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약속했던 2편의 마지막이었기에

두 사람은 그저 행복하게 잘 살았을줄만 알았는데..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다니엘 클리버'(휴 그랜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마크 다시'를 선택했고 그와 연인이 됐었던 '브리짓'(르네 젤위거)의 이야기를 담아낸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리고 마크와의 행복한 러브 스토리만이 펼쳐질 줄로만 알았지만 조금씩 쌓여가는 오해와 불안감, 그리고 불만들이 결국 터지게 되면서 헤어지게 되지만 그래도 서로 잊지 못해 다시 만나게 되는, 많은 영화속 연인들의 모습을 반복했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특히 2편의 마지막에 결혼을 약속했던 브리짓과 마크의 모습은 '그렇게 공주와 왕자는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에서 마무리가 될 수 밖에 없는 많은 동화책들이 그러하듯 두 사람의 앞에 펼쳐질 장미빛 미래를 상상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보고 즐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은 누구나 그렇게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저 잘 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영화속 세상의 '브리짓'과 '마크'였는데 다시 현실로 소환된 그들의 모습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 완벽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나이를 한참 더 먹은 브리짓 !

하지만 그녀의 처지는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했던 2편으로부터 무려 12년이나 지난 후에 찾아온 새로운 이야기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속 '브리짓'은 완벽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나이를 한참 더 먹었다는 것만 빼고는 - 특히 브리짓 역의 르네 젤위거의 경우엔 세월의 흔적이 정말 고스란히 느껴지더군요 - 예전과 비슷한 처지입니다. 그러나 주변의 상황들은 많이 변해있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그의 곁에는 절친한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제 제각각의 가정을 꾸리고 있었기에 이제 브리짓의 생일날에도 그녀의 곁에 함께 있어주지 못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녀는 다시 이렇게 외로운 신세가 되었을까요? 그토록 온전한 진심을 확인했고 깊은 사랑에 빠진 브리짓과 마크에게 지난 12년 동안 과연 어떤 일이 있었길래 헤어지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또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까요. 이렇게 여러가지 궁금증을 안고 보게 됐던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였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엽고 통통튀는 캐릭터의 매력은 예전 두 영화만큼 느낄 수 없었지만 이번 작품 역시 웃고 즐기기엔 무난한,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 1, 2편과는 달리 그저 장미빛 로맨스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던 브리짓

이번에도 역시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속편으로 이어지면서 '동화'처럼 시작됐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점점 '현실'로 넘어오는 것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의 무게도 살짝 있었지만 그래도 그저 알콩달콩 귀여웠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줬던 완벽한 남자와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담아냈었던 1,2편의 이야기와는 달리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속 브리짓은 '갱년기'를 생각해야만 하는 40대 초중반의 나이였기에 그저 장미빛 로맨스만을 바라볼 수는 없었던 것이죠. 

때문에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여전히 '골드 미스'의 삶을 만끽하고만 싶었던 브리짓이 두 명의 남자와 불타는 하룻밤들을 보낸 뒤 덜컥 들어선 아기를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시킵니다. 그 아기가 두 명의 남자중 한명이었던 '마크'의 아기였으면 일이 쉽게 끝날을테지만 누구의 아기인지 알 수 없었기에 시작될 수 밖에 없었던 이 독특한 이야기, 양수를 통해서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되는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던 브리짓이었기에 아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던 두 남자와 브리짓 사이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웃음 가득 버무러지면서 그려지고 있었던지라 웃고 즐길 수 있었는데 동시에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시각과는 꽤나 다르게 느껴지던 그들의 개방적인 시선이 인상적이기도 하더군요. 다만 유럽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이렇게 쿨(?)하지는 않겠죠?

▣ 당당한 자존감이 돋보이는 캐릭터 '브리짓 존스'

그래서 아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기도 하겠죠?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브리짓 존스> 시리즈 특유의 '밀당', 혹은 '고르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역시 사랑이란 이름점을 보듯 수치로, 또는 치밀한 알고리즘을 활용한 데이터들의 조합 같은 것으로는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겠죠. 과연 그 진심이 누구랑 통했을까요? 오랫동안 만남과 이별을 이어오면서 '인연'이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남아있는 '마크'일까요, 아니면 섹시하고 자상하며 배려심도 깊었던 소셜 앱의 백만장자 CEO '잭'이었을까요. 브리짓 존스의 팬 분들이라면 직접 보고 확인해보시기를!

또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했던 '브리짓'을 통해 귀여우면서도 당당한 여성상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던 <브리짓 존스>의 이야기는 약간의 페미니즘의 성향도 있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들이 이번 작품에서는 더더욱 강화되어 있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은연중에 사회가 만들어낸 보편적인 선이 존재하고 있는 세상. 때문에 그 선에 맞추지 못한다면 위축될 수도 있는 세상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던 브리짓이 보여준 강한 '자존감', 그래서 이 캐릭터가 특히나 여성분들에게 더더욱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이번 작품 역시 재밌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