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리즈가 끝이 날 때의 아쉬움 속엔, 그래도 영화가 아직 남았다는 희망이 있었다. 죽음의 성물의 이름을 달고 나온 마지막 영화마저 끝난 후엔 다른 이야기가 등장할 거란 기대가 있었고, 그렇게 몇 년이 기대만 두고 흘러갔다. 새 시리즈가 출간되면 아버지가 구해다 준 따끈한 초판본을 읽으며 밤을 새우던 애는, 오리지널 촬영 스튜디오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런던을 찾아간 사람과 한 집에 살게 됐다. 흩어져 있던 헤르미온느와 덤블도어가 지녔던 지팡이(를 본뜬 상품)가 한 곳에 놓이게 된 후, 일생을 함께 한 세계에 대해 새 연극 소식이 들려오고 스핀오프 개념의 시리즈가 선물처럼 시작됐다. 내 이야기지만,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흔한 이야기. 현세대에 탄생한 신화와 같기에, 해리포터는 전 세계의 '아이였던 어른들'이 기다리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포터헤드들이 학수고대했던 시리즈의 도래. 새로운 인물들이 우리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대에서 70년이나 앞선 세계에서 펼치는 일이 얼마나 향수와 공감을 일으키고, 만족을 줄 수 있을까. 오프닝 음악으로 우려는 한순간 사라졌지만, 확실히 해 준 건 역시 에디 레드메인. 영원히 해리 포터일 수밖에 없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새 연기 인생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마당에, 마법사 세계에는 새 인물이 필요했다. 제작진은 에디를 택했고, 무척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기하는 대상 그 자체가 되곤 하는 에디는 뉴트 스캐맨더라는 역사 속 새 인물도 생생하게 실체화했다. 뉴트의 캐릭터를 모든 면에서 완벽히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일 터. 에디의 열연 덕에 뉴트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이들의 애정으로 단단해진 세계 속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해리 포터의 수업에 등장했던 책과 그 저자, 해리의 친구이자 교사인 해그리드가 돌보던 동물들이 이번 시리즈에선 중심 소재가 되어 등장한다. 마법에 신비로운 동물들을 더해진다는 점에서 이전 시리즈보다 시각 중심의 오락영화로서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특히 책에서 소개됐던 동물들, 심지어 삽화와 동일하게 생긴 녀석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포터헤드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수밖에. 멋진 녀석, 웃긴 녀석, 이상한 녀석이 가득하다. 배경지식이 전무한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마법 동물들이 등장하니 입문하기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덤블도어와 그린델발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후속 편에서 이어지긴 하겠지만, 본격 주인공이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이라는 점도 해리 포터를 아동물이라 치부하는 이들에게 장벽 하나를 없애줄 수 있을 듯.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한 스핀오프 시리즈의 시작점, 여기야말로 출발 명당이다. 새로운 팬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