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출구가 없는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던 '록키'

때문에 마지막이라고 여겼던 빈집털이를 위해 '그 집'으로 들어가는 록키와 친구들

하지만 그 선택은 록키를 비롯한 친구들을 더더욱 짙은 어둠 속으로 밀어넣습니다

약에 중독된 채로 집안에서 외간 남자와 희희덕대고만 있는 엄마를 대신해 '록키'(제인 레비)는 어린 동생에게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녀의 삶은 동생은 물론 자신의 삶을 건사하는 것조차 버겁기만 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록키는 돈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빈집털이를 이어갑니다. 그런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럼에도 탈출구가 없었던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계속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록키,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했던 친구들..

그들은 이제 마지막으로 딱 한탕만 더 하기로 하고 도시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어떤 눈먼 퇴역 군인의 집을 타겟으로 삼게 됩니다. 그 곳에 있다고 알려진 거액의 현금을 챙겨 '캘리포니아', 즉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 '빛'을 향해 가고자 했던 록키는 눈 한번 딱 감으면 되는 그 일이 자신을 구원해줄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었던 것인데 하지만 그 집에 발을 들인 선택은 그녀와 친구들을 더 짙고 혹독하며 무시무시한 어둠으로 밀어넣고 맙니다. 그 집에 살고 있었던 '눈먼 퇴역 군인'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물이었던 것이죠.

▣ 군더더기 없었던 간결한 이야기 구조

때문에 영화 초반부터 상당한 몰입감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맨 인 더 다크>는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바로 '본 게임'으로 들어가는,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는 간결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었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게 될만큼 몰입감 역시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눈 먼 노인의 집이라고 해도 그 곳은 엄연히 낯선 공간이고 또 주위에는 아무도 살지 않기에 음산한 공기가 짙게 깔리고 있는 것만 같았던 그 배경이 주는 긴장감부터가 근사하기도 했었고요. 이렇듯 <맨 인 더 다크>는 그 이야기의 시작부터 제대로 시선을 사로 잡았던 작품으로, 이렇게 잘 구축된 '무대' 위에 등장한 '눈 먼 노인'(스티븐 랭)과 함께 본격적인 '쇼'(?)가 시작됩니다. 'Don't Breathe' 라는 원제와 딱 어울리는 그 '쇼' 말이죠.

▣ 록키와 친구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던 '눈 먼 노인'

때문에 유리하다고 여겼던 그들의 상황은 뒤집어졌고

이제 그들에게 그 집은 끔찍한 공포의 장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철 없던 세 명의 10대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던 '눈 먼 노인'. 비록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시각을 잃은지 오래된 그는 일반인들보다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인간의 경우 하나의 감각 기관을 잃게 되면 다른 기관들의 감각이 발달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배경이 되는 남자의 집은 오랫동안 살아왔던 남자에게는 눈을 먼 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익숙한 장소였지만 침입자들에게는 대단히 낯선 공간일 뿐입니다. 또한 '전쟁 참전 용사'였던 그가 갖고 있는 '기술'과 '힘'은 어린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일 뿐이었고 남자가 키우고 있던 사나운 '개' 역시 그들에게는 굉장히 큰 위협이 됩니다. 이처럼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입장이 그렇지 않은 것이 되어버리면서 그 집은 그들에게 끔찍한 공포의 공간으로 변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 '소리'에 민감했던 눈이 먼 노인, 그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숨조차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상황'을 유지해야만 했던..

무엇보다 <맨 인 더 다크>가 돋보이는 것은 영화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였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냄새, 특히 '소리'에 민감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런 그를 피해 그 집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숨조차 마음놓고 쉴 수 없는' 상황들을 유지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통로가 닫혀있는 그 집의 출구까지 찾아야만 했던 것인데 이러한 상황들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비롯되는 서스펜스는 그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그리고 바로 손만 뻗으면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용기를 낼 수 없는 상황, 너무나도 무서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그저 얼어붙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등등 그들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아무튼 그들이 처한 그 상황들의 '차갑고 긴장되는 공기' 역시 몸으로 와닿는 느낌이기도 했었고요. 다시 말해 <맨 인 더 다크>는 차곡차곡 쌓아가는 서스펜스가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이것이 폭발하는 후반부의 에너지가 상당히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소리와 함께 어둠의 활용 역시 돋보이던 작품 <맨 인 더 다크>

공포 스릴러의 팬으로서 '페데 알바레즈'라는 이름을 기억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라이트 아웃>에서도 제법 흥미롭게 느껴졌었던 '빛'과 '어둠', 특히 '어둠'의 활용 역시 이번 작품 <맨 인 더 다크>에서도 돋보입니다. 눈이 먼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어둠'이었지만 남자를 피해 도망쳐야만 하는 그들에게는 이런 '어둠'은 더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약 10여분간 진행됐던 어둠 속의 지하실 신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상당하더군요. 때문에 그야말로 다양한 '감각'의 공포,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 <맨 인 더 다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제법 충격적인 것이었고 '피해자'의 입장이 된 철없는 10대들이 온전히 피해자의 입장으로 느껴지지않고 '가해자'의 입장이 된 남자 역시 온전히 '가해자'로 느껴지지 않는 아이러니가 있기도 했었는데 이런 다양한 감정들이 섞이고 있었던 영화는 보는 내내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었던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감독의 전작 <이블 데드>에서 리메이크 영화의 어쩔 수 없는 아쉬움도 느꼈지만 동시에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받았던지라 그의 이름을 눈여겨 보게 됐었는데 이번 작품까지 보고 나니 이제 공포, 스릴러 영화의 팬으로서 '페데 알바레즈'라는 이름은 주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