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먼저 딱 한가지를 제거하고 봐야한다. 마블스튜디오 영화를 볼때는 유치하다는 생각을 저 멀리 내던져버리고 봐야만 재미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는 말도 안 되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유치찬란한 내용이 계속 나와 따분할 수 있다. 어른들이 홍콩 무술 영화를 좋아했다. 어느날부터 홍콩 무술 영화를 싫어했다. 예전에는 몸과 몸이 부딪치며 싸웠는데 갑자기 날아다니는 모습에 '저게 뭐냐?'하며 거의 보지 않으셨다.

이처럼 최근 영화들은 판타지가 섞여있다.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어차피 영화는 판타지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면은 단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전부 연출이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즐겁게 받아들이며 그저 작품으로만 받아들이고 즐겨야한다. 마블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현실과 너무 동 떨어진 내용에 기피한다. 나도 처음에는 유치하게 봤다.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안 봤다.

어느 순간부터 마블 영화를 보며 인정하게 되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이렇게 인정을 해야 하는 끝판왕이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인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다행이라고 하면 최소한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날아다니진 않는다는 정도랄까. 그 점을 제외하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유치찬란하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내용의 연속이다. 이제 난 재미있다.

무엇보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를 볼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그 내용의 치밀함과 화면 구성이다. 분명히 만화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어떤 식으로 실사처럼 보일 것인가가 관건이다. 전혀 어색하지 않고 상상할 수 있는 그 장면 그대로 관객에게 선사한다. 더구나 어지간한 액션 영화보다 훨씬 더 합이 잘 맞고 앞섰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이제는 보여주는 기술도 놀라울 정도다.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그 점은 두드러진다.

이미 <인셉션>으로 느꼈던 그 신기함을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선사한다.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고 좌우가 뒤바뀌며 공간이 끊임없이 창조되는 화면 구성은 그 자체로 볼만했다. 굳이 꼭 내용이 좋지 않아도 그 장면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각적인 만족도는 높아진다. 그런 장면은 어떻게 구성해서 연출하고 찍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참고로 <인셉션>에서 종이가 날리는 장면은 CG가 아닌 직접 전부 연출한 장면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은 1편에 해당되어 이제 막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익힐 뿐이다. 마블 세계에서도 랭킹 안에 들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고 하니 이번 편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주 일부일 수 있다. 뛰어난 의사였던 스트레인지가 교통사고 자신의 신경을 되 찾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에이션트 원. 이상하게 에이션트 원 단어가 상당히 친근감이 든다. 워낙 학구열이 뛰어난 스트레인지는 굳이 사부 필요없이 스스로 에이션트 원에게 초반 살짝 도움 받은 후부터 책을 읽어가며 대부분 배운다.

모든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의지를 갖고 지구를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거대한 싸움에 휘말린다. 이 과정이 재미있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무겁다. 선과 악의 싸움인데 너무 무겁다고 느껴 그랬는지  중간 중간 유머를 섞어 넣거나 상황을 만든다. 나도 모르게 웃었다. 관객과 함께 호흡을 하며 웃는 것도 있었지만 내가 먼저 웃었던 장면도 있으니 재미있었다. 전체 내용은 별 의미없고 다시 이야기하면 시각적 효과가 압도적이었다.

이미 모든 장면 구성을 끝낸 후에 촬영한 듯 하다. 올 해(작년 말?) 들어 촬영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영화를 보니 금방 작업한 걸 보면 이미 모든 작업이 끝나고 배우들이 그에 맞는 역할로 연기한 듯하다. 좌우가 뒤집히는 장면은 어떤 식으로 연기했는지도 궁금했고 여러 장면에서 어떻게 구성했는지 나중에 메이킹 필름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간을 조작하는 존재들이 나온다. 그들은 시공간을 이동한다. 자유롭게. 특정 심볼을 갖고 있어야 했지만.

원래 마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B급 해당하는 존재였다고 한다. 이 영화가 나온다고 할 때 난 지금까지 나온 마블 시리즈 중에 가장 기대를 했다. 아마도 그건 내가 좋아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레이첼 맥아담스가 나와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둘의 캐미는 의외로 좋았다. 레이첼은 사실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 나중에 비중이 커지는 듯 하다 - 나오는 장면보다 무거운 극의 활력소가 되어준다. 베네딕트는 그 특유의 유머와 진지함이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린다.

가장 코믹하다고 한 <데드풀>보다 난 더 많이 웃었다. 워낙 진지하게 내용이 진행되다 중간 중간 나오는 상황과 대사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함께 본 관객들의 호응도 제일 좋았지 않을까싶다. 베네딕트 팬이 많이 온 것일수도 있다. 마블 스튜디오는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는 믿고 볼 수있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시작할 때 마블 스튜디오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캐릭터들이 전부 한 명씩 등장한다. 어딘지 엄청난 자신감이 그 앰블럼과 함께 등장하는 걸 보며 느꼈다.

처음으로 문화가 있는 수요일로 봤는데 현장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예매로도 할인된 5,000원에 볼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그 덕분에 평일 저녁에 보게 되었는데 확실히 사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평일 저녁에 이렇게 본 것도 다소 신기한 체험(??)이었다. 영화는 쿠키 영상이 2개 나온다. 마블 영화 끝나면 무조건 잽싸게 쿠키 영상 몇 개인지 검색하고 자리에 앉아 있는다. 갈수록 굳이 꼭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관람객의 3분의 2는 끝까지 남아 다 본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닥터 스트레인지와 망토가 만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