펜트 하우스에서 즐기는 그들만의 파티, 그들만의 놀이터이기 때문에.. 게다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씁쓸함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판타지스러웠던 비슷한 작품들의 결말과 조금은 달랐던 이 작품의 마지막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 격동하는 현대사를 관통했던 부패한 권력의 모습을
좀 더 사실적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었던 영화 <더 킹>
그리고 그 시도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것은 영화가 역대 대통령들의 실명과 실제 영상을 활용하고 있었던 부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다소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설정으로도 느껴지는 것이었는데, 살짝 다큐멘터리스럽기도 했던 이런 설정을 통해 <더 킹>은 격동하는 현대사를 관통했던 권력의 모습을 좀 더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온전히 그들이 중심이었던 그 세상의 권력을 지키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그저 영화속의 가상 인물들만은 아닐 부패한 이들의 모습을 말이죠.
다만 2시간 20여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 오롯이 잘 짜여진 이야기가 촘촘하게 이어지기 보다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이어지고 그 상황들의 전환도 빠른 편이었기에 약간은 정돈되지 못한 허둥지둥되는 모습이 보이며 긴 호흡으로 달려와서는 다소 성급하게 결승점까지 내달려버리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영화가 보여준 시도와 담아내는 그 이야기들이 충분히 와닿기도 하는 영화였습니다. 과연, 정말, 이 나라의 진짜 '킹'은 누구일까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의 조항이 참 생경하게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