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마블에서 나온 영화 중 안 본 영화가 없다. 처음에는 유치하다 생각해서 보지 않았다. 워낙 유명한 캐릭터는 봤지만 그래도 저게 재미있으려나하는 편견과 함께 피한 작품도있다. 그러다 점점 마블 영화를 하나씩 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무엇보다 마블 유니버스에 완전하게 동화되었다. 마블이 만든 모든 작품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볼 수있는 수준(?)에 다다렀다. 현실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라 치부하며 터부시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냥 영화로써 즐기고 인정하면 된다. 이미 마블 세계는 탄탄하게 구축되었다. 누구도 그곳이 현실이라 생각하지 않고 마블세계라는 걸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 곳에서 다른 곳과 달리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다. 대부분 영화 주인공은 자신만 존재한다. 다른 영웅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마블 세계에서는 다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활동하지만 소식을 듣기도 하고 만나 함께 협력도 하며 지구를 지키는 영웅들이다.

지금까지 영웅들은 정말 영웅다웠다. 무엇보다 일단 딱 보면 무엇인가 영웅이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스콧 랭(폴 러드)는 영 아니다. 좀도둑이니 그렇게 볼 수도 없다. 그나마 이걸 중화시키기 위해 좀도둑이지만 정의를 했다고 스스로 작은 위안을 삼는다고 할까. 영화 주인공인 폴 러드는 예전 <프랜즈>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근 10년 만에 다시 주인공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그동안 거의 출연작을 볼 수 없었는데.

슈트를 입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마블세계는 슈트발이 참 많다. 유전자 변이를 통해 영웅이 되거나 슈트를 입어야만 능력을발휘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는 존재 자체로 영웅이지만. 우연히 슈트를 얻거나 만드는 다른 영웅에 비해 앤트맨은 처음부터 선택당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더구나 뉘앙스를 볼 때 영웅으로 선택되지 않았고 딸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대체재와 같은 역할이다.

앤트맨으로 활약하기 전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영웅은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정신없게 변한다. 사실 <앤트맨>이 개봉할 때 딱히 볼 마음이 없었는데 얼마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에서 나온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뜻하지 않게 히드라도 나오고 팔콘도 나온다. 한 마디로 평소에 마블 영화를 꾸준히 본 사람들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마블 영화가 좋은 것은 쓸데없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로맨스도 살리고 액션도 살리고 캐릭터도 부각시키지 않는다. 전체 내용을 관통하기 위한 하나의 내러티브를 위해 다른 것은 과감히 생략한다. <앤트맨>도 로맨스 따위는 저 멀리 보내지만 마지막에 아마도 다음 편을 위해서 로맨스를 슬쩍 넣는다. 항상 유머가 나온다는 점도 특징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상황에 맞는 대사나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나 마지막에 앤트맨과 옐로우 자켓이 전투하는 장면에서 아이의 장난감 안에서 싸운다. 기차가 다니며 각종 건물과 물건이 있는 상황에서 싸우는데 작아진 둘에게는 큰 건물이지만 실제로 장난감이다. 싸우다보니 그걸 잊고 피하기도 한다. 그런 장면이 저절로 웃음을 심각한 장면에서 만든다. 그런 걸보면 이런 콘티를 짠 팀에게 칭찬과 함께 놀랍다. 어떻게 저런 장면을 구상하고 영화를 만드는지 그 창의력이 놀랍기만 하다.

<앤트맨>은 전체적으로 유쾌하다. 아마도 <데드풀> 다음이지 않을까. 상당히 말도 많고 스스로 중계도 많이 한다. 마블 세계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위치에 있는 영웅이다. 무엇보다 개미와 함께 움직인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지만 지구에서 인간만큼이나 많이 존재하는 개미니 엄청 거대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마블세계는 점점 커지고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다고 하니 갈수록 마블영화를 본 사람은 보고 놓친 사람은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온 마블 영화를 전부 봤다는 아주 큰 의의를 지닌 영화다. 마블 세계 완전 장착이다. DC코믹스도 어서 속히 마블만큼 수준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참, 영화에서 마이클 더글라스도 오랫만에 나와 반가웠다. 여자주인공인 에반젤리 릴리도 계속 보다보니 괜찮았고. 다음 편을 기다려야겠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토마스 기차 싸움 씬